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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막한 도시 텃밭서 장애인 재활 꿈도 무럭무럭

입력
2015.02.11 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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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 장애인 사회 적응 돕기 위해 서울 지역 8곳에 도시 텃밭 운영

사람들과 부대끼며 소통 효과 톡톡… "흙 없이 자란 아이들 밭도 만들래요"

동구밭 노순호(왼쪽) 대표와 발달장애인들이 지난해 서울 강동구 ‘1호 텃밭’에서 밭작물들을 이용해 수공예 유기농 비누를 만든 뒤 환하게 웃고 있다. 동구밭 제공
동구밭 노순호(왼쪽) 대표와 발달장애인들이 지난해 서울 강동구 ‘1호 텃밭’에서 밭작물들을 이용해 수공예 유기농 비누를 만든 뒤 환하게 웃고 있다. 동구밭 제공

지난 10일 서울 서초구 창의허브센터 내 ‘동구밭’ 사무실에서는 노순호(24)대표, 지연수(21)부대표 등 청년 기업인 4명이 모여 회의에 여념이 없었다. 장애인 재활 및 도시 농업을 접목한 청년 기업 ‘동구밭’은 최근 서울 송파구 KT송파지사 옥상에 35㎡ 남짓한 ‘9호 텃밭’을 만들기 위해 크라우드 펀딩을 시도하고 있다.

사회적 기업활동을 모색하는 홍익대 동아리 ‘인엑터스’를 모태로 4명의 대학생들이 뭉친 동구밭은 2013년 서울 강동구를 시작으로 마포, 영등포, 성동, 은평, 등 8곳에 도시 텃밭을 마련해 발달 장애인들과 함께 작은 농사를 짓고 있다. 지난해에는 13명의 발달 장애인들과 함께 봄ㆍ가을로 농사를 지어 적지 않은 수확물을 내놨다. 노 대표는 “아직 만나지 못한 더 많은 발달 장애인들과 함께 텃밭을 가꾸기 위해 9번째 텃밭 조성에 도전 중”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도시 농업을 통해 적어도 하나의 사회 문제를 해결해 보자’는 단순한 고민에서 시작했다. 홍익대 주변 예술가들과 카페들이 자투리 공간을 활용해 아름답게 가꾸는 것을 보고 관심을 가졌다. 처음에는 재능을 갖고도 능력을 제대로 발휘할 기회가 없는 인디밴드 등 여러 가지 대상을 놓고 고민하다 중증장애인과 함께 소통 공간을 마련해 보기로 했다. ‘동구밭’이라는 이름은 마을 어귀를 뜻하는 ‘동구’에 텃밭을 붙인 말이다. 누구나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소통의 공간이 되길 바람에다 한국적 서정을 가미했다.

2013년 강동구 100㎡ 규모의 노지 텃밭을 분양 받아 중증 발달장애인 5명과 도시 농업을 시작했다. 그러나 장애인들은 텃밭 생산물보다 일반인들과 함께 어울리고 부대끼는데 더 큰 만족감을 느꼈다고 한다. 그래서 이들에게 소통 창구를 마련해 주고 사회성을 향상시키는데 방점을 둔 프로그램 개발에 나섰다. 장애인 전문가와 도시농업 전문가 간 세미나를 열기도 했고 ‘작은 규모의 농장이지만 건강하고 좋은 상품들을 출시하자’는 뜻을 담은 ‘소팜소굿’(小 Farm so good) 캠페인도 실시해 그들만의 ‘중증장애인-도시농업 프로그램’을 갖췄다. 8개 텃밭마다 ‘영화’ ‘음악’ ‘요리’등 주제를 정한 뒤 텃밭을 배경으로 한 영화 만들기, 타악을 곁들인 저녁 만찬 행사, 요리 대회 등 다양한 프로그램도 시도해 호평 받았다.

아직은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우선 주변의 지원에서 되도록 벗어나기 위해 든든한 수익 구조를 갖춰야 한다. 이를 위해 올해부터 프로그램을 100% 유료화 하는 한편 장애인복지관 등을 상대로 프로그램 세일즈에도 나설 계획이다. ‘중증 장애인들에게 직업을 주자’는 취지로 사업을 시작한 만큼 직업 교육도 강화할 생각이다.

중증장애인 뿐만 아니라 흙 없이 자란 요즘 어린이들을 상대로 한 텃밭 가꾸기 프로그램도 추진한다. 2017년까지 서울 25개 자치구 내에 구당 최소 한 개씩의 텃밭 소통 공간을 만들겠다는 당찬 목표도 세웠다. 동구밭의 송파구 소통 텃밭 만들기는 크라우드 펀딩 와디즈(http://www.wadiz.kr/Campaign/Details/642)에서 신청할 수 있다.

강주형기자 cub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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