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설 춘제(春節) 풍속도 중 하나인 폭죽 터뜨리기가 스모그 논란에 휩싸였다. 주요 도시들이 스모그를 우려해 춘제 기간 폭죽 터뜨리기 등을 금지한 데 대해 일부에선 전통 문화와 풍습을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반론을 제기하고 있다.
신화통신은 13일 공안부 치안관리부 등을 인용, 이날까지 춘제 기간 폭죽 터뜨리기를 전면 금지한 도시가 모두 138곳에 달한다고 전했다. 이중 성(省) 정부 소재지인 대도시가 5곳, 지방 중급 도시가 30곳, 현급 소도시가 103곳을 기록했다. 또 폭죽을 터뜨리는 시간과 장소를 제한한 도시도 536곳에 달했다. 이중 직할시는 4곳, 성 정부 소재지인 대도시 19곳, 지방 중급 도시 111곳, 현급 소도시 402곳 등이었다.
인터넷에서는 이에 대한 찬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찬성론자들은 과도한 폭죽이 공기 질을 순식간에 악화시킨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한 대학은 30㎥의 공간에서 연발 폭죽 3개를 터뜨릴 경우 PM2.5(지름 2.5㎛ 이하 초미세먼지) 농도가 1,200㎍/㎥ 이상 올라간다는 실험 결과를 내 놓았다. 이는 세계보건기구(WHO) 기준치의 50배에 가까운 것이다. 폭죽은 소음 공해도 심할 뿐 아니라 화재를 비롯 각종 안전 사고의 원인이 되고 있다는 것도 폭죽 금지 찬성론자들이 내 거는 이유다. 더구나 지난해 12월31일 36명의 희생자가 발생한 상하이(上海) 압사 사고 이후 중국 당국에선 대규모 인파가 모이는 행사를 가급적 연기 또는 취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단속 반대론자들은 폭죽이 스모그의 근본 원인은 아니라고 반박한다. 사실 폭죽을 터뜨리지 않는 평상시에도 스모그는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폭죽을 애꿎은 희생양으로 삼아선 안 된다는 얘기다. 일각에선 전통 문화와 풍습이 점점 사라지고 있는 상황인 만큼 정부는 폭죽 터뜨리기를 금지할 게 아니라 오히려 장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 네티즌은 “한국이 폭죽 터뜨리기도 자신들의 전통이라며 세계문화유산으로 신청할 지 모른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화상보(華商報)는 “전통문화라도 새로운 상황에 적응하는 것은 필요하다”며 “환경을 해치지 않는 폭죽을 연구 개발하고, 폭죽 터뜨리기를 대신할 만한 새로운 명절 행사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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