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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반독점 규제를 넘어… 세계 최대 미디어 공룡 탄생하나

입력
2015.02.10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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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성 좋은 컴캐스트, 2011년엔 NBC유니버설과 한살림

업계 넘어 정치권으로 반발 확산, 오바마 정치자금 큰손 컴캐스트

NBC 인수 막강 로비력 또 발휘될까, 작년 로비자금 1700만 달러 2위

컴캐스트는 미국인에게 매우 친근한 이름이다. 미국 유료 케이블TV 시장 점유율 22%를 차지하는 1위 기업인데다, 다섯 집 건너 한 집이 컴캐스트가 공급하는 초고속인터넷망을 사용하고 있다.

이미 충분히 덩치가 큰 이 기업이 지난해 업계가 바짝 긴장할 인수합병을 발표했다. 미국 ‘넘버 2’ 케이블TV회사 타임워너케이블과 살림을 합치기로 한 것이다. 타임워너케이블은 인터넷서비스업에서도 업계 3위인 거대 미디어 회사다.

컴캐스트 본사가 있는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의 컴캐스트 센터 전경. 로이터 연합뉴스
컴캐스트 본사가 있는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의 컴캐스트 센터 전경. 로이터 연합뉴스

● 세계 최대 미디어회사 탄생 임박

컴캐스트의 타임워너케이블 인수 가격은 450억달러(48조7,000억원). 엄청난 액수이긴 하지만 인수합병 역사에 길이 남을 정도는 아니다. 의미가 더 큰 것은 이 합병으로 업계 지형이 크게 달라진다는 점이다. 합병이 완료되면 미국 초고속인터넷망(전송률 초당 10메가바이트 이상 기준) 시장 36%를 컴캐스트-타임워너케이블이 차지하게 된다. 초당 50메가바이트 이상 초고속인터넷망 시장 점유율은 60%나 된다. 유료TV 시장 점유율도 당장 33%가 돼 후발 주자를 멀찌감치 떨어트린다. 미국 최대 케이블TV회사이자 초고속인터넷망 회사가 될 뿐 아니라 월트 디즈니를 제치고 세계 최대 미디어 회사로 도약한다.

인터넷 스트리밍 서비스를 축으로 방송시장이 재편되는 상황에서 합병의 후폭풍은 거셀 수 밖에 없다. 컴캐스트의 콘텐츠 경쟁력도 만만치 않다. 컴캐스트는 2011년 미국 3대 지상파TV 중 하나인 NBC와 할리우드 유명 스튜디오 유니버설 등을 거느린 NBC유니버설의 주인이 됐다. NBC유니버설의 콘텐츠가 컴캐스트라는 날개를 달고 날아오르는 셈이다.

업계는 컴캐스트-타임워너케이블이 쥐게 될 막강한 권력을 두려워하고 있다. 우월적 지위를 활용해 방송 프로그램 제작사와 유통업자들을 압박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미국의 비영리기구 ‘프리 프레스’의 크레이그 애론 회장은 “인터넷망을 활용한 온라인 사업을 하고 싶다면 컴캐스트를 찾아가야만 할 상황이 올 것”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에 밝혔다.

● 경쟁기업들 美 연방통신위 압박

몇몇 기업들은 미 연방통신위원회(FCC)를 압박하는 행동에도 나섰다. 컴캐스트와 타임워너케이블의 합병은 반독점에 어긋난다며 민원을 제기한 것이다. 스트리밍 서비스로 미국 방송시장의 강자로 떠오른 넷플릭스와, 디스커버리채널을 소유한 디스커버리 커뮤니케이션 등이 이런 움직임을 주도하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거대 컴캐스트 저지 연대’라는 모임까지 출범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이 모임 수석부회장인 제프 블럼은 “컴캐스트-타임워너케이블은 시장 경쟁과 소비자들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하던 것들을 파괴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블럼은 컴캐스트의 유료TV 경쟁회사 중 하나인 디쉬의 법률 고문이기도 하다.

컴캐스트는 이런 반발을 모략이라고 일축하고 있다. ‘거대 컴캐스트 저지 연대’는 이익에만 매몰된 적들의 소규모 모임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컴캐스트의 대변인 세나 피츠모리스는 보도자료를 내 “소비자들에게 더 높은 사용료를 부과해 수십억 달러를 더 벌고자 하는 몇몇 기업들이 합병에 반대하는 조직을 만들려고 여러 회사들을 돈으로 꼬드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FCC는 컴캐스트와 타임워너케이블의 합병 승인 여부를 심리 중이다.

컴캐스트의 최고경영자인 브라이언 로버츠(왼쪽)가 2013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여름 휴가를 위해 머물고 있는 섬 마사스 바인야드의 골프장에서 함께 골프를 즐기고 있다. 마사스바인야드=AP연합뉴스
컴캐스트의 최고경영자인 브라이언 로버츠(왼쪽)가 2013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여름 휴가를 위해 머물고 있는 섬 마사스 바인야드의 골프장에서 함께 골프를 즐기고 있다. 마사스바인야드=AP연합뉴스

● 오바마와 관계 두고 보수진영도 반발

컴캐스트와 타임워너케이블의 합병은 업계 밖으로도 불똥을 튀기고 있다. 진보 진영뿐 아니라 규제라면 질색하는 보수 진영까지 합병 저지에 나섰다.

보수단체 ‘보수 활동 자금’은 일명 ‘스윙 스테이트’라 불리는 정치적 중립 지역인 플로리다와 미시간, 네바다, 오하이오, 펜실베이니아주에 지난달 14일부터 2분짜리 합병 반대 방송 광고를 내보내고 있다. 대통령선거 등 주요 선거에서 판세를 결정해온 스윙 스테이트의 민심을 설득해 합병을 막아보겠다는 의도다.

이 광고는 컴캐스트와 타임워너케이블이 한 살림을 차리면 심각한 여론 왜곡의 우려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컴캐스트의 영향력 확대가 민주당 우호 세력의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인식이 깔린 것이다. 보수세력은 컴캐스트의 자회사격인 NBC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게 유리한 보도를 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스윙 스테이트 5개주의 NBC 협력 방송국들은 합병 반대 광고 방송을 거부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보수 활동 자금’은 “정부가 합병을 승인한다면 컴캐스트는 지역 정치 광고의 80%를 통제하게 된다”며 “어쩌면 정부의 허가를 받은 컴캐스트가 미래를 검열하려 들 수도 있다”고 비판했다.

이런 보수 진영의 의혹 제기는 컴캐스트와 오바마의 돈독한 관계에서 비롯된 것이다. 컴캐스트 직원들은 2012년 재선에 나선 오바마에게 33만7,000달러를 기부했다. 기업 기부로는 상위 7위였다. 컴캐스트의 데이비드 코헨 부회장 부부는 100만달러를 별도로 내놓았다. 오바마가 2013년 정치자금 모금 행사 참석을 겸해 코헨의 집을 방문해 던진 유머는 의미심장하다. “(워낙 자주 코헨의 집을 찾다 보니)유월절(유대교 축제일) 저녁식사 빼고는 이 집에서 모든 걸 해봤다.” 컴캐스트의 브라이언 로버츠 최고경영자는 오바마의 골프 친구이기도 하다.

● 막강 로비력이 규제 뚫을 수 있을까

하지만 이런 관계에도 불구하고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컴캐스트와 AT&T, 버라이존 같은 초고속인터넷회사가 온라인 동영상 판매에 나서지 못하도록 규제하는 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컴캐스트와 타임워너케이블의 합병에 악재가 될 수 있는 발언이다. FCC는 컴캐스트와 타임워너케이블의 합병 승인에 대해 매우 신중하다. 각계 여론을 듣고 법률적 요소를 검토하기 위해 승인 여부 결정을 미루고 있다. 당초 지난 연말로 예상됐던 승인 여부 결정은 3월쯤으로 미뤄졌다.

컴캐스트의 창업주 랠프 로버츠는 1963년 아메리칸 케이블 시스템스를 인수하며 케이블TV사업에 뛰어들었다. 가입자 1,200명에 불과한 미시시피주의 작은 회사였다. 단독 인수도 아니었다. 두 사람이 인수자 명단에 함께 이름을 올렸다.

로버츠가 69년 단독경영에 나서며 사업은 번창했다. 72년 나스닥에 상장했고 성장을 거듭하다 1994년 전기를 맞았다. 케이블TV회사 맥클린 헌터를 인수해 가입자가 3,300만명이 됐고 미국 제3위 케이블TV 회사로 떠올랐다. 2004년엔 AT&T로부터 초고속인터넷사업 부문을 720억달러에 사들였다. 2005년 타임워너와 손잡고 대형 케이블TV 아델피아커뮤니케이션을 인수한 뒤 자산을 나눠가졌다. 2011년엔 콘텐츠 분야에도 손을 뻗어 NBC유니버설의 주식 51%를 확보하며 새로운 주인이 됐다.

커가는 덩치에 걸맞게 로비력도 강화했다. 아델피아커뮤니케이션와 NBC유니버설 인수에 대한 연방통신위원회(FCC)의 승인을 받을 때 로비력이 큰 역할을 했다는 후문이다. 컴캐스트는 지난해 1,700만달러(약 184억원)를 쓰며 로비금 지출 2위에 올랐다. 컴캐스트는 현금 확보를 중시한다. 되도록 많은 현금을 보유하고 있어야 위기에 대비할 수 있고 기회 활용도 많아진다는 이유에서다. 로버츠는 “어린 시절 대공황으로 아버지가 모든 것을 잃는 모습을 본 영향이 크다”고 말했다. 업계는 컴캐스트의 막강한 로비력이 이번에도 발휘될지 주목하고 있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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