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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화 하랬더니

입력
2015.02.08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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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옥 대법관 후보자가 1987년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축소ㆍ은폐한 검찰 수사팀 일원이었단 사실은 가볍지 않다. 권력 외압에 굴복, 수사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했던 이가 법관이 됐다고 소신 있는 판결을 할 거라 기대하긴 어렵다. 그의 기용은 대법관 다양화란 국민 요구와도 동떨어진다. 을(乙) 편에 설 이유가 없는 ‘경기고ㆍ서울대 법대 출신 50대 남성’이란 대법관의 전형에서도 그가 벗어나지 못해서다. 사진은 박 후보자. 한국일보 자료사진
박상옥 대법관 후보자가 1987년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축소ㆍ은폐한 검찰 수사팀 일원이었단 사실은 가볍지 않다. 권력 외압에 굴복, 수사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했던 이가 법관이 됐다고 소신 있는 판결을 할 거라 기대하긴 어렵다. 그의 기용은 대법관 다양화란 국민 요구와도 동떨어진다. 을(乙) 편에 설 이유가 없는 ‘경기고ㆍ서울대 법대 출신 50대 남성’이란 대법관의 전형에서도 그가 벗어나지 못해서다. 사진은 박 후보자. 한국일보 자료사진

궁색하다. 판사 대안이 검사라니. 국민이 색맹인가. 보수 갑(甲) 일색인 게 대법원 문제다. 세상은 을(乙)로 가득하다. 이해해야 한다. 의지가 법관 자격이다. 야합자는 언감생심이다.

““법관은 안정되고 선망 받는 단순한 직장인이 아닙니다. 강제력이 수반되는 재판권을 가지고 다른 사람을 심판해 그의 운명을 결정 짓고 온 사회, 국가에까지 영향을 주는 특별한 존재입니다.” 양승태 대법원장이 신임법관 임명식에서 빼놓지 않고 이르는 말이다. (…) 이제 막 첫 발을 뗀 법관들에 대한 주문이 이토록 추상같은데, 대법관이야 더 말할 나위도 없을 터이다. 양 대법원장에게 묻고 싶다. 박상옥 대법관 후보자가 이런 법복의 무게를 감당할 만한 인물인가. (…) 양 대법원장은 박 후보자를 임명 제청하면서 “대법관에게 필요한 자질을 모두 갖췄다”고 치켜세웠다. “검사로 재직하면서 엄정한 법 집행으로 사법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헌신했다”고도 했다. 그러나 그가 1987년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축소한 검찰 수사팀의 일원이었음이 드러나면서 할 말이 없게 됐다. 6ㆍ10민주항쟁의 도화선이 된 이 사건은 ‘사법정의 실현’은커녕 검찰이 정권과 야합해 ‘엄정한 법 집행’을 거스른 오욕의 사례로 역사에 남았다. (…) 그런데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의 추천과정에서 이런 전력은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 (…) 국회에 제출된 임명동의안에도 이 대목은 빠졌다. (…) 양 대법원장이 내세운 ‘법관의 자격’에 따르면 박 후보자는 “대법관 될 만한 분”이 아니다. (…) 이 참에 기준과 절차 모두 문제가 드러난 대법관 인선 과정도 뜯어 고쳐야 한다. 무엇보다 ‘서울대 법대ㆍ판사 출신ㆍ50대’가 장악하다시피 한 대법원의 구성을 다양화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 검사 출신에 한 자리 내어준 것을 “우리 사회의 다양한 가치를 아우르는” 인선으로 포장한 대법원의 논리에도, 상고법원 추진으로 한층 거세진 대법관 다양화 요구를 한동안 명맥 끊긴 ‘검찰 몫’ 부활로 퉁 치려는 처사에도 동의할 수 없다. 더 나아가 검사 출신이 대법관이 되는 것 자체가 타당한지도 따져볼 일이다. (…) 한국 검찰은 수장인 총장부터 전국 곳곳의 말단 검사까지 한 몸처럼 움직이는 조직이다. (…) 검사에게 요구되는 상명하복의 전통은 독립성이 생명인 법관의 자질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다. 더구나 ‘정치검찰’의 오명을 벗지 못하고 있는 조직에서 경력의 대부분을 쌓은 사람이 “국민이 신뢰하는 사법부를 만들어갈 최적격자”(박 후보자 임명제청서)라는 주장에 국민 몇이나 고개를 끄덕일까. (…) 박 후보자는 물론 검사 출신 대법관 임명에도 절대 반대한다.”

-검사 출신 대법관에 반대한다(한국일보 ‘메아리’ㆍ이희정 논설위원) ☞ 전문 보기

“검찰 출신인 박상옥 한국형사정책연구원장이 신영철 대법관 후임으로 임명 제청된 것은 예상 가능했던 사실이다. 지난해 말부터 서초동 법조타운에선 “이번 대법관 인사는 검찰 몫”이라는 얘기가 파다했다. 2012년 안대희 대법관이 퇴임한 뒤 2년6개월간 대법관을 배출하지 못한 검찰의 불만이 터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 그가 대법관 후보자가 되면서 ‘14대 0’은 ‘13대 1’로 바뀌었다. 양승태 대법원장과 13명의 대법관 모두가 판사 출신이라는 눈총에서 벗어나게 됐다. “대법원 구성의 다양화가 시작됐다”는 성급한 촌평도 있었다. 과연 그럴까. 한국 최고법원에서 이뤄진 ‘검찰 몫’ 할당이라는 나눠 먹기식 인사를 놓고 다양성을 말할 수 있을까. 코미디 프로의 대사처럼 ‘도찐개찐’이라고 표현하면 사법부에 대한 모독이자 당사자에 대한 결례일지 모르겠다. 하지만 제3자의 관찰자 입장에선 ‘그들만의 리그’가 오히려 더 견고해진 느낌을 받는다. 1948년 정부 수립 이후 60년대 초까지 검사가 대법관으로 임명된 사례는 간간이 있었다. 법조인의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해 윗돌 빼서 아랫돌을 괼 수밖에 없었던 시대적 상황이었다. 하지만 박정희 정부 때인 64년 당시 주운화 대검차장이 대법관으로 자리를 옮긴 것은 성격이 달랐다. 사법부 통제의 의도가 있었던 것이다. 이후 지금까지 관례라는 이름으로 검찰 몫이 배정됐다. 이런 상황에서 양승태 대법원장의 사법부가 다양성을 주장하는 것은 옳지 않다. (…) 양 대법원장이 2011년 9월 취임한 이후 임명 제청한 9명의 대법관 가운데 박 원장을 제외하면 8명이 보수성향의 법관 출신이다. 여기다 양 대법원장이 지명한 2명의 헌법재판소 재판관도 법관 고위직을 지냈던 사람들이다. (…) 대법관이 고위 법관들의 승진 자리로 인식되는 상황에서 판사들이 소신 판결을 내릴 수 있을까. 평생을 갑(甲)의 신분으로 살아왔던 이들에 대해 빈곤층, 다문화가정, 노약자, 장애인, 이주 노동자, 성적 소수자, 난민 등 사회적 약자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 이용훈 대법원장 때는 ‘코드 인사’라는 논란이 있었지만 진보 성향 대법관들인 이른바 ‘독수리 5형제’ 의 독특한 법 해석과 판결은 소외층엔 한줄기 빛처럼 작용할 때도 있었다. ‘사법독점을 통한 사법지배’에 대한 을(乙)들의 인내가 한계점에 이르렀다. 사법독립과 전문성이란 명분 뒤에 숨어 있는 폐쇄적 인사구조는 깨져야 한다.”

-대법원에 ‘독수리 5형제’가 필요한 이유(1월 26일자 중앙일보 ‘서소문 포럼’ㆍ박재현 논설위원) ☞ 전문 보기

* ‘칼럼으로 한국 읽기’ 전편(全篇)은 한국일보닷컴 ‘이슈/기획’ 코너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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