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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맥 못 캐는 국민연금 해외연기금의 반토막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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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맥 못 캐는 국민연금 해외연기금의 반토막 수준

입력
2015.02.13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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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이후 추락세 뚜렷… 저금리·저성장 환경 부적응

발목잡힌 과감한 투자 "대규모 손실 땐 어떻게 하나"

우리의 국민연금 격인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CPPIB)는 2013년 22.2%의 수익률을 올렸다. 전년에 올린 10.0% 수익률보다 2배나 높아진 규모다. 최근 3년치 평균도 12.6%에 달한다. 반면 국민연금은 2013년 4.2% 수익률을 보였다. 전년(7.0%)에 비해 거의 반 토막 수준이다. 국민연금은 2010년 이후 뚜렷한 추락세를 보이고 있어 유수의 해외 연기금과 국민연금은 토끼와 거북이가 달리기 대결을 펼치는 모양새가 됐다. 2010년 이전까지만 해도 호조를 보이던 수익률에 적신호가 켜진 것은 저금리ㆍ저성장 환경에 재빨리 적응하지 못한 탓이 크다. 덩달아 국민연금 소진 시기도 빨라지기 때문에 수익률 대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토끼와 거북이 싸움

지난해 국민연금의 목표 수익률은 6.10%였으나 5.6%(잠정치)에 그쳤다. 2013년에도 목표(6.6%)보다 2.4%포인트 낮은 4.2%에 머물렀다. 수익률은 2010년을 기점으로 10%를 넘지 못하고 하락세에 있다. 세계 6개 공적연기금과 비교하면 문제의 심각성이 도드라진다. 우리가 2013년까지 3년간 연평균 4.50%의 수익률을 기록한 반면 일본(GPIFㆍ8.57%) 노르웨이(GPFㆍ8.93%) 네덜란드(ABPㆍ10.23%) 캐나다(CPPIBㆍ12.60%) 미국(CalPERSㆍ10.20%)로 두 배 가량 높다. 국민연금은 여전히 안정성을 추구한 반면 선진국 연기금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저금리 기조가 짙어지자 채권 등 안정적 투자에서 공격적 투자로 전환한 요인이 컸다. 노아람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세계 연기금들의 투자 추세가 위험이 어느 정도 내재해 있더라도 수익을 높일 수 있는 자산에 집중하는 것이며 이는 운용기관의 전문성이 뒷받침돼 있어 가능하다”고 말했다.

환경변화 부적응과 내부 제약 요인

국민연금이 2013년 투자한 자산 중에서도 해외주식(21.3%) 대체투자(6.4%) 수익률이 가장 높다. 지난해에도 국내 주식투자는 마이너스 수익률(-2.4% 추정)을 기록했지만 대체투자와 해외주식은 각각 5.2%, 11.7% 수익을 거뒀다. 그런데도 2015년 말 자산 목표비중을 보면 국내주식 20.0%, 국내채권 52.9%, 해외주식 11.6%, 해외채권 4.0%, 대체투자 11.5%로 정해놓고 있다. 전체 자산의 59.7%(지난해 9월 기준)를 채권에 묻어두고 여전히 보수적 운용을 펼치겠다는 뜻이다. 수익률 1등인 CPPIB의 경우 채권 비중이 한 때 95%(2000년)에 달했으나 2005년 관련법 개정 이후 모든 자산에 자유롭게 투자를 유도, 2013년 채권 투자는 3분의 1가량인 33.6%로 축소됐다. 대신 주식, 부동산 등 위험자산 투자가 66%로 늘었다. 상당수 글로벌 연기금ㆍ국부펀드가 자국시장 외에도 해외 부동산과 특별자산, 사모펀드(PEF) 등 대체투자시장에서 고수익을 올렸다.

투자 유연성 떨어지는 국민연금 자산 운용

반면 국민연금은 시장 파장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쉽사리 수익이 더 나는 자산으로 옮길 수도 없는 처지다. 기금운용본부 관계자는 “좋은 투자 매물이 나오더라도 각 자산 비율을 항시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물론 자산 비율을 확정하는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의 판단은 다르다. 10년간 장기 수익률(6.1%)로 비교하면 세계적인 연기금에 뒤지지 않는다고 한다. 토끼가 이길지, 거북이가 이길지는 길게 봐야 한다는 의미다. 여기에다 국민연금이 국민 노후를 책임지는 만큼 적어도 원금 손실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 확고하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대규모 손실을 봤을 경우 어떻게 할 것이냐는 사회적 합의가 있지 않는 한 과감한 투자를 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특히 손실에 대한 책임 문제가 기금위를 위축시키는 요인이다. 실제 기획재정부 산하 한국투자공사(KIC)는 2008년 미국 투자은행인 메릴린치 주식 투자에 실패, 사실상 1조원이상 손실을 본 게 아직도 발목을 잡고 있다. 당시 KIC는 “세계적인 투자은행 지분을 보유할 수 있는 기회”라며 메릴린치 주식을 20억달러 어치 사들였지만 불과 몇 개월 뒤 닥친 글로벌 금융위기로 반 토막이 된 주가로 지난해 말 현재 7억2,000만 달러 손실이 났지만 여전히 메릴린치 주식을 붙잡고 있다. 이종우 아이엠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KIC와 함께 메릴린치에 투자했던 싱가포르투자청이 손절매 후 다른 곳에 투자해 손실을 만회했지만, KIC는 아직도 책임 문제로 제대로 의사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관규기자 a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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