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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리금 보호대책 차일피일… 속 타는 상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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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리금 보호대책 차일피일… 속 타는 상인들

입력
2015.02.13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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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주요 상권 임대로 20% 올라

권리금도 못받고 쫓겨나는 경우 많아

건물주에 권리금 회수 협력 의무 지운

상가임대차보호법 석달째 국회 계류

서울 명동에서 원룸 고시텔을 운영하는 이모씨는 요즘 속이 타 들어 간다. 주변 상권이 살아난다는 이유로 월세는 2년 새 100만원이나 올라 보증금 6,000만원에 월 임대료 700만원을 내고 있는 상황. 그런데 5년인 계약기간 만료가 코 앞(5월)으로 다가오면서 얼마 전 건물주가 재계약을 거부했다. 이씨가 임대 중인 공간을 아들에게 넘겨주겠다는 이유였다. 건물주는 권리금 2억3,000만원도 돌려줄 수 없다는 청천벽력 같은 통지까지 했다. 이씨는 “개점하면서 설치했던 설비들을 철거하는 비용 2,000만원까지 부담하느라 보증금도 모두 돌려받을 수 없다”며 “결국 초기 투자비용 3억여원 가운데 고작 4,000만원만 손에 쥔 채 밖으로 나앉게 생겼다”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씨의 유일한 희망은 권리금을 법적으로 보장해주는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 그는 “계약기간 만료까지 법이 통과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지만, 솔직히 어찌 될지 잘 모르겠다”고 했다.

정부가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던 권리금을 법제화하겠다고 처음 나선 게 작년 9월 하순. 그로부터 5개월 가까이 지났지만 좀처럼 진척이 없다. 13일 국회와 업계 등에 따르면 권리금 법제화를 명시한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은 의원 입법(김진태 새누리당 의원 대표 발의) 형태로 작년 11월 7일 국회에 제출된 이후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개정안의 골자는 ▦권리금을 법제화하고 ▦임차인이 신규임차인에게 권리금을 받을 수 있도록 임대인이 협력하고 ▦임대인이 바뀌더라도 임차인에게 5년의 개약갱신요구권을 보장하는 것 등이다. 여기에 같은 달 18일 서용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대표 발의한 같은 법 개정안은 재건축이나 재개발, 리모델링 등의 사유로 퇴거할 때 ‘퇴거보상제도’를 도입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국회 안팎에선 설 연휴 이후 법 개정안에 대한 논의가 시작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지만 각종 현안에 발목 잡힌 국회가 얼마나 적극적으로 나서줄 지는 미지수다.

권리금 법제화가 발표만 된 채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부작용만 증폭되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정부 발표 이후인 작년 4분기 서울 합정과 홍대 지역의 평균 임대료는 전 분기보다 각각 17.2%, 16.9% 폭등했다. 강남 압구정 지역 임대료 역시 7.6% 뛰었고, 광화문 일대도 4.5% 가량 상승했다. 종로구 삼청동에서 의류매장을 운영하다 권리금 없이 쫓겨날 처지에 있는 오모씨는 “권리금이 법의 보호를 받기 전에 권리금을 미끼로 임대료를 올리려는 집주인들이 늘어난 결과가 아니겠느냐”라고 했다.

정부가 추산하고 있는 전국 상가권리금 규모는 약 33조원 수준. 이중 임대인의 임차인 권리금 회수 방해로 피해 가능성이 있는 규모는 1조3,000억원 가량으로 추산된다. 권리금 법제화가 실현될 경우 전체 소상공인(292만여명) 중 절반에 가까운 120여만명이 실질적인 혜택을 받을 거란 분석도 나와있다.

전문가들은 서민들의 추가적인 피해를 막기 위해서라도 법제화가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계속 미뤄졌다가는 임대료 상승과 권리금 박탈의 이중 피해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장동엽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간사는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하고 실제 시행이 늦춰지면서 서민들만 피해를 보고 있는 만큼 법을 나중에 보완하더라도 빨리 시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양홍주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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