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청년유니온 등 3개 단체, CGV·롯데·메가박스 공정위 신고
"팝콘은 원가의 8배 값 폭리" 주장
직장인 이모(38)씨는 지난 5일 여자 친구와 서울 강남의 한 멀티플렉스 영화관을 찾았다. 광고를 보기 싫어 영화관에서 고지한 영화 상영시간 5분 뒤에 입장했지만 5분 이상 광고를 봐야 했다. 이씨는 “돈 내고 영화 보러 와서 왜 상업광고를 보고 있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광고는 영화 시작하기 전에 끝내든지 관객에게 정확한 영화 상영시간을 알려주든지 해야 한다”고 성토했다.
영화 시장을 대부분 차지하고 있는 대형 영화관들의 불공정 관행을 시민들이 앞장 서 개선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시민사회단체 참여연대와 청년유니온,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은 9일 서울 종로구 롯데시네마 피카디리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CGVㆍ롯데시네마ㆍ메가박스 등 3사가 소비자 권익을 침해하고 있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고 밝혔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이들 3개 멀티플렉스 운영사의 시장점유율은 2013년 기준 전국 333개 극장 가운데 81%(270개), 2,184개 상영관 중 91%(1,996개)에 달한다. 좌석수로 따지면 전국 34만9,669석 중 약 94%(32만7,299석)에 해당한다. 영화관을 찾는 대부분의 시민들이 이들 3사의 영업장에서 영화를 보는 셈이다.
참여연대 등은 이들 3사가 이런 시장지배적 지위를 이용해 팝콘 등 극장 내 음식물을 시중보다 비싸게 팔고, 상업광고 끼워팔기 등으로 부당한 이득을 얻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분석 결과 팝콘 라지 사이즈와 탄산음료 레귤러 사이즈의 원가는 각각 613원과 600원으로 기본세트(팝콘 라지 사이즈 1개와 탄산음료 레귤러 사이즈 2개)의 원가는 1,813원이다. 하지만 3사가 운영하는 멀티플렉스 내 매점에서는 같은 사이즈의 팝콘과 탄산음료를 각각 5,000원, 2,000원, 기본세트를 8,500원에 판매하고 있다. 세트 기준으로 원가 대비 4.7배에 달하는 가격에 팔고 있는 것이다. 또 이들은 3D 영화용 안경을 매번 구입하게 하는 것도 불공정 행위라고 주장했다. 영화관들은 3D 영화용 안경 보유 여부와 관계 없이 일괄적으로 관람료를 부과한다.
이들은 실제 영화 상영시간에 광고를 내보내 소비자가 피해를 보고 있으니 광고 상영을 금지하거나 광고를 제외한 영화 상영시간을 정확히 표시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지난해 9월 소비자문제연구소 컨슈머리서치의 조사에 따르면 이들 3개사의 영화 상영 전 광고시간은 16~22분에 달했다. 영화 상영표에 적힌 시작시간 이후에도 10~12분간 상업광고와 영화 예고편 등을 틀었다.
한편 이들은 지난달 28일부터 인터넷포털 다음 아고라 게시판에 ‘영화관에 불만 있는 시민ㆍ네티즌 다 모여라’라는 글을 올려 영화관 개선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게시판에는 선정적이고 폭력 성향이 짙은 광고 상영, 영화관 가장 앞자리도 동일한 값을 받는 요금체계, 비싼 주차 요금 등에 대한 불만이 쏟아졌다.
최인숙 참여연대 민생팀장은 “영화 관람은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서민들의 문화생활인데도 불구하고 대자본의 독과점에 의해 오히려 시민들이 불이익을 받고 있다”며 “공정위는 소비자의 권리 회복을 위해 이러한 대기업의 횡포를 제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아람기자 onesh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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