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가 최근 “조미(북미) 대결전에 부나비처럼 뛰어든다면 남조선도 미국과 함께 공멸하는 비참한 운명을 맞게 될 것”이라는 특별성명을 냈다. 그러면서 성명이 ‘위임’에 따른 것이라고 명시해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지시임을 내비쳤다.
북한의 막말 위협이 어제 오늘의 얘기는 아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빈도가 부쩍 잦아지고 있는 것은 예사롭지 않다. 김정은의 최근 공개활동이 군부대 시찰에 집중되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북한이 강경 태도로 돌변한 것을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다. 지난해 말 우리의 남북한 고위급 접촉 제안과 연초 북한의 정상회담 제안 등 새해 들어 고조된 대화 분위기가 5ㆍ24 조치와 대북전단 살포, 한미합동군사훈련 등에 대한 이견으로 급속히 냉각된 데 따른 실망이 컸을 법하다. 특히 최소한의 전제조건으로 여러 차례 요구했던 5ㆍ24 조치 해제에 대해 만족할 만한 대답을 얻지 못하자 더 이상의 대화 국면은 무의미하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일련의 성명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미국을 겨냥한 비난 발언이 잦아지고 수위도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7일 조선중앙통신은 “북남관계 개선을 막고 긴장을 격화시키는 것이 미국 훼방꾼들의 목적”이라고 주장했고, 9일에는 노동신문을 통해 주민들에게 미국과의 ‘결전’을 촉구했다. 남한을 ‘미국의 하수인’으로 규정하면서 “미국에 동조하면 보복대상”이라고 밝힌 조평통 성명도 비슷한 맥락이다. 지난달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북한 붕괴’ 발언과 미국 정치권의 일관된 대북 압박기조가 배경이라고 짐작할 만하다. 일각에서는 고립의 탈출구를 미국이 아닌 남한에서 찾기 위해 북한이 우리측에 신호를 보내는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북핵 문제가 진전되지 않고 미국도 대북관계 개선에 손을 놓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가 주도할 수 있는 공간은 넓지 않다. 당장 다음달 초 예정된 키리졸브 한미연합군사훈련이 큰 악재다.
우선은 남북관계가 더 악화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급선무다. 과거 남북 경색기에 북한의 도발로 한반도에 위기가 초래된 예는 많았다. 5ㆍ24 조치 이후 연평도 포격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로 도발했고, 2009년에는 핵 검증 문제로 교착상태에 빠지자 핵실험을 강행했다. 미국의 ‘전략적 인내’에 따른 유엔 차원의 대북제재가 본격화한 지난해에는 북한의 북방한계선과 군사분계선에서의 군사도발이 20차례 이상으로 급증했다.
정부는 북한의 엄포가 실제 도발로 이어지지 않도록 만반의 대비를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의 대북정책을 사안별로 유연하게 할 필요가 있다. 이미 제재 효과가 의심스러워진 5ㆍ24 조치 해제와 금강산 관광 재개 방안 등이 실마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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