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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통일준비 법제화의 중요성

입력
2015.02.10 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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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해 광복과 분단 70주년이라는 시점은 통일을 준비하는 우리에게 새삼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그 동안 역대 정부별로 통일에 관한 여러 가지 구상과 선언들이 있었다. 그렇지만 지금까지 꾸준히 실천되고 있는 것이 과연 몇 개인지 언뜻 떠오르지 않는 것은 필자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통일이라는 문제가 가진 특수성과 복잡성에 기인한 측면도 있겠지만, 그 동안 통일의 기반을 쌓기보다 정치적 구호로서만 통일을 외치고, 당장 관심을 끌기 쉬운 이벤트성의 통일사업에만 매진해 온 것이 아닌지 스스로 반성해 볼 필요가 있다.

이제 우리 헌법이 담고 있는 통일정신을 다시 돌아보아야 한다. 우리 헌법 제4조는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평화통일 조항은 하면 좋고 안되면 그만인 선언적 조항이 아니다. 헌법은 평화통일을 국가의 책무로 제시하고 있다. 따라서 정부는 평화통일을 목표로 국가 대계를 세우고, 이를 바탕으로 정권을 넘어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통일을 추진해 나가는 기반을 다져야 한다. 평화통일을 위한 첫 번째 기반은 남북관계의 발전이다. 남과 북이 반목의 과거를 떨쳐내고 상호 교류와 협력을 통해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마침 광복 70주년을 맞아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고, 남북이 모두 신뢰회복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는 만큼 이 기회를 놓치지 않도록 좀 더 의지를 갖고 노력해야 한다.

평화통일을 위한 두 번째 기반은 국내적으로 국민들의 통일의지를 한 데 모으고, 통일에 대비한 각종 물적?인적?제도적 인프라를 확충하는 것이다. 작년 설립된 대통령 직속 통일준비위원회는 이런 측면에서 의미 있는 시도라고 평가할 수 있다. 처음으로 민간이 본격적으로 통일정책의 과정에 참여하고, 통일준비를 위한 구체적 과제를 연구하고 자문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나아가 이를 정부에서 정책화한다는 점은 통일준비를 정치적 담론을 넘어 실천의 영역으로까지 넓히는 데에 기여하고 있다. 아울러 통일준비위원회가 대통령 직속으로 구성, 운영돼 통일준비가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이고 체계적으로 추진될 기초를 마련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볼 만하다.

그러나 통일준비위원회의 설립과 운영만으로 국가차원의 안정적인 통일준비의 기반이 마련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현재 통일준비위원회는 대통령령에 근거하고 있다. 이 때문에 위원회 차원에서 할 수 있는 과제와 사업들은 법령에서 제시한 내용에 한정돼 추진되고 있다. 무릇 통일준비를 장기적 안목에서 지속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현행 통일준비위원회의 범위를 넘어 국가적인 차원의 통일준비 활동을 제도화해야 한다. 평화통일의 기반을 구축해야 하는 국가의 책무를 법에 명시하고, 평화통일을 위한 중장기 계획을 수립해 그 테두리 내에서 정부 각 부처와 민간의 역량을 모아가야 한다. 특히 정부 내 모든 업무가 평화통일 지향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인력을 양성하고, 조직을 갖추어 나가야 한다. 통일준비위원회도 이 기회에 법률에 근거해 통일준비가 정부를 넘어 지속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지난 2005년 우리는 여야 합의로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을 제정했다. 비록 현재 남북관계가 우리의 기대만큼 발전되지 못했지만 이 법 제정의 의미는 크다. 남북관계의 기본원칙이 법률로서 명확히 제시됐고, 남북간 합의서의 체결절차가 법정화되는 등 남북관계를 보다 안정적이고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밑거름이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우리의 통일환경이 크게 변화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국내적 통일기반 구축에 관한 별도의 법률을 제정할 시점이다. 지난 1월 정부에서 (가칭)평화통일기반구축법을 제정한다고 발표한 것은 늦었지만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법제정 과정에서 여야를 비롯한 시민단체의 의견도 충분히 반영돼야 할 것이다. 이것이 분단 70년인 2015년을 한반도 통일시대의 원년으로 만드는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기대한다.

박정원 국민대 법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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