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무대에서 보여줄 수 있는 것을 모두 보여줬습니다. 대표팀은 물론 현역 은퇴도 말릴 순 없지요. 축구 말고도 재능이 많아 다른 일로도 충분히 봉사할 수 있는 친구입니다.”
한국 축구의 레전드 차범근(62) 전 수원 삼성 감독이 2015 호주 아시안컵을 마지막으로 태극마크를 반납하고 축구 인생 은퇴를 준비하는 ‘리틀 차붐’ 차두리(35·서울)에 대한 따뜻한 조언을 보냈다.
차 감독은 11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제27회 차범근축구상 시상식을 마치고 취재진과 만나 “은퇴 시점은 선수 스스로가 가장 잘 안다”며 “말리고 싶은 생각은 없다. 다른 일로 (축구계에)충분히 봉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차두리는 적잖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폭발적인 체력과 스피드를 선보인 올해 아시안컵을 마지막으로 14년간 간직해온 태극마크를 반납했다. 팬들은 연륜이 쌓이면서 더욱 실력이 만개한 차두리의 대표팀 은퇴를 아쉬워하며 은퇴를 막아달라는 청원 운동을 펼치기도 했다.
호주에서 아들이 태극마크를 달고 펼친 마지막 경기를 직접 본 차 감독 역시 아쉬움이 적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길을 이어 걸어준 아들이 다음 인생에 더 기대를 거는 듯했다.
차 감독은 “우리 시절에는 정말 전투적으로 살았다. 주변을 돌아볼 생각을 못했다”며 “하지만 두리는 말도 잘하고 성품은 물론 인간관계도 좋다. 무엇보다 선수로서 바닥과 최고의 순간까지 모두 경험을 했다. 또 외국에서 태어나 외국 사람에 대한 두려움도 없어서 앞으로 헤쳐나갈 두리의 인생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또 “두리는 하고 싶은 게 많은 친구다. 방송도 계속 하고 싶어하고 지도자 수업도 받고 싶어 한다”며 “선배들은 오직 축구만 보고 살아왔지만 다른 꿈이 많은 것은 좋은 것이다”고 덧붙였다.
아들의 대표팀 데뷔와 은퇴 경기를 모두 지켜본 소감에 대해선 “대표선수로서 마지막 무대에서 골을 넣는 것 빼고는 선수가 보여줄 수 있는 것은 모두 보여줬다”고 만족스러워 했다. 차 감독은 특히 “아들이 대표팀 은퇴식을 치를 수 있는 게 너무 좋다”며 “우리 때에는 그런 자리도 없었다. 옛날 선수들도 소급해서 대표팀 은퇴식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웃었다.
이현주기자 memor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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