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쩌민(江澤民) 전 중국 국가주석의 큰 아들 장몐헝(江綿恒ㆍ64ㆍ사진) 상하이(上海) 과학기술대 총장이 최근 류옌둥(劉延東) 부총리와 만난 사실이 관영 매체를 통해 보도됐다. 이를 두고 시진핑(習近平) 주석의 반(反)부패 사정 칼날이 장 전 주석 가족까지 겨누진 않을 것이란 신호라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관영 중국신문망은 12일 상하이과학기술대 인터넷 사이트를 인용, 장 총장이 최근 베이징(北京)에서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국원으로 국가과학기술영도소조 부조장인 류 부총리를 만나 대학 상황 등에 대해 보고했다며 관련 사진과 기사를 함께 전했다. 류 부총리는 이 자리에서 상하이과학기술대의 발전에 대해 높이 평가하고 “국가 발전 전략과 인재 양성이란 관점에서 창조와 혁신을 이끌 뛰어난 인재를 많이 육성해 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지난달 초 장 총장이 중국과학원 상하이분원장직에서 물러난 뒤 장 전 주석 가족들에 대한 사정이 본격화하는 것 아니냔 관측은 잦아들고 있다. 이에 앞서 베이징의 정가에선 장 전 주석 가족이 저우융캉(周永康) 전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겸 중앙정법위원회 서기에 이어 다음 호랑이(고위 부패 관료) 사냥감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특히 중화권 매체는 장 총장이 그 동안 사모펀드와 정보기술(IT) 기업 등을 통해 막대한 부를 쌓은 데다 저우 전 서기인 저우빈(周濱)과 석유사업 등에서 특혜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장 주석의 손자이자 장 총장의 아들인 장즈청(江志成ㆍ28)도 집안 배경 등을 바탕으로 금융투자업계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장 전 주석의 비서를 지낸 자팅안(賈廷安) 인민해방군 총정치부 부주임에 대한 조사설이 나오기도 했다.
이 와중에 장 전 주석은 지난 1일 하이난(海南)성의 둥산(東山)에서 장 총장을 비롯 자녀, 손자들과 함께 공개적으로 모습을 드러내 눈길을 끌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장 전 주석이 사실상 시 주석에게 ‘내가 살아있는 동안 내 가족을 건드리지 말라’는 무언의 시위를 한 것으로 해석했다.
일단 장 총장이 시 주석와 가까운 류 부총리와 만난 사실이 관영 매체를 통해 보도되며 당분간 장 전 주석 가족이 부패 등 혐의로 잡혀가는 일은 없을 것이란 반론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한편 시 주석의 올해 반부패 투쟁은 중앙 국유기업들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공산당 중앙기율검사위원회(기율위)는 11일 ‘중앙순시공작회의’를 열고 올해 첫 감찰에 나서는 순시조는 중국핵공업그룹, 중국석유천연가스그룹, 중국해양석유총공사 등 중앙 국유기업 26곳을 대상으로 정했다고 신화통신이 전했다. 왕치산(王岐山) 중앙기율위 서기는 “국유기업 내 당 관리와 기율 등에 있어 일부 심각한 문제가 있다”며 매관매직, 파벌조성, 직권남용 등에 대한 강력한 사정을 주문했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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