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역사협회 학자 19명과 함께 일본의 미국 교과서 수정 요구 규탄
"편한 대로 기억하는 게 역사 아냐… 아베도 무라야마담화 계승해야"
“아베 총리는 기억과 역사가 다른 것이라는 점을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 아베는 오랜 검증을 거친 역사를 편의적인 국가의 기억으로 대신하려는 정치인이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과거사 왜곡 시도에 반대하는 미국 역사학자 19인 성명을 주도한 코네티컷대 알렉시스 더든(46ㆍ사진) 교수는 5일 “역사란 편한 대로 취사선택해 필요한 것만 기억하는 게 아니다”며 이같이 말했다.
더든 교수를 비롯해 미국역사협회(AHA) 회원 역사학자들은 공동 서명한 ‘일본의 역사가들과 함께 서서’라는 성명에서 “일본 정부가 최근 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일본과 다른 국가의 역사교과서 기술을 억압하려고 시도하는데 경악을 금치 못한다”고 밝혔다. 또 “우리는 과거에서 배우기 위해 역사를 가르치고 또 만들어가고 있다”며 “국가나 특정 이익단체가 정치적 목적으로 출판사나 역사학자들에게 연구결과를 바꾸도록 압력 넣는 것을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일본 정부가 미국 교과서의 위안부 관련 내용 수정을 요구한 데 대한 비판이다. 이 성명은 AHA 회보 ‘역사의 관점’ 3월호에 게재된다.
더든 교수는 이번 성명이 나온 경위에 대해 “지난해 11월 말 일본 외무장관이 뉴욕 총영사에게 맥그로힐 출판사를 방문해 아베 정권을 불쾌하게 만드는 두 개 문단을 삭제할 것을 지시했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몇몇 동료와 함께 지난달 2일 AHA 연례회의에서 우리가 역사학도로서 무슨 일을 할 수 있는지 논의하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성명 발표가 “결코 ‘일본 때리기’가 아니다”며 “위안부 문제를 연구하고 저술 활동을 하는 일본과 한국 필리핀 호주 인도네시아 학자들과의 전문가적 단결 행위”라고 설명했다. 이어 “일본 정부의 미국 역사교과서 수정 압력으로 학술의 자유가 지금 위기에 놓여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공동 서명한 학자들에 대해 “조교수에서 유명 학자에 이르기까지 미국에서 활동 중인 역사학 전문가들을 망라한다”며 “다른 많은 역사학자로부터도 지지를 얻었지만 최종 명단에는 초기부터 의견을 나눠온 사람들 이름만 올렸다”고 말했다. 서명자 외에도 일본 정부의 미 교과서 수정 압력을 많은 미국의 역사학자들이 비판하고 있다는 뜻이다.
더든 교수는 오는 8월 발표될 전후 70주년 기념 일본 총리 담화와 관련해 “지금 아베 총리의 과거사 관련 발언은 무라야마 담화에서 크게 벗어나고 있다”며 “미국은 일본이 과거의 침략전쟁과 식민지배를 사죄한 1995년 무라야마 담화를 반드시 지지하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미국 컬럼비아대를 졸업하고 시카고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딴 더든 교수는 동북아 역사 전문가다. 일본의 게이오대 릿쿄대와 한국 연세대에서도 공부했고, 뉴욕타임스를 비롯한 미국 주요 언론에 동북아 문제를 주제로 활발하게 기고하고 있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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