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전 10시 서울 잠실 롯데호텔에서 ‘제2 롯데월드 건물과 지반구조 안전성’을 주제로 한 시공기술 발표회가 열렸다.
첫 발표자로 나선 영국의 엔지니어링 컨설팅사 에이럽(ARUP)의 제임스 시 홍콩지사 부사장은 시종일관 자신감이 넘쳤다. 그는 “제2 롯데월드타워는 매우 튼튼한 지반 위에서 지어지고 있다”며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강조했다. 다음 발표자인 미국의 설계회사 레라(LERA)의 공동 창업자 레슬리 얼 로버트슨 역시 “제2 롯데월드타워의 구조 시스템은 아주 안전하고 튼튼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사실 당연한 얘기들이었다. 두 회사는 롯데월드타워의 기초(지반)설계와 골조(구조) 설계를 담당한 곳이기 때문이다. 이들이 “안전하지 않다”는 식의 얘기를 할 리는 만무했다.
뒤이어 대한건축학회 부회장인 홍성걸 서울대 교수와 한국콘크리트 학회 부회장 박홍근 서울대 교수가 등장했지만 앞선 내용을 보완하는 수준이었다.
제2 롯데월드 안전관리위원회는 작년 12월부터 매달 이런 식의 발표회를 개최하고 있다. 아쿠아리움 누수 등이 불거지며 서울시로부터 일부 영업정지를 받은 직후부터다. ‘소음과 진동’ ‘지반 안정성’ 등 매번 주제가 바뀌지만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 롯데측이 선정한 전문가들이 발표자로 나와 한 목소리로 “롯데월드타워는 안전하다”고 강조한다는 점이다. 이날도 두 시간에 걸쳐 네 명의 발표가 이어졌지만 어디에도 ‘우려’나 ‘위험’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이처럼 반대의 목소리가 전혀 없는 발표회에 참석한 기자들은 결국 롯데 측의 입장만을 전달할 수밖에 없다. 질의응답 시간은 있지만 건설 담당 기자들이 건축 전문가들과 반대 토론을 하기는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시민단체나 학계에는 롯데월드타워에 대해 우려의 시각으로 바라보는 목소리가 엄연히 존재한다. 경실련 참여연대 송파시민연대나 안형준 건국대 교수, 이수곤 서울시립대 교수 등이 대표적이다. 이런 목소리가 전혀 반영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안전을 홍보하는 발표회는 오히려 거부감만 일으킬 수 있다. 매달 진행되는 발표회에 참가하는 기자들이 갈수록 줄어드는 것도 이런 이유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이런 시선을 의식한 듯 롯데 측은 이날 발표회에 처음으로 지역 주민들이 참여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작 발표회에서 이들의 목소리는 들을 수 없었다. “영업정지를 받고서야 뒤늦게 보여주기 식의 행사를 하는 것일 뿐”(김현익 송파시민연대 사무국장)이라는 지적이 너무 당연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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