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코미 미국 연방수사국(FBI) 국장이 미국 사법체계의 법 집행 과정에서 인종적 편견이 존재한다는 점을 공개적으로 인정해 논란이 예상된다.
코미 국장은 12일 워싱턴시 조지타운대에서 한 강연에서 이례적으로 경찰의 법 집행과 관련, 솔직한 심경을 밝혔다. 그는 “백인이 주류인 미국 사회에서 많은 사람이 인종적 편견을 갖고 있고 백인들을 흑인들과 다르게 대한다”고 인정했다.
코미 국장은 “거리 한쪽에 서 있는 흑인 청년 두 명은 경찰이 단속하고, 같은 옷을 입고 있더라도 다른 쪽에 서 있는 백인 청년들에 대해서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고 털어 놓았다. 그는 또 “이런 관성적인 사고는 피해가기 어렵고 때로는 합리적으로 보이기조차 해 (결과적으로) 다른 행동과 결과를 유발한다”고 덧붙였다.
코미 국장은 이어 “법 집행기관 종사자 모두는 우리의 지난 역사가 좋지 않았다는 점을 솔직히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 역사의 주요 시점마다 법 집행기관은 ‘현상 유지’(status quo)를 위해 작동됐으며, 그 결과는 소외된 사람들에게 종종 야만적이고 불공평하게 대했다”고 말했다.
코미 국장은 이와 함께 “많은 연구들이 모든 사람들이 무의식적으로 인종에 대한 편견을 갖고 있다는 걸 보여 주고 있다”며 “이제 이런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한 제도와 과정을 정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에서 경찰의 인종차별적 법 집행은 심각한 사회 문제이며, 워낙 민감한 주제이기 때문에 미국 공권력 집행기관의 주요 수장 중 하나인 FBI 국장의 이번 발언은 매우 이례적이고 향후 큰 논란이 예상된다.
미국에서는 지난해 하반기 이후 수 명의 흑인 청년들이 경찰에 의해 숨진 뒤 전국적인 항의집회가 잇따랐고, 뉴욕에서는 그 반작용으로 흑인 남성이 경찰관 2명을 사살하는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빌 더블라지오 뉴욕시장은 경찰 과잉 대응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시위에 온정적인 자세를 보이자, 뉴욕 경찰들이 항의하기도 했다.
코미 국장은 “우리는 교차로에 서 있다”면서 “카 라디오의 음악 음량을 올리고 문제를 우회할지 아니면, 개방적이고 솔직한 자세로 당면한 문제를 논의할지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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