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부터 ‘경계너머, 지금 여기’
천주교 신자가 말한다. “가톨릭은 성직자의 권위주의, 다른 종교보다 낫다는 우월감이 강해요. 하지만 예수 말씀의 핵심은 자유와 해방이죠.”
이를 듣고 있던 불교 신자가 거든다. “불교에선 ‘깨달음’이 권위이면서 행동하지 않는 핑계거리가 됐어요. 불교를 흔히 ‘깨달음의 종교’라고 하지만, 깨달음을 실천하는 종교지, 깨달음을 추구만 하는 종교가 아닙니다.”
개신교 목사도 할 말이 많다. “개신교의 권위주의도 심각한 문제입니다. 특히 일부 대형교회 목사들이 자신에게 권력을 집중시키기 위해 권위적 제도를 만들어냈어요. 자신에게 향하는 비판을 피하는 도구로도 활용하고 있지요.”
한국 사회를 분점한 세 종교의 교인이자 학자들이 만났다. ‘종교’를 논하기 위해서다. 평범한 이들이 아니다. 각 종교에서 ‘입 바른 소리’ 하기로 유명한 이른바 개혁파들이다. 불교의 조성택 화쟁문화아카데미 대표, 천주교의 김근수 해방신학연구소장, 개신교의 김진호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연구실장(목사)이다. 김 목사의 말을 빌리면, “한국 사회에서 가장 많이 속죄해야 할 세 종교의 ‘삐딱이’들이 만나 속엣말을 겁 없이 하는 자리”다.
세 사람은 이달부터 11월까지 매달 한번씩 만나 자기 종교, 남의 종교를 갖고 토론한다. 이 종교포럼의 간판은 ‘종교를 걱정하는 불자와 그리스도인의 대화 : 경계 너머, 지금 여기’다. ‘무엇이 걱정인가’ ‘왜 걱정인가’ ‘어떻게 해야 하는가’가 대주제다.
‘주모자’는 조성택 대표다. 그는 “오늘날 종교의 문제는 특정 종교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며 “내 종교, 남의 종교, 우리 사회로 범위를 넓혀나가 이 시대 종교의 사회적 역할을 찾는 데 머리를 맞대고 싶다”고 말했다.
조 대표가 불교의 문제에 대해 발제를 하면 김진호 목사와 김근수 소장이 함께 토론을 벌이는 방식이다. 조 대표는 “발제가 30%라면 당일 세 사람의 현장 토론이 70%의 비중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이 꺼내 든 ‘자아비판’의 주제는 각 종교의 주류가 언급하기 꺼리는 것들이다. 조 대표는 ‘불교의 깨달음 지상주의’ ‘이웃의 고통에 공감하지 않는 불교’ ‘정의들의 화쟁’을, 김 목사는 ‘개신교의 배타주의와 타자의 악마화’ ‘(교회 건축에만 신경 쓰는) 성형 사회의 그리스도교’ ‘사회적 영성’을 준비했다. 김 소장의 열쇳말은 ‘가톨릭의 권위주의’ ‘그리스도교와 가난’ ‘자유와 해방’이다. 토론에 불을 붙일 사회자들은 정경일 새길기독사회문화원장, 박병기 한국교원대 교수(윤리교육), 성해영 서울대 인문학연구원 교수다.
세 사람은 왜 이 시기에, 이런 포럼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 한 걸까. 이들은 “세월호 참사를 겪으며 세 종교의 역할이 너무 무기력했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다”고 입을 모았다. 김 소장은 “독일에서 ‘아우슈비츠 이후의 신학’이 화두가 됐듯 ‘세월호 참사의 고통 안에서 종교가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정경일 원장은 “종교의 존재 이유는 고통에 대처하는 길의 제시”라며 “그 어느 때보다 사회적 고통이 극심한 이 때에 세 종교가 모여 고통에 응답하는 해방의 언어를 찾아가는 여행을 시작하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들의 첫 여정은 28일 오후 1시 서울 종로구 사간동 화쟁문화아카데미에서 시작한다. 주제에 관심 있는 일반인도 참여할 수 있으나 소정의 참가비가 있다. 매회 토론은 온라인에서 동영상으로 서비스되며 책으로도 출간될 예정이다. 문의 070-8872-2023
글ㆍ사진 김지은기자 lun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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