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미술을 이끌어갈 젊은 작가들에게 창작 공간을 제공해 온 금호미술관의 인큐베이팅 프로젝트가 올해로 10주년을 맞았다. 인큐베이팅 프로젝트는 만 40세 이하 젊은 작가들에게 1년간 창작 공간을 제공하고 평론가들과 연계시키는 등의 지원을 통해 한국 미술의 기대주들을 배출해 왔다. 금호창작스튜디오가 2005년 10월 경기 이천에 문을 연 이후 거쳐 간 작가는 모두 61명. 이중 10명을 선정해 그 동안의 성과를 보고하는 전시회 ‘주목할 만한 시선’이 서울 종로구 삼청로 금호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송명진은 인체 장기를 연상시키는 어떤 것을 빨랫감처럼 줄에 걸어 놓고 ‘느슨한 죽음’이라는 제목을 붙였다. 신체 말단인 손가락에 집중하던 작가는 몸의 역사를 축적한 좁고 응축된 공간으로 시선을 돌렸는데 4m 넘는 캔버스에 단선적으로 펼쳐 그린 장기가 인간의 허망한 모습을 적나라하게 나타낸다. 반복적인 색칠 행위 자체를 예술로 승화한 황수연의 ‘평균율을 위한 칠하기’나 공기청정기가 꽃 향기를 악취로 인식하고 정화하는 과정을 유리관에 넣어 관찰하면서 향기와 악취라는 모순을 조명한 김상진의 사운드 설치작업 ‘공기 정화기’도 인상적이다.
이외에도 책을 이용한 드로잉과 팝업북 시리즈를 선보인 지희킴, 하루 8시간 노동의 무의미한 행위를 설치작업으로 보여주는 정기훈, 핑퐁 테이블로 경쟁사회에 대한 블랙유머를 담은 유목연, 사진을 3차원으로 변형하고 그 오브제를 다시 2차원 풍경화로 되돌리는 다채널 설치를 선보인 김수연, 도시의 풍경과 공간을 재구성해 그린 이재명, 부산의 실제 건물사진 위에 아크릴로 영화세트의 무대공간을 만든 박상호, 시간과 노력이 깃든 서정성 짙은 설치작품을 내놓은 송유림의 성과를 확인할 수 있다. 2월 14ㆍ28일, 3월 7ㆍ14ㆍ21일 등 다섯 차례에 걸쳐 참여 작가와 관객이 대화하는 시간도 마련한다. 전시는 3월 22일까지. (02)720-5114
채지은기자 c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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