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포·반포·잠실·과천…1980~90년대 지어진 공공분양 1세대 줄줄이 재건축
해외건설 실적 부진 만회하려는 대형사들 대거 참여로 더 늘 듯
서울 양재천 인근의 개포지구는 잠실ㆍ반포 등에 이어 조성된 대규모 아파트 단지였다. 1980년대 초 정부는 주택 500만호 건설 정책의 일환으로 황무지나 다름 없던 이 곳에 개포주공 1~7단지, 개포시영아파트를 필두로 총 34개 단지 3만여 가구를 순차적으로 준공했다.
그로부터 30여 년이 지난 올해 개포지구는 재건축 원년을 맞이하고 있다. 가장 먼저 개포주공2단지가 5일 관리처분계획안을 인가 받아 다음달 이주를 시작한다. 이 단지는 1,400가구에서 1,957가구 규모의 래미안 아파트로 탈바꿈할 예정. 이어 1,970가구로 구성된 개포시영아파트는 3~4월께 인가를 받아 35층, 2,296가구의 ‘래미안 강남 포레스트’로 재탄생한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주도 하에 조성된 공공분양아파트의 효시인 ‘주공’과 ‘시영’ 아파트가 하나 둘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있다. 80년대부터 본격화된 대규모 아파트 공급 정책의 결과로 탄생한 아파트들의 재건축이 본격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주공과 시영아파트가 사라진 단지들은 대부분 래미안 자이 아이파크 등 대형건설사들의 브랜드로 이루어진 아파트촌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11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따르면 전국에서 ‘주공’ 이름으로 분양을 한 아파트 단지는 70년대를 시작으로 2006년까지 총 980여개에 달한다. 2006년부터 2009년까지는 ‘휴먼시아’, 그리고 그 이후에는 ‘LH’란 이름을 붙이기 시작했다.
주공아파트 단지 중 지금까지 재건축을 통해 이름이 바뀐 단지는 약 50여개로 집계된다. 서울 강동구의 고덕아이파크(2012), 경기 광명의 e편한세상센트레빌(2010) 등이 대표적이다.
주공아파트들의 재건축은 향후 2~3년 동안 봇물을 이룰 전망이다. 70년대 준공된 반포주공과 잠실주공, 80년대 준공된 개포주공ㆍ과천주공ㆍ광명주공 등에 이어 90년대 상계주공과 중계주공단지 등까지 대거 재건축 연한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1982년 지어진 경기 과천주공 7-2단지가 상반기 이주 개시를 최근 확정한 것이 대표적이다.
지방자치단체가 분양하는 공공아파트인 시영아파트 역시 사정이 다르지 않다. 현재 전국에 100여개 단지가 분포한 시영아파트들은 송파구의 가락시영과 개포시영 등을 필두로 재건축이 본격화되고 있다. 재건축 연한 단축으로 혜택을 본 마포구의 성산시영(3,300가구)도 재건축의 가시권에 들어온 상태다.
더욱이 이 단지들은 규모가 크고 입지가 검증됐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런 까닭에 재건축 과정에서 대부분 대형건설사의 브랜드로 재탄생하고 있다. 조합원들의 지지를 얻어야 하는 도시정비사업의 특성상 브랜드가 알려진 대형사들이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채상욱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80년~90년대 초반에 걸쳐 정부 주도하에 조성된 아파트를 상징하는 주공이나 시영아파트들이 래미안 자이 아이파크 등의 브랜드로 대거 탈바꿈하는 거대한 변화가 시작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대형건설사들이 도시정비분야를 주력 사업으로 강화하려는 것도 이런 이유다. 특히 해외사업에서의 부진을 도시정비사업에서 만회하려는 분위기가 강하다. 재건축 관련 규제 완화와 저금리 저유가 등 경제 환경의 변화로 인해 재건축 시장의 전망이 밝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작년 재개발 재건축에서 2조3,498억원을 수주해 업계 선두를 차지한 대림산업의 경우 2013년 수주액은 1,722억원에 불과했다. 주택협회 관계자는 “향후 주택사업의 성패가 도시정비사업의 수주 경쟁력에 좌우될 가능성이 높다”며 “이에 따라 주공과 시영아파트들도 빠른 속도로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환구기자 redsu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