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3일로 예정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미국 의회 상ㆍ하원 합동연설이 ‘반쪽 연설’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공화당 1인자로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사사건건 대립각을 세우는 존 베이너 하원의장이 백악관과 사전 상의 없이 주도한 이 연설에 조 바이든 부통령을 포함해 상당수 민주당 의원들이 불참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바이든 부통령실은 7일 미 의회전문지 힐(The Hill)에 “네타냐후 총리의 연설이 열리는 다음달 3일 바이든 부통령의 외국 여행 일정이 잡혀 있다”고 밝혀 불참 사실을 확인했다.
상원 의장을 겸하는 부통령이 역대로 상·하원 합동연설에 참석해 온 점을 고려하면 바이든 부통령의 이번 불참은 오바마 대통령의 불편한 심기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백악관은 최근 “네타냐후 총리가 이스라엘 총선(3월17일)을 불과 2주 앞두고 미국을 방문하기 때문에 오바마 대통령이 그를 만나지 않을 것”이라면서 “이는 ‘선거를 앞둔 국가의 수반이나 후보는 만나지 않는다’는 오랜 관행과 원칙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백악관이 임박한 이스라엘 총선을 이유로 내세웠지만 오바마 대통령이 네타냐후 총리를 만나지 않는 것은 방미 일정 자체를 전혀 상의하지 않은 베이너 의장과 네타냐후 총리에 대한 불만의 표출이라는 것이 정치권의 지배적 해석이다.
민주당 소속 존 루이스 하원의원과 의회 내 흑인코커스(CBC) 의장인 G.K. 버터필드 하원의원은 일찌감치 연설 불참을 선언했다. 또 민주당 내 하원 서열 3위인 제임스 클리번 하원의원과 라울 그리잘바 하원의원 역시 불참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들은 백악관과 사전 협의하지 않은 베이너 의장의 일방적 결정은 전례가 없는 일이라고 비판하는 동시에 네타냐후 총리에 대해서도 자국 총선과 이란 핵 협상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미국 방문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현재 미 의회가 이스라엘 내부의 정치 공방에 얽힐 가능성을 우려, 론 더머 미국 주재 이스라엘 대사를 통해 연설 연기를 종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송옥진기자 cli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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