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청래 새정치민주연합 최고위원의 막말이 때아닌 파문을 부르고 있다. 그는 그제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승만 박정희 전 대통령을 히틀러에 빗대었다. 문재인 대표의 두 전 대통령 묘역 참배를 비난하면서 “독일이 유대인 학살에 대해 사과했다고 유대인이 그 학살현장이나 히틀러 묘소에 가서 참배할 수 있겠느냐”, “일본이 우리에게 사과했다고 우리가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고, 천황 묘소에 절을 할 수 있겠느냐”고 밝혔다.
그의 발언은 여러 모로 부적절하다. 국민 다수의 역사인식과 동떨어진 독특한 역사인식을 굳이 따져 물을 게 없다. 당장 직접적 비난 대상이 된 문 대표와 야당, 간접적으로 비난 대상이 된 박근혜 대통령과 여당에까지 불쾌감을 던졌을 만하다. 나아가 문 대표의 참배가 ‘정치전략적 고려’임을 알면서도 제1야당이 모처럼 보인 변화 몸짓을 반겼던 많은 국민에게 놀라움과 언짢음을 안겼다. 비속어를 섞지도 않은 그의 말을 두고 ‘막말’ 논란이 이는 게 다 그 때문이다.
그는 과거에도 여러 차례 막말 논란을 부른 바 있다. 2013년 11월 박 대통령을 굳이 ‘박근혜 씨’로 불렀고, 그에 앞서 7월에는 “바뀐 애(박근혜의 패러디)는 방 빼”라는 막말을 올린 것 등이다. 비록 그런 전력이 있다고 해도, 전당대회에서 최고위원에 당선돼 정치적 위상이 높아진 이상 새로운 위상에 걸맞은 말의 품격을 보여주어야 했다. 정치인이 절제되고 품격 있는 말에 대한 오랜 국민적 요구에 비추면 더욱 그렇다.
2ㆍ8 전당대회 최고위원 경선에서 그는 ‘당 대포(大砲)’를 자처했다. 남다른 공격성을 앞세워 ‘선명야당’ 노선에 함몰된 당원ㆍ대의원의 환심을 사려는 심산이었을 것이다. 대포는 가끔씩, 정확하게 쏘아야 위력적 공격 수단이 되는 것이지, 아무 때나 천지사방으로 마구 쏘아댄다면 고장 난 소총만도 못하다. 더욱이 강경 일변도의 제1야당 행보에 대한 국민적 우려를 덜고, 수권 정당으로의 이미지를 끌어올리기 위한 문 대표의 선택에 제동을 거는 것은 자해에 가깝다. 오죽하면 당내에서 “뒤에서 총질을 해대면 대표가 어떻게 리더십을 발휘하느냐”는 힐난이 나올까.
이번 논란을 계기로 제1야당이 상식적, 국민통합적 역사인식을 모색할 수 있다면 그나마 다행이다. 또한 정치권 전체가 말의 품격과 절제의 중요성을 새삼 깨닫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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