주총 시즌 '공룡급 파워' … 기업들 M&A까지 쥐락펴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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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총 시즌 '공룡급 파워' … 기업들 M&A까지 쥐락펴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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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2.1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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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들 바짝 긴장, 의결권 행사 향방에 전전긍긍

"주주권 행사 더 적극적으로" 기업 "과도한 입김" 볼멘소리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은 지난해 말 합병 취소를 선언했다. 삼성그룹의 사업 재편에 따라 양사 합병이 추진됐으나 국민연금의 반대가 결정적 이유가 됐다. 시너지 효과가 크지 않아 주가하락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연금은 삼성중공업 지분 5.91%와 삼성엔지니어링 지분 5.90%를 보유한 주요 주주였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10월 27일 열린 양사의 주총에서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고 기권하면서 주식매수청구권(주주가 회사에 자기 주식을 매수토록 요구하는 권리)을 행사했다. 국민연금은 이에 따라 800억원 가량 주가하락 손실을 피했고 다른 투자자들도 주식매수청구권을 대거 행사하면서 양사 합병은 불발로 끝났다. 국민연금이 가치를 지키기 위해 주주로서 적극적 역할을 한 대표적 사례다.

과거 관치 논란에 방관자에 지나지 않던 자산규모 468조원인 ‘거대 공룡’ 국민연금의 주주 권리 행사는 최근 들어 확장되고 있다. 2010년 이후 매년 10% 안팎의 반대 의결권을 행사했다. 하지만 지난해 반대 의견 대부분이 과도한 임원들의 겸직과 이사회의 독립성 취약, 기업가치 훼손 등의 이유로 이사 및 감사 선임이었던 걸 보면 경영진에 대한 소극적 견제 역할에 한정돼 있다. 그러나 올해 분위기는 확 다르다. 지난해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수익률이 마이너스(2.4%)를 기록하다 보니 주식가치를 지키기 위한 국민연금의 적극적인 주주 권한 행사 움직임이 두드러지고 있는 것이다. 외부기관을 통한 400개 기업 주총 안건 분석이 바로 그렇다. 3월 기업 주총이 주목되는 이유다.

주주이익 반하는 기업들 올 주총 의제로 떠올라

이달 17일 넥센타이어를 시작으로 다음달 말까지 12월 결산법인 상장사 주주총회가 이어진다. 국민연금 측은 의결권 행사 방향에 대해 함구하고 있지만 기업가치 훼손을 막는 데 주력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 관계자는 “국민연금 내부적으로 어떤 방향으로 의결권을 행사할지 다양한 논의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배당 강화, 이사선임, 오너의 경영권 승계 등에도 높은 관심을 두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고 했다. 국민연금이 보유주식 가치추락 원인을 두고 경기둔화와 함께 기업 오너들의 잘못된 경영행태에 방점을 두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대기업이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KB금융 신한금융 하나금융 포스코 네이버 KT 6곳은 국민연금이 최대주주다. 삼성전자, 삼성물산, 엔씨소프트, 호텔신라, 하나투어 등 15곳도 오너 일가와 국민연금 주식 지분 차이가 10%포인트 이내다. 경영진에 버금가는 주주권한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다. 또 국민연금이 10%이상 주식을 보유한 상장사가 56개에 이르며 5%이상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도 268곳이나 된다. 이들 기업들은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방향을 주시하지 않을 수 없다. 당장 경영권 분쟁이 벌어진 엔씨소프트만 봐도 그렇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가 다음달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고, 최대주주인 김정주 NXC(넥슨 지주사) 대표가 엔씨소프트 경영 참여를 선언하면서 다음달 27일 주총이 전쟁터가 될 공산이 크다. 김택진 대표는 9.90%인 반면 넥슨은 15.08%의 지분율을 확보, 주총 표 대결 시 3대 주주(6.88%)인 국민연금의 선택에 따라 경영권이 넘어갈 수 있다. 대한항공도 태풍의 눈에 들어있다. 조현아 전 부사장의 ‘땅콩 회항’ 사건으로 재벌자제 전횡이 사회적 이슈가 된 상황에서 사외이사들의 독립성 문제가 주총에서 논란이 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사외이사 7명 중 5명이 대한항공과 다양한 이해관계로 얽혀 있기 때문이다. 포스코, KT&G, 유한양행, KT 등 사내ㆍ외 이사들의 교체가 있는 기업들도 국민연금의 표심에 기대야 할 처지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의결권 행사에 좀더 객관성과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해 외부 기관 의뢰까지 처음으로 시도하는 만큼 이번 주총에 과거보다 더 다양한 의견을 개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연금의 영향력 확대는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다. 특히 금융위원회가 한국형 ‘스튜어드십 코드’제도를 상반기 제정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서다. 이는 기업에 대한 기관투자자의 의사결정 참여 가이드라인으로 국민연금의 주주권한 행사에 날개를 달아주는 셈이기 때문이다. 윤진수 한국기업지배구조원 팀장은 “국민연금은 정부가 연금을 통해 기업에 간섭한다는 여론을 의식해 그간 적극적인 개입을 하지 못했다”며 “미국 캘리포니아 공무원 연금이 경영권 참여에 대한 의견까지 밝히는 것처럼 국민연금뿐만 아니라 기관투자자들도 적극적 주주권한 행사를 하는 방식으로 점차 바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3월 26일 서울 태평로 신한금융지주 본사에서 정기주주총회가 열렸다. 국민연금은 이날 독립성이 우려된다며 사외이사 선임에 반대표를 던졌다. 연합뉴스

의결권 행사 외 주주권한 가이드라인 없어… 관치 논란에 소극적 행사

물론 국민연금도 고민은 있다. 영향력 확대에 따른 기업들의 반발이 그렇다. 또 주주권한의 일부인 의결권 행사 지침은 마련돼 있지만 다른 권한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없어 자칫 논란을 부를 수 있다. 예컨대 주주 권한을 높이려면 주주 제안을 통해 주총에서 안건을 제기할 수도 있고, 더 나아가 이사 후보를 추천할 수도 있다. 총수 등 경영진의 배임 횡령죄가 확정됐다면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주주대표 소송도 할 수 있다. 투자 회사의 정책 변화를 유도할 수 있는 적극적인 주주권한이지만 국민연금은 이 단계까지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A기업 홍보담당 임원은 “국민연금이 의결권을 지금보다 강화하고 다른 권한까지 행사할 경우 자칫 경영에까지 참여하며 정부입김을 넣겠다는 의도로 비춰질 수 있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이 사실상 기업지배구조까지 개입하면서 경영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해칠 수 있다는 논리다.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 관계자는 “이제 (주주 가치를 높이기 위한) 첫술을 뗀 정도로, 임원선임 등 주요 경영참가까지 하겠다는 의미는 아니다”며 “의결권 행사 외에는 다른 주주권 행사에 대해선 구체적인 기준 또는 사회적 합의가 있지 않아 다양한 스탠스를 취하기는 어려운 한계가 분명하다”고 말했다.

박관규기자 a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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