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버스 운전자 등 5명 입건…'안전운전 의무 위반 혐의'
영종대교 운영사 안전관리 문제도 수사 계획
전례 없는 영종대교 106중 추돌 사고의 최초 상황이 드러났다.
인천 서부경찰서는 12일 사고 수사 브리핑을 열고 영종대교 상부도로 서울 방향 2차로에서 신모(57)씨가 몰던 관광버스가 앞에 있던 검은색 승용차를 추돌한 것이 1차 사고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경찰은 신씨 등 5명을 도로교통법상 안전운전 의무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은 106대 차량 가운데 가해차량과 피해차량을 가려내고 영종대교 운영사의 안전 책임 문제 등에 대해서도 수사할 계획이다.
◇ 사고 정황
경찰은 지난 11일 오전 9시 45분께 서울 방향 영종대교 상부도로 1차로에서 관광버스를 몰던 신씨가 앞서 가던 검은색 소나타 승용차를 추돌한 게 106중 추돌사고의 첫 사고로 보인다고 밝혔다.
앞서 경찰은 택시끼리 첫 추돌 후 공항리무진 버스가 택시 중 한 대를 들이받으면서 추돌이 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조사 결과 관광버스와 소나타의 첫 사고 직후 이 사고와 별도로 또 다른 투어버스가 2차로에서 3차로로 차선 변경을 하던 택시를 뒤에서 들이받았다.
1차로와 3차로에 사고 차량 4대가 분산돼 정차했고, 2차로로 달리던 다른 택시가 앞서 사고가 나 정차한 택시를 들이받은 후 2차로에 멈춰 섰다. 이후 2차로를 달리던 공항리무진 버스가 다시 택시를 들이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어 뒤를 쫓아오던 차량들이 연쇄 추돌한 것으로 보인다. 106대가 추돌하는 데 걸린 시간은 10분이다.
사고 당시 영종대교 구간별로 안개가 나타났다가 사라졌다가 반복됐으며, 운전자 진술에 따르면 안개가 끼었던 구간의 가시거리는 10여m에 불과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소나타는 안개가 나타나자 비상등을 켜고 속도를 줄였는데 뒤에서 신씨의 관광버스가 들이받았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경찰은 신씨 등 운전자 5명을 도로교통법상 안전운전 의무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106대를 차종별로 구분하면 택시 포함 승용차가 59대, 버스와 승합차 31대, 화물차 14대, 견인차 2대이다.
◇ 향후 수사는
경찰은 1.2km에 달하는 사고 구간을 크게 세 그룹으로 나눠 수사하고 있다.
1그룹은 최전방부터 10대, 2그룹은 12대, 3그룹은 84대이다.
경찰이 우선 입건한 운전자 5명은 모두 1그룹에 속해 있으며, 경찰은 2∼3그룹 차량들을 상대로 가해차량과 피해차량을 구분하는 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또 관광버스를 비롯한 사고 차량의 과속과 안전거리 미확보 여부를 조사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입건자 수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영종대교 운영사인 신공항하이웨이를 상대로 안전조치가 적절했는지 등에 대해서도 수사 중이다.
경찰은 사고 이후 신공항하이웨이 교통통제센터장 등 3명을 불러 안개 시 자체 매뉴얼 내용 등을 확인했다.
매뉴얼상으론 가시거리가 10m면 차량 진입이 안 된다. 경찰은 사고 당시 공식 가시거리를 기상청에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매뉴얼에 강제성이 있는지도 확인 중이다.
경찰은 신공항하이웨이 교통안전 순찰요원 등을 추가로 조사할 예정이다.
◇ 사고 책임은 누가 지나
사상 최악의 106중 추돌 사고의 책임을 누가, 얼마나 지게 될지도 관심이다.
경찰은 사고 책임은 "(운전자) 각자에게 있다"고 했으나 수사로 가해자와 피해자가 구분되면 책임의 주체와 정도가 가려질 전망이다.
차량 106대가 한꺼번에 추돌한 게 아니라 일부 간격을 두고 뒤엉킨 사고여서 책임 소재를 따지는 데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보험업계는 과거 비슷한 사고를 토대로 총 보험보상액이 수십 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일반적인 연쇄추돌 사고의 경우 가장 먼저 사고를 유발한 차량의 과실이 가장 크다. 가령 앞서 가던 차량을 뒤에서 들이받았다면 뒤차에 100% 책임을 지운다.
그러나 이번 영종대교 사고는 106대의 차량이 최초 추돌 이후 잇따라 들이받은 사고가 아니라 여러 구간으로 나뉘어 약간의 시간차를 두고 벌어졌다.
중간에 끊겨서 여러 건의 사고가 일어난 경우는 구간별로 가해차량과 피해차량을 구분해 책임비율을 따진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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