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홈피-내가 이렇게 감수성이 많다. 페이스북-내가 이렇게 잘 살고 있다. 블로그-내가 이렇게 전문적이다. 인스타그램-내가 이렇게 잘 먹고 다닌다. 카카오스토리-내자랑+애자랑+개자랑. 텀블러-내가 이렇게 덕후(오타쿠)다.’
한때 인터넷에 떠돌았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특징 정리다. 사람들이 각 SNS를 활용하는 방식에 많은 이들이 무릎을 쳤다. 그런데 모든 SNS에 공통점이 있다. 현대인의 ‘인정 욕구’가 바탕이라는 점이다. 왜 우리는 SNS를 통한 자기과시에 중독되는가.
강준만(59)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인정투쟁 이론’을 끌어들인다. “사회적 동물인 사람은 남들이 나를 인정해주는 맛에 살고, 그래서 삶은 남들의 인정을 받기 위한 투쟁의 연속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강 교수는 이를 설명하기 위해 독일 철학자 헤겔의 인정투쟁 개념부터, 미국 철학자이자 심리학자인 조지 허버트 미드와 독일 철학자 악셀 호네트, 일본계 미국학자 프랜시스 후쿠야마의 이론까지 훑는다.
SNS는 이런 인간의 본능을 충족시키기에 가히 혁명적인 도구다. 인정투쟁의 통속화, ‘친구 맺기’로 표출되는 인적 자본에 대한 지나친 과시욕도 결합된 결과라는 게 강 교수의 설명이다.
‘생각의 문법’은 인정투쟁 이론을 비롯해 우리가 상식으로 여기는 고정관념의 이론적 뿌리와 변질을 다룬 책이다. ‘머피의 법칙’ ‘베르테르 효과’ ‘사이버발칸화’ ‘단일정체성’ ‘칵테일파티 효과’ 등 50가지 개념이 등장한다.
사이버발칸화도 SNS에서 단적인 예를 찾을 수 있다. 발칸(balkan)은 터키어로 산이란 뜻인데 발칸산맥이 인종의 경계를 나누는 역할을 한 데다 발칸반도가 전쟁과 분열의 근원이 됐기에 ‘발칸화’는 극심한 분열을 뜻하는 말로 쓰인다. 즉 사이버발칸화는 온라인 상에서의 분열을 나타내는 말이다.
아이러니한 건 SNS 덕분에 다른 이와의 소통이 과거와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쉬워졌는데도 분열은 극심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미 여러 학자들이 그 위험성을 경고했다. 강 교수는 과거 ‘황해문화’에 실렸던 백지운 당시 성공회대 연구교수의 글을 인용해 “결과적으로 인터넷은 자기와 다른 문화에 대한 이해를 키우기보다 상대를 적대하는 소국들로 분열되는 발칸화의 위험을 더 많이 낳는다”고 말한다. 여기에 이른바 논객들이 양극화를 부채질한다. 강 교수는 “이들(논객)은 자신들의 마당 또는 놀이터에서 알아주는 맛, 즉 인정투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 과격 발언의 강도를 계속 높인다”고 지적한다.
강 교수는 신간에서 왜 이런 상식들에 주목한 걸까. 생각의 흐름을 읽을 수 있는 ‘문법’이라고 봐서다. “이런 생각의 문법은 이성과 원칙에 관한 문법이라기보다는 감정과 고정관념에 관한 문법이며, 암묵적으로 실천되는 문법이다. 인간이 늘 합리적이진 않기에 개인이 갖고 있는 생각의 문법을 탐구하는 일은 큰 의미를 갖는다.”
강 교수는 다른 학자나 칼럼니스트 등 543개의 출처를 인용해 이 책을 썼다. 과거 그가 펴낸 시리즈 ‘감정독재-세상을 꿰뚫는 50가지 이론’ ‘우리는 왜 이렇게 사는 걸까?-세상을 꿰뚫는 50가지 이론 2’에 이은 세 번째 책이다.
김지은기자 lun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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