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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酒님은 1차로 그만" '심야커피族' 신풍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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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酒님은 1차로 그만" '심야커피族' 신풍속도

입력
2015.02.13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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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들 달라진 회식 문화 2차 술집·노래방 가는 대신

커피전문점 찾는 발길 늘어 "돈도 적게 들고 술도 깨고"

식품업체 직원 안승회(31)씨는 요즘 회식을 하거나 친구들끼리 술을 마시면 2차로 커피전문점을 찾는다. 남자들끼리만 있어도 술집이나 노래방 대신 근처 커피전문점에서 달콤한 커피나 차를 마신다. 안 씨는 “수년 전만 해도 1차부터 집에 갈 때까지 술을 계속 마셨지만 요즘은 2차로 커피전문점을 찾는다”며 “돈도 적게 들고, 집에 가기 전에 술이 깰 수 있어 커피나 차를 마시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불황과 건강에 대한 관심이 겹치면서 직장인들의 회식문화가 바뀌고 있다. 무조건 1차, 2차 술집으로 향하던 과거와 달리 2차는 1차 때 마신 술이 깰 수 있는 커피전문점을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 그 바람에 커피전문점 업계에서 제 2의 피크타임을 밤 9시~12시로 꼽을 정도다. 모 커피전문점 업체 관계자는 “가장 손님이 많은 낮 12시~오후 2시 다음으로 손님이 많이 몰릴 때가 밤 9시 이후”라고 강조했다.

재미있는 것은 유명 커피전문점인 스타벅스 매장 풍경이다. 사람들이 많은 유흥가나 쇼핑가 지역 매장의 경우 밤 9시부터 10시 사이에 5~7명씩 무리지어 매장을 찾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스타벅스 관계자는 “밤 9시 이후 매장 1개당 평균 80~100명의 손님이 몰려들어 자리가 꽉 찬다”며 “해당 시간대 방문객 수가 3,4년 전보다 2배 가량 늘었다”고 설명했다.

그 바람에 아침에 커피를 많이 마시는 미국과 달리 국내에서는 오히려 심야에 커피를 즐기는 새로운 유행을 낳고 있다. 진명화 스타벅스코리아 지역 매니저는 “예전에는 아침 출근 시간과 점심 시간 이후 가장 많은 손님이 몰렸는데 이제 밤 9시 이후 매장을 찾는 단체 손님들이 늘었다”며 “밤에는 우유가 들어가는 커피음료나 케이크 등 디저트류를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CJ푸드빌의 투썸플레이스 강남점도 밤 9시부터 12시 사이 이용객이 전체 방문객의 5분의 1을 차지한다. 조해미 투썸플레이스 강남점장은 “근처 클럽을 찾았던 사람들이 밤 9시 이후에 많이 들린다”고 설명했다.

늘어나는 심야 커피족들은 매장 운영 방식과 메뉴까지 바꿔 놓고 있다. 탐앤탐스는 밤에 커피전문점을 찾는 이들이 늘어나자 24시간 운영 매장을 늘렸다. 메뉴도 커피 외에 숙취 해소를 위한 아카시아꿀차 등을 곁들였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사람들이 밤에 술을 적게 마시면서 커피 전문점을 찾는 이유를 자기 절제에 대한 필요성을 많이 느끼고 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1차에 마신 술에서 빨리 깨어나 실수할 수 있는 상황을 줄이고 싶어한다는 뜻이다. 여기에 대부분의 커피전문점이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대로변에 위치해 찾아가기 쉬운 점도 한 몫 한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술은 이성대신 감정을 살려서 합리적 판단을 하지 못하고 험한 말과 충동적 폭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게 만든다”며 “그렇다보니 실수하면 사회관계형서비스(SNS) 등을 통해 금방 퍼져 큰 망신을 당할 수 있으니 이를 피하려는 경향이 생겼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술 대신 커피나 차를 마시면 술이 깨어 이성적 판단이 가능한 대화를 할 수 있다”며 “음주 후 커피를 마시는 새로운 문화는 사회 전체적으로 바람직한 유행”이라고 덧붙였다.

고은경기자 scoop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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