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사설] 인권위, 왜 번번이 정치적 편향 논란 자초하나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사설] 인권위, 왜 번번이 정치적 편향 논란 자초하나

입력
2015.02.10 17:22
0 0

국가인권위원회가 탈북자단체 등의 대북전단 살포를 막아서는 안 된다는 의견을 표명키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인권위는 지난달 말 열린 전원위원회에서 11명의 위원 중 8명의 찬성으로 이런 의견표명에 찬성했다고 한다. 시민단체뿐만 아니라 접경지역 주민들도 주민의 안전을 외면하고 정부 입장만 대변한 조치라며 반발하고 있다.

인권위가 대북전단 살포 허용의 근거로 제시한 것은 표현의 자유다. 민간단체나 개인의 대북전단 살포는 표현의 자유에 속하는데 북한의 협박을 이유로 정부가 나서서 국민의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은 인권침해라는 주장이다. 인권위는 또 “북한 위협은 표현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는 근거인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인권위의 주장은 교과서적인 측면에서는 타당할 지 모르나 현실성이 결여돼있다. 지난해 10월 탈북자단체의 대북전단 살포에 대응해 북한군이 쏜 총탄이 접경지역 마을에 떨어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최근에도 탈북자단체가 대북전단을 기습살포하자 북한은 “군사적 보복대응”을 경고하기도 했다. 북한의 위협은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에 해당한다고 충분히 인식할 만하다. 이런 상황에서는 접경지역 주민의 안전이 대북전단을 살포하지 못해 제한되는 표현의 자유보다 공익적 측면이 더 크다고 판단하는 게 당연하다. 인권위의 의견표명안은 법원의 판단과도 동떨어져 있다. 지난달 의정부지법은 대북전단 살포를 제지하는 것이 표현의 자유에 어긋나지 않은 적법한 행동이라고 판결한 바 있다. 재판부는 당시 “대북전단 살포가 접경지역 주민의 생명과 신체에 급박하고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더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2009년 현병철 체제 출범 이후 표현의 자유에 대해 둔감했던 인권위가 정부의 관심사인 대북 문제에만 유독 경도된 반응을 보이려 하는 점이다. 지난해 10월 한 시민단체가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풍선을 날리려다 경찰의 제지로 무산됐으나 인권위는 침묵했다. 민간인 불법사찰과 용산참사, 밀양 송전탑 농성, 쌍용차 사태 등 표현의 자유를 비롯한 각종 인권침해 사례에서 지나친 보수적 편향성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인권위가 지난해 국가인권기구로부터 두 차례 등급보류 판정을 받아 국제적 망신을 산 데서 보듯 정권 눈치보기에 급급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인권위는 대북전단 살포와 관련한 최종 결정문 발표에 앞서 탈북자단체의 인권만이 아니라 접경지역 주민의 인권과 남북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할 필요가 있다. 인권위는 어떤 경우에도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굳게 지켜야 한다. 그런 논란에 휘말리는 순간 스스로의 권위와 존재가치에 되돌릴 수 없는 상처를 입는다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