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은 또 언제 공연하나요?” 주변에서 종종 받는 질문이다. 주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대형 라이선스 뮤지컬의 재공연을 손꼽아 기다리는 ‘광 팬’들이다. “예정이 없다”고 답하면 하나같이 “내가 좋아하는 작품은 왜 띄엄띄엄 무대에 오르냐”며 답답해한다.
산업적으로 봐도 이들의 지적은 일리가 있다. 라이선스 비용으로 큰 돈을 지불한 한국 제작사 입장에서는 공연을 자주 올려야 투자금을 빠르게 회수할 수 있다. 그럼에도 라이선스 뮤지컬은 2년에 한 번 꼴로 무대에 오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왜일까.
그 이유는 배우나 극장이 아닌, 무대세트에 있다. 관객들은 무대세트가 늘 한국에 있는 줄 알지만 사실은 3,4개의 오리지널 무대세트가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각국 관객과 만난다. 예를 들어 ‘오페라의 유령’의 경우 총 4개의 무대세트 중 2개는 미국 브로드웨이와 영국 웨스트엔드에서 25년 넘게 고정돼 사용 중이고, 나머지 2개 세트가 배에 실려 전 세계를 투어한다. 2012년 ‘오페라의 유령’ 한국무대에 사용된 무대세트는 앞서 남아프리카공화국과 필리핀을 거쳤고, 한국 공연 후 태국 싱가포르 중국을 거쳐 2년만에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다.
지난해 한국에서 초연한 ‘프리실라’의 사정도 비슷하다. 가장 중요한 세트인 버스는 미국 무대에서 한국으로 건너왔고, 공연이 끝난 직후 영국으로 운송됐다. 2대의 버스 중 다른 1대는 지난해 스웨덴 무대에 오른 후 현재 스페인에서 공연 중이다.
무대세트가 들어왔다고 해서 바로 공연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전세계를 돌고 도는 세트가 입항하면 국내외 스태프들이 달라붙어 세트 구성품의 수량과 상태를 일일이 체크한다. 2~3일에 걸쳐 확인작업을 하다가 심하게 손상된 부분이 발견되면 원제작사에 요청해 새 제품으로 교체를 해야 한다. 당연히 세계투어 사이클은 느려질 수밖에 없다.
차라리 각국에서 세트를 제작하면 되지 않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하지만 세트의 제작비용이 만만치 않다. ‘프리실라’의 버스는 1대 제작에 약 10억원이 들고, ‘오페라의 유령’ 무대세트 가치는 약 200억원으로 알려져 있다. 몇십, 몇백억원을 묻어두고 시작할 제작사는 그리 많지 않다.
예외도 있다. ‘위키드’의 경우 2013년 한국어 초연을 앞두고 한국제작사인 설앤컴퍼니가 전용 무대세트를 제작했다. 비교적 역사가 짧은 작품인 만큼 오히려 무대에 올릴 기회가 많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정확한 제작비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비용회수 차원에서라도 한국관객과 자주 만날 것은 확실해 보인다. 박주희기자 jxp93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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