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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 벽골제서 1200년前 제방 보강 진흙 주머니 발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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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 벽골제서 1200년前 제방 보강 진흙 주머니 발굴

입력
2015.02.12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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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성왕 6년에 증·수축하게 했다' 삼국사기 기록과 시기 일치

日 7,8세기 초낭과 같은 모양, 토목기술도 백제 거쳐 넘어간 듯

초낭 아래에서 발견된 한해살이 물풀 마름의 씨앗은 벽골제가 저수지였다는 사실을 뒷받침한다. 문화재청 제공
초낭 아래에서 발견된 한해살이 물풀 마름의 씨앗은 벽골제가 저수지였다는 사실을 뒷받침한다. 문화재청 제공

전북 김제 벽골제에서 통일신라 시대 유물인 초낭(草囊ㆍ풀을 엮은 후 그 안에 진흙을 담아 만든 주머니)이 발견됐다. 고대 고분과 제방시설 등 대규모 토목공사의 기본 틀이 된 초낭이 온전한 형태로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학계에서는 이번 발굴이 고대 토목공사 공법 연구에 큰 진전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전북문화재연구원은 12일 벽골제 하부구조가 남아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용골마을 지역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제방 동쪽에 위치한 보축제방(제방이 무너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주변에 설치한 보강 시설)을 확인하고 그 내부에서 초낭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열을 맞춰 배치된 초낭은 약한 지반을 견고하게 하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 초낭의 방사성탄소연대를 측정한 결과 7세기 전후 통일신라시대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며 이는 원성왕 6년(790년)에 ‘전주 등 7개 주(州) 사람들에게 제방을 증ㆍ수축하게 했다’는 삼국사기 기록과 일치한다.

연구원 관계자는 “전남 영암 옥야리 고분, 부산 연산동 고분 등에서 흔적이 발견된 적은 있지만 완벽한 형태의 초낭이 다량으로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고분, 제방시설 등 고대 대형토목공사의 기초공사에 초낭이 일반적으로 사용됐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밝혔다.

한국 최고(最古)·최대 수리시설로 알려진 전북 김제 벽골제 보축제방 내부에서 다량의 초낭(草囊)이 열을 맞춰 배열돼 있다. 초낭은 고대 한반도 일대에서 대규모 토목공사의 기본 틀을 잡아주는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화재청 제공.
한국 최고(最古)·최대 수리시설로 알려진 전북 김제 벽골제 보축제방 내부에서 다량의 초낭(草囊)이 열을 맞춰 배열돼 있다. 초낭은 고대 한반도 일대에서 대규모 토목공사의 기본 틀을 잡아주는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화재청 제공.

더욱이 이번에 발견된 초낭은 7~8세기 일본 카메이 유적에서 확인된 초낭과 거의 같은 형태로 확인됐다. 주머니 모양을 풀로 엮고 안에 진흙을 채워넣은 형태와 크기가 매우 흡사하다고 연구원 관계자는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고대 한반도와 일본이 토목기술을 공유하고 있었다는 기존 학설을 뒷받침하는 증거로, 일반적인 토목기술처럼 초낭도 백제를 거쳐 일본으로 넘어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 밖에 초낭 아래에서 담수(淡水) 지표종(指標種)인 한해살이 물풀 마름이 발견돼 벽골제가 담수지였던 것으로 추측된다. 벽골제의 용도를 저수지가 아닌 방파제로 해석하는 학계 일각의 주장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다.

이번에 발견된 보축제방의 규모는 길이 약 75m, 너비 약 34m, 최대 잔존높이 160㎝다. 연구원 관계자는 “기저부 너비가 조선시대 인문지리서인 ‘신증동국여지승람’에 기록된 21m보다 넓다”며 “지점별로 너비가 다르게 축조됐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추가 조사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주희기자 jxp93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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