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미콘사 전 직원, 국민신문고 제보… 불합격·반품, 정상품과 섞어 공급
경찰 "송장만으로 수사 어렵다" 제보자 "증거 확실"… 봐주기 논란
경북 영주시의 한 레미콘 회사가 부적합 판정이 나거나 사용 후 남은 레미콘을 정상제품과 섞어 관급공사 현장이나 민간아파트공사장 등에 납품해왔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레미콘은 미리 정해진 규격에 따라 물과 시멘트, 자갈 등을 정밀하게 배합해 일정 시간 내에 공급해야 하며 시간이 초과하면 강도가 크게 떨어져 건축물 안전에 심각한 위협을 주게 된다.
영주경찰서 등에 따르면 영주지역 A레미콘회사가 관급공사장 등에 불량 레미콘을 납품했다는 제보에 따라 내사 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 회사는 돌산 개발 과정에 발생한 무기성 오니를 농지 등에 대량 불법 매립한 혐의로 수사를 받은(본보 1월16일자 15면) 업체의 계열사로 밝혀졌다.
이 회사의 불량레미콘 납품 의혹은 A사 전 직원 박모(51)씨 등 3명이 지난해 10월 국민신문고에 실명으로 제보하면서 알려졌다.
박씨에 따르면 A사는 공사현장에서 부적합 판정을 받아 되돌아 온 제품이나 사용하고 남은 제품 등 폐기해야 할 레미콘을 정상적인 제품과 섞어 납품했다. 지난해 한 관공서 신축현장의 경우 18강도 짜리 6㎥를 실은 레미콘 차량이 2㎥를 남겨 왔지만 다른 관급공사 현장에 갈 24강도 레미콘과 섞어 납품했다. 두 현장의 납품할 레미콘은 강도가 달라 섞어 쓰면 부실공사의 원인이 된다. 가격도 강도가 높을수록 비싸고 폐기할 경우 비용이 들어 일부 레미콘 회사들이 이용하는 방법으로 알려졌다.
박씨는 “재직기간 2년 동안 수시로 불량레미콘을 공급하는 현장을 목격했으며, 10대 중 1, 2대가 이용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불량레미콘이 공급된 현장으로 아파트 신축공사, 산림청 백두대간 건축현장, 영주댐현장, 교량공사, 풍기-단산간 도로확장공사 등을 지목했다. 심지어 경찰서 신축공사 현장에도 납품됐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경찰은 박씨가 실명으로, 구체적으로 고발했지만 증거부족을 이유로 미적거리고 있어 ‘봐 주기’ 논란이 일고 있다. 박씨는 지난해 11월 재판매 행위에 대한 증거로 레미콘 공급량 등이 적힌 송장 6장을 경찰에 제출했고, 목격담도 진술했다.
영주경찰서 관계자는 “송장만으로 형사 처벌할 목적의 수사가 어려워 증거를 잡기 위해 내사를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제보 당시 증거가 확실했던 무기성 오니 불법 매립 보다는 증거인멸이 우려됐던 불량레미콘 수사를 서둘렀어야 한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이에 대해 영주시 관계자도 “재판매 행위가 이루어진 구체적 증거가 없고 의혹의 대상이 된 공사현장에 대한 레미콘 강도실험 결과 큰 문제점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용호기자 ly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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