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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한의 '논란' 연대기… 끝없는 '데스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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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한의 '논란' 연대기… 끝없는 '데스노트'

입력
2015.02.10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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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방송 중인 MBC 드라마 '압구정 백야'의 한 장면. 조나단(김민수 분)이 조직 폭력배와 실랑이를 벌이다 벽에 머리를 부딪혀 죽는 설정이다. 다소 억지스러운 전개로 구설에 올랐다. MBC 방송화면 캡처
현재 방송 중인 MBC 드라마 '압구정 백야'의 한 장면. 조나단(김민수 분)이 조직 폭력배와 실랑이를 벌이다 벽에 머리를 부딪혀 죽는 설정이다. 다소 억지스러운 전개로 구설에 올랐다. MBC 방송화면 캡처

'데스노트'가 시작됐다. MBC '압구정 백야'의 주인공 조나단(김민수 분)이 극중 조폭에게 맞아 세상을 떠났다. 개연성 없는 전개로 말이 많았던 MBC '오로라 공주'를 답습한 꼴이다. 하지만 '욕 하면서 보는 드라마'답게 시청률은 고공행진 중이다.

광산의 끝자락을 일컫는 막장이란 단어는 TV와 융합하면서 ‘막장 드라마’라는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냈다. 한마디로 갈 데까지 갔다는 뜻이다. 더 이상 갈 곳이 없기 때문에 말도 안 되는 상황설정으로 줄거리를 만들어 낸다. 막장드라마의 대표 작가가 바로 임성한 작가다.

임성한 작가표 막장 대본의 시초는 199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보고 또 보고'(1999)는 한국사회의 생경한 소재인 '겹사돈' 설정으로 힐난을 받았다. 그러나 최고시청률 57.3%를 기록하며 임 작가를 일약 스타덤에 올려놓는다. 이후 '인어아가씨(2003), '하늘이시여'(2005), '신기생뎐'(2011), '오로라 공주'(2013) 등을 거쳐 임 작가의 막장 코드는 점점 더 자극적인 양상을 보였다. 특히 등장인물들의 잦고도 이상한 죽음으로 생명경시 풍조를 조장한다는 비난까지 받고 있다. ▶관련기사 보기

1. 임성한 ‘데스노트’의 시작…2005년 '하늘이시여'

SBS '하늘이시여'에서 주인공의 비밀을 알고 있던 소피아(이숙 분)는 코미디 프로그램을 보고 웃다가 사망했다. 사인은 심장마비. 극 전개상 하차해야 하는 역할이라 해도 어색한 죽음이었다. 이후에도 이 작품에서만 3명이 무리한 죽음으로 퇴장했다.

방송 초기에는 분장사(메이크업 아티스트)를 비하했다는 논란이 일었다. "기껏 분장사랑 사귀어? 어디 여자가 없어서 분장사야?" "누가 분장사 되고 싶어서 됐어요? 나도 우아한 직업 가질 수 있었어"라는 대사가 문제가 됐다. 방송 이후 한국방송분장연합회와 한국메이크업교수협의회가 사과를 요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제작진은 "상대적인 직업 차이를 강조하기 위한 극적 설정이었다"며 공개 사과했다.

2. 장군·할머니까지 소화…2011년 '신기생뎐' 귀신 빙의 장면

이후 임 작가는 무속신앙 요소가 가미된 설정으로 한층 더 차별화된 막장을 선보였다. '신기생뎐' 속 귀신 빙의 장면이 대표적이다. 49회에서 신내림을 받은 아수라(임혁 분)는 귀신에 빙의돼 이상 행동을 보였다. 관련 장면에서 장군·할머니·동자 귀신 등이 CG로 등장했다. 특히 귀신에 빙의된 아수라가 눈에서 푸른 레이저를 쏘는 장면은 코미디 프로그램을 연상시킬 만큼 낯설게 다가왔다.

2011년 방송됐던 SBS 드라마 '신기생뎐'의 한 장면. 등장인물의 눈에서 레이저가 발사되는 무리한 설정으로 구설에 올랐다. SBS 방송화면 캡처.
2011년 방송됐던 SBS 드라마 '신기생뎐'의 한 장면. 등장인물의 눈에서 레이저가 발사되는 무리한 설정으로 구설에 올랐다. SBS 방송화면 캡처.

3. 등장인물에 강아지까지 하차…2013년 '오로라 공주' 대본 논란

임 작가의 대본 논란은 '오로라 공주'에서 정점을 찍었다. 118회 암에 걸린 설설희(서하준 분)는 박지영(정주연 분)에게 자신의 병을 고백했다. 이 장면에서 그는 "암세포도 생명이다. 내가 죽이려고 하면 암세포도 느낄 것 같다"며 "내가 잘못 생활해 생긴 암세포인데 나 살자고 암세포들 죽이는 짓 안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논란이 커지자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비상식적인 발언을 자제해 달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오로라 공주'는 무려 13명의 출연진을 하차시킨 것으로 유명하다. 오금성(손창민 분)의 내연녀였던 박주리(신주아 분)을 시작으로 오대산(변희봉 분), 오왕성(박영규 분), 장연실(이상숙 분), 사임당(서우림 분) 등이 극중 숨을 거뒀다. 심지어 주인공이 아끼던 개 떡대도 임 작가의 살생부에 올랐다. 떡대가 죽은 후에는 암에 걸렸던 설설희가 완치돼 시청자의 실소를 자아냈다. 잦은 돌연사에 논란이 일자 제작진 측은 홈페이지를 통해 등장인물의 죽음을 사전 공지하는 기행까지 보였다.

마지막도 논란으로 마무리됐다. 높은 시청률에 힘입어 제작진은 당초 120회로 기획했던 '오로라 공주'를 30회 연장했다. 그런데 이후 임 작가가 50회를 추가 연장해야 한다고 요구하면서 연장설이 다시 흘러나왔다. 임 작가의 원고료가 50억원이 넘는다는 보도가 터지자 그에 대한 반감이 증폭됐다. 네티즌은 '오로라 공주' 연장 반대 및 작가 퇴출 서명 운동을 벌였다. 제작진이 추가 연장 결정을 취소하면서 사태는 마무리됐다.

4. 2015년 '압구정 백야', 데스노트 재현되나

평이하게 흐르는 듯했지만, 결국 '압구정 백야' 속 인물도 죽음을 피하지 못했다. 78회 방송 분에서 조나단은 결혼식을 올리자마자 사고를 당했다. 맹장수술로 입원해있던 어머니의 병문안을 갔다가 조폭과 시비가 붙었다. 쓰러지며 벽과 바닥에 머리를 부딪힌 조나단은 이어지는 79회에서 숨을 거뒀다.

조나단의 어머니 서은하(이보희 분)는 오열하면서도 '하늘의 뜻'이라고 생각했고, 이내 원하던 방귀를 배출했다. 아들의 사망 소식을 들은 어머니의 모습으로는 공감하기 어려운 장면이었다.

'오로라 공주'에 이어 '압구정 백야'도 30회 연장을 논의 중이다. '오로라 공주' 때처럼 반대 서명 운동이 일지는 않지만, 시선이 곱지 만은 않은 것도 사실이다. 드라마가 연장된 사이 또 어떤 인물이 임 작가의 펜 끝에서 죽어나갈지 시청자는 매회 긴장 중이다. 일각에서는 ‘오로라 공주’ 때처럼 하차 예고제를 도입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농까지 들린다.

이소라기자 wtnsora2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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