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남의 랜드마크인 하남유니온타워 전망대(높이 105m)에 오르니 ‘도시교향곡’이 들리는 듯하다. 팔당대교를 지나온 넉넉한 품세의 한강, 뭔가 신령스러운 기운이 느껴지는 검단산과 남한산 자락을 배경으로 도시 곳곳이 개발과 건설이 한창이다. 요즘 수도권에서는 하루가 멀다 하고 부수고 세우는 일이 다반사라 난개발과 시행착오, 이로 인한 파열음이 끊이지 않지만 적어도 하남에서만큼은 좀 다른 것 같다.
8년 전 화장장을 설립하려던 시장을 소환한다며 전국을 떠들썩하게 하고 큰 홍역을 앓았던 곳이 바로 하남이다. 그 뒤로 도시가 쓰고 버린 하수와 쓰레기를 처리하는 곳이든 인생의 마지막 의식을 치르는 공간이든, 그와 비슷한 얘기만 나오면 주민들이 경기를 일으키던 이 지역이 악취가 진동했던 바로 그‘쓰레기소각장’을 무대로 청정과 웰빙을 주제로 한 ‘도시교향곡’을 연주하고 있다.
청정과 개발이라는 다소 상반된 주제를 슬기롭게 지휘하는 마에스트로는 이교범(63) 하남시장이다. 그가 가장 역점을 두었던 분야가 바로 환경기초시설사업이었다. “2011년 신장동에 있던 음식물처리장을 다시 지으려고 했으나 1,000억원에 이르는 사업비 마련이 까마득했고 기피시설을 짓는다니 주민들의 반발도 불 보듯 뻔했죠. 하지만 이 주변에 거대복합쇼핑몰인 유니온스퀘어 개발과 대규모 아파트단지 조성 계획을 세우고 있던 터라 피해갈 수 없었습니다.” 이 시장은 한국토지주택공사가 택지를 조성하는 미사지구의 쓰레기와 음식물류 폐기물 등을 이곳에서 처리하는 조건으로 사업비 전액(2,730억원)을 부담하도록 했다. 인근 주민들과도 수십 차례 만나 설득했다. 2014년 3월 예정대로 준공했다.
가장 큰 골칫거리가 해결되자 유니온스퀘어 개발 등 주변 사업은 순조로웠다. 외자 3,000억원 등 1조원의 사업비가 들어가는 유니온스퀘어는 2016년 개장한다. 백화점과 명품 전문관, 영화관이 들어서 하루 10만명의 유동인구를 창출하고 약 3조 6,000억원의 생산유발효과가 예상된다. 또한 지하철 5호선 연장사업인 하남선 복선전철이 2018년 1단계 개통에 이어 2020년 창우동까지 연결되면 서울 종로까지 40분 안에 갈 수 있다.
이 시장에게 하남은 인생이고 가문의 역사이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63년을 하남에서 살고 있습니다. 앞서 17대조 할아버지부터 정착했으니 500년 넘게 뿌리를 내린 겁니다.”
이 시장은 조부인 이대헌 선생이 1919년 3ㆍ1운동 당시 광주군 동부면 교산리(현재 하남시 교산동)에서 독립시위를 주도하다 2년간 옥고를 치른 독립운동가 집안이다. 이 시장은 하남시 민선 1,2,3대 시의원과 시의장을 지내고, 2002~2006년 시장을 역임한 후 2010년, 2014년에 연거푸 당선됐다.
이 시장에게도 고민은 있다. 아직도 하남지역 90% 가까이가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여있는 데다 곳곳에서 유물까지 쏟아져 나와 도시계획상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하남은 한반도에서도 가장 먼저 사람들이 살았던 땅입니다. 오랜 역사, 수려한 경관을 기반으로 자연과 인공, 과거와 미래가 잘 어우러지는 웰빙도시로 만들겠습니다. 미사 강변도시, 감일지구, 위례신도시 등 대규모 택지 및 개발지구 사업이 마무리 되는 2018년에는 지금 인구(15만명)의 두 배 이상 늘어난 36만명의 자족도시가 될 것입니다.”
최진환기자 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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