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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은의 길 위의 이야기] 쉬는 법

입력
2015.02.12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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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쁘다는 핑계로 약속을 미루기만 하다 정말이지 오랜만에 친구를 만났다. 카페에서 차를 마시는데, 그는 틈만 나면 휴대폰을 들여다보았다. “혹시 기다리는 연락 있어?” 질문을 던졌더니 깊게 한숨을 내쉰다. “회사 메일에 뭐 왔나 체크해보는 거야.” “오늘 휴가라며? 급한 일 있는 사람처럼 초조해 보여서 그래.” 의아하게 생각되어 물으니 일종의 습관이라는 대답이 되돌아온다. “일요일에도 이래. 뭐 대단히 급한 일이 터지지도 않을 텐데 얽매어 있는 거지. 쉬면 안 될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하고.” 말을 마친 친구가 힘없이 웃었다. 쉬면 안 될 것 같은 기분이라는 말이 머릿속에 자꾸 맴돌았다.

나부터도 그렇지만 일과 삶을 분리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주변에 늘어나고 있는 게 떠올랐다. “우리 두 시간만 휴대폰 꺼놓고 있자. 그리고 이야기하자.” 친구가 내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전화기를 끄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친구의 입에서 고민들이 쏟아져 나왔다. “당최 쉬는 법을 모르겠어. 어떻게 쉬어야 하는지. 요즘 들어서는 취향도 없어진 것 같아. 아무 생각 없이 누워 있으면 안 될 것 같은 생각 때문에 벌떡 일어나게 되고.” “나도 그래.” 내 말에 친구의 두 눈이 번뜩였다. 스스로의 고충이 서로의 고충이 되니 이야기에 속도가 붙었다. “지금은 쉬는 거 같니?” “응, 모처럼 쉬는 것 같다.” 그 대답이 그렇게 기쁘고 고마울 수가 없었다. 아무리 바쁘더라도 틈을 내서 잘 쉬는 사람이 되자 친구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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