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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담뱃갑 경고그림, 대안은 없나

입력
2015.02.08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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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연가에게는 지난 연말 재야의 종소리가 어느 해보다도 금연 결심을 하게 한 계기가 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한 갑에 2,500원하던 담뱃값이 무려 4,500원으로 올랐기 때문이다. 2,000원이나 오른 담뱃값도 걱정이지만, 이런 파격적인 결정을 할 만큼 국가재정이 어려운지 근심이 먼저 앞선다.

지금까지 애연가들의 설 자리는 점차 줄었고, 그들을 바라보는 차가운 시선은 눈에 띄게 늘었다. 건물 안에서 담배를 필 수도 없고, 밖에서는 금연거리가 우후죽순 생겼다. 짧은 기간에 흡연문화가 많이 바뀐 건 사실이다. 애연가 입장에서는 달갑지 않을지라도 이런 변화는 바람직하다.

가격이 오른 지 한 달이 지나 미리 사 둔 담배도 떨어지고 금연의지도 꺾일 무렵, 국회에서 담뱃갑에 경고그림을 넣는 방안을 논의한다는 소식이 들린다.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간접흡연을 규제할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경고그림의 경우는 차원을 달리한다.

첫째 이유는, 경고그림 도입이 개인의 건강을 염려해 강제로 금연케 하려는 것인지, 흡연이 타인에게 피해가 되니 금연하라는 것인지 명확해야 한다. 그러나 전자는 담배 판매를 법으로 금지하지 않을 것이라면 건전한 성인들의 자기결정권은 존중돼야 한다. 흉측한 그림으로 금연을 유도하는 것은 오히려 이율배반적이며 가학적인 면이 있다. 후자의 경우, 길거리 및 금연구역 흡연, 담배꽁초 투기 등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행위를 규제하면 되지 경고그림을 넣을 필요까지는 없어 보인다.

둘째, 흡연자도 헌법 제10조에서 보장한 안락하고 만족스런 삶을 향유할 행복추구권이 있다. 혹자는 흡연 사실만으로 멸시의 눈빛을 보내지만, 실은 흡연이란 기호를 인정할 필요도 있음을 상기해야 한다.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면 흡연의 행복을 추구하는 결정은 존중돼야 하기 때문이다. 흡연이 불법도 아닌데 경고그림으로 인해 흡연할 때마다 ‘의지 박약자’처럼 취급받고, 자괴감까지 들게 하는 것은 흡연자들의 인권마저 짓밟는 것이다.

셋째,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는 헌법 제37조에 따라 흡연권도 국민의 기본권인 만큼 그 제한에는 최소침해의 원칙에 어긋나서는 안 된다. 흡연권 또한 침해되더라도 최소화돼야 하며, 다른 대안이 있는데도 그 방법을 선택하지 않는다면 위헌 소지도 있다. 이 대목에서 과연 경고그림의 대안을 고민했는지 냉철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필자는 행동경제학자인 캐스 선스타인(Cass R. Sunstein)과 리처드 탈러(Richard H. Thaler)의 공저 ‘넛지(Nudge)’에서 그 해답을 찾아본다. 넛지란 팔꿈치로 살짝 쿡 찌른다는 뜻으로, 똑똑한 선택을 유도하는 선택 설계의 틀을 의미한다. 강요보다 자연스런 선택을 이끄는 힘은 생각보다 큰 효과가 있다. 실례로 네덜란드 스키폴공항 남자 소변기에 파리 그림을 그려놓자 변기 밖으로 튀는 소변의 양이 80%나 줄어 강압적인 글귀보다 탁월한 효과를 보였다. 담뱃갑에 혐오스런 경고그림 대신 금연으로 절약할 수 있는 금액을 써놓든지, 예쁜 아기그림을 넣어 금연하면 아이들과 오래 같이 살 욕구를 들게 한다든지 하는 방향의 발상 전환이 요긴할 수 있다.

끝으로 경고그림 정책의 효과가 어느 정도인지도 의문스럽다. 찬성입장에서야 일부 외국 사례를 들면서 억제효과가 있다고 하겠지만, 만약 담뱃갑 케이스를 구입해 끼운다면 경고그림은 무용지물이 될 것이다. 그렇다고 케이스를 규제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분명히 하건대, 필자가 흡연을 옹호하는 것이 아니다. 담배가 해롭고 간접흡연 피해는 규제돼야 함을 부정하지도 않는다. 다만, 담뱃값 인상과 더불어 혐오스런 경고그림의 필요성에 대해 부정적이란 말을 하고 있다. 우리는 타인의 기호와 다양성 인정에는 인색하면서, 자신의 주장만을 인정받길 원하는 이기심은 없는지 성찰해 볼 필요가 있다.

장덕진 공인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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