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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 살림의 상식

입력
2015.02.11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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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연속 반복되는 세수결손

과다 계상된 세입-세출편성이 문제

버는 만큼 쓴다는 원칙 회복해야

살림을 꾸리는 사람이라면 적어도 한가지 지키는 원칙이 있다. 버는 만큼만 쓴다는 것. 타고난 '살림의 여왕'이 아니어도, 알뜰살뜰한 살림꾼이 아니어도, 이 정도는 다 안다. 갑자기 큰 돈 들어갈 일이 생겨서, 혹은 들어와야 할 돈이 뜻하지 않게 덜 들어와서 지출이 수입을 초과하는 경우가 생길 수는 있지만, 절대로 위험한 가계부를 계속 유지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유독 정부만, 평범한 주부도 알 만한 이 상식을 어기고 있다. 세수결손 세입펑크. 예산을 짤 때 예상했던 수입(세입)보다 실제 세금이 덜 걷히는 상황이 벌써 3년째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쓰려고 했으나 못 쓴 돈(불용액)이 있어 세수결손이 그대로 재정적자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세수펑크가 계속 난다는 건 정부재정운용 자체에 큰 구멍이 있다는 의미다.

2012년에 2조8,000억 원의 세수결손이 생겼을 때만해도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원래 세입추정이 딱 들어맞지는 않으니까. 200조원 세입예산을 산정하면서 1% 정도의 오차는 충분히 용인할 만한 것이기도 했다. 2013년 세수펑크금액이 8조5,000억 원으로 불어났을 때도 크게 심각히 보지는 않았다. 실물경기가 기대했던 것보다 워낙 나빴으니까, 게다가 외환위기 직후였던 1998년에도 비슷한 규모의 세수펑크가 났던 전례가 있었으니까.

하지만 2014년 결손은 더 불어났다. 목표액 대비 미달금액은 무려 10조9,000억 원. 결손규모론 역대 최대다. 한 두 번이면 몰라도 3년 연속결손이라면, 게다가 부족규모가 계속 불어나 두 자릿수로 진입했다면 이건 심각한 만성단계라고 해도 정부로선 할 말이 없을 것이다. 2015 회계연도 개시 두 달이 채 지나지 않았지만, 올해도 같은 상황이 재연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고질화된 세수결손의 이유는 둘 중 하나다. 정부의 세입추계능력이 형편 없거나, 아니면 세입부진이 예상됐는데도 애써 무시한 채 지출예산을 늘려 잡았거나. 첫 번째 이유 때문이라면 정부는 무능력한 것이고, 두 번째 사유였다면 무모한 것이 된다.

추정컨대 만성적 세수결손의 진짜 이유는 두 번째, 그러니까 무모한 예산편성이 아닐까 싶다. 기획재정부 세제실의 세입 전망능력이 그렇게까지 낙제수준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아마도 쓸 돈의 규모를 미리 정해놓고 들어올 돈을 억지로 꿰 맞추다 보니 이런 참담한 결과가 빚어졌을 것을 것이다. 일부는 세율을 올리고, 일부는 공제방식을 바꾸고, 일부는 감면제도를 줄이고, 여기에 탈세조사까지 강화했지만 국민이나 기업의 호주머니가 화수분도 아닌 담에야 애초 모자랄 수 밖에 없는 세수목표를 틀어막는 데는 한계가 있었을 것이다.

이대로 계속 갈 수는 없다. 세수결손이 매년 반복된다는 건, 감내할 수 있는 규모 여부를 떠나 기본적으로 정부의 공신력 문제이기 때문이다. 올해 예산은 이미 편성했으니까 어쩔 수 없을지 몰라도, 적어도 내년엔 이 고질적 관행을 끝내야 한다.

가장이라면, 주부라면, 작은 기업이라도 운영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살림의 상식'만 지킨다면 바로잡지 못할 것도 없다. 돈은 들어오는 범위 안에서 쓴다는 가장 기초적 상식 말이다. 그것만이 장밋빛 경제전망→부풀려진 예산편성→무리한 세입추계→세수결손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끊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기획재정부도 이걸 모르지는 않은 것 같다. 지난해 같은 제2차관 소관업무였던 세입(세제실)과 세출(예산실)을 분리, 세제실을 1차관 산하로 옮겨놓은 것도 결국은 '세출우선-세입종속' 현상을 바로잡겠다는 취지였다. 사실 정치의 영역으로 들어가면 돈을 버는 것보다는 항상 쓰는 것에 관심이 쏠릴 수 밖에 없기 때문에 늘 예산실의 힘이 세제실을 압도하게 된다. 기획재정부의 업무분장은 결국 양쪽을 떨어뜨려 놓음으로써 세입과 세출 사이에 어느 정도 견제와 균형 원리가 작동되게 한다는 것인데, 오죽하면 이렇게까지 했을까 싶다는 생각도 든다.

정부는 하루빨리 살림의 상식으로 되돌아가야 한다. 많이 쓰고 싶다면 더 걷거나, 도저히 못 걷겠으면 덜 쓰거나. 결국은 이 역시도 증세냐 복지구조조정이냐의 문제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뭘 선택하든 더는 이 논쟁을 피할 수는 없는 이유다.

이성철 부국장 s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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