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영장전담판사로 재직, 댓글로 드러난 극도의 편향성 논란
본인이 맡은 재판 기사에 유죄 심증 보이는 댓글까지
익명으로 온라인 기사에 정치적 편향성이 큰 ‘막말 댓글’수천 개를 단 것으로 알려진 현직 부장판사가 과거 영장전담판사를 지내고, 자신이 판결한 재판 관련 기사에도 댓글을 올려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문제의 부장판사는 통합진보당의 정당해산으로 이어진 혁명조직(RO)사건의 내사와 관련된 영장심사를 맡기까지 했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A부장판사는 2012년 수원지법에서 영장전담판사로 재직하며 국가정보원이 청구한 통합진보당 핵심당원인 홍순석, 이상호씨에 대한 감청영장을 네 차례 발부했다. RO사건 제보자 이모씨는 이 영장에 의해 RO회합의 대화를 녹음해 국정원에 제보했고, 이는 사건재판 때 증거로 제출돼 일부 채택됐다. A부장판사는 통진당 관계자들에 대한 카카오톡 압수수색 영장도 발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카카오톡에 대한 법원의 첫 영장 발부였다. 당시 A부장판사가 맡은 영장전담판사는 피의자의 인신구속이나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 절차를 허락하는 업무를 담당한다. 때문에 익명 댓글을 통해 극도의 정치적 편향성을 드러낸 인사가 이런 업무를 담당했다면 사법부 판단에 공정성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더구나 A부장판사는 수원지법 형사합의부장으로 자리를 옮긴 뒤에는 자신에게 배당된 사건의 관련 기사에 선고결과를 예측할 수 있는 댓글을 단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황산을 뿌려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 사건을 맡은 뒤, 첫 재판기사에 ‘칼이나 자동차와 달리 황산을 사용한 것만으로는 사람이 바로 죽는 건 아니기 때문에 살인미수는 무죄로, 위험한 물건 휴대 상해죄가 유죄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음’이란 댓글을 썼다. 그는 지난해 2월 성장치료를 빙자해 여중생을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된 한의사 사건을 맡았을 때는 유죄심증을 보이는 댓글을 달았다. 그가 적은 댓글에는 “여중생이 40세 한의사랑 무슨 연애나 애정싸움이라도 했단 거냐....엄마는커녕 간호사 한 명도 옆에 세워놓지 않고 커튼 쳐놓았던 건 뭘로 설명할건데?”라는 내용이 있다.
수원지법과 대법원 윤리감사관실은 A부장판사가 법관윤리강령의 품위유지(2조) 조항을 위반한 것인지 살펴보고 있다. 수원지법은 그의 댓글을 입수해 내용의 적절성과 편향성 등을 검토하고 있다. 법관 품위를 훼손할 만큼 정치적 편향성이 크다고 판단될 경우 대법원에 징계청구를 할 예정이다. 댓글 문제가 보도된 12일부터 휴가를 내고 자리를 비운 A부장판사는 법원 측에 자신의 입장을 적극 소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별도로 A부장판사가 익명으로 남긴 인터넷 글과, 그의 신원이 공개되는 과정이 합법적이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와 또 다른 논란이 되고 있다.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에 의한 징계는 형사법 절차상 부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청환기자 ch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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