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유력 언론 가운데 최초로 워싱턴포스트(WP)가 ‘미국 역사학자들이 집단 성명을 발표하는 등 일본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의 과거사 왜곡 시도에 강력 반발하고 있다’고 9일 보도했다. 이번 보도는 미국 정부가 전날 ‘아베 정권의 시도는 학문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는 입장을 내놓은 직후 나온 것으로, 미국 주류 언론마저 일본의 퇴행적 역사관을 집중 조명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뜻한다.
WP는 일본 도쿄발 기사에서 미국 역사학자들이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 일본 역사학자들에게 일본 정부의 수정 압력에 흔들리지 말라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일본 보수층이 위안부 피해자를 단순한 ‘성매매 여성’으로 취급하려 하는 것에 대해, 한국이 역사를 지우려는 행태라고 비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WP는 또 미국 역사학자 19명이 채택한 성명서를 인용,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가 일본 정부의 강압에 의해 끌려간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역사적 사실이라고 소개했다. 이번 성명을 주도한 알렉시스 더든 코네티컷대 교수는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미국 역사학자들의 성명 발표를 일본을 깎아 내리려는 것으로 봐서는 안되며, 오히려 그 반대”라고 말했다. 그는 “이 성명은 일본의 동료들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와이대 허버트 지글러 조교수도 일본 외교관이 지난해 자신의 연구실까지 찾아와 미국 역사 교과서의 위안부 서술 수정ㆍ삭제하라고 요구한 것에 대해, “나의 표현의 자유와 학문의 자유를 침해한 중대한 행위”라고 지적했다.
한편 WP는 아베 정권의 역사 퇴행적 접근과 함께, 한국인들이 이 문제에 대해 미국에서 꾸준히 여론을 환기시키고 있다고 소개했다. WP는 한국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버지니아와 캘리포니아 주에 위안부 기림비가 설치됐으며 교과서에 한국과 관련한 지리적 용어의 수정 등을 위해 미국 여러 주에서 로비 활동을 벌이고 있다고 전했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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