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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주행 자동차 기술, 어디까지 왔나

입력
2015.02.06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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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S에 'F015럭셔리' 공개

30년 결실 … 아이프리 시대 예고

IT업체와 경쟁ㆍ협력

자율주행 자동차의 미래

“현대인은 개인적인 공간에서 시간을 보내고 싶어 합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앞으로도 자동차는 이를 위한 더 적합한 공간이 될 것입니다. 미래엔 자동차가 단순한 교통수단을 뛰어넘어 움직이는 생활 공간 (mobile living space)으로 자리 잡을 것이기 때문입니다.”(디터 제체 메르세데스-벤츠 다임러 AG 회장)

지난 1월6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전자박람회 ‘CES 2015’에서 메르세데스-벤츠는 운전자가 핸들을 잡지 않아도 위성항법장치(GPS)와 여러 개의 센서로 운행정보를 스스로 파악해 달리는 자율주행 콘셉트카 ‘F015 럭셔리 인 모션(Luxury in Motion)’을 선보였다. F015는 네온사인을 연상시키는 프런트 LED 그릴에서부터 커다란 바퀴, 90도로 젖혀지는 중앙 개폐식 도어, 전후방을 하나의 은빛 선과 통 유리로 이어주는 유려한 디자인까지 한마디로 우주선을 보는 느낌이다. F015의 유선형 디자인 안에는 벤츠가 꿈꾸는 미래 자동차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는 평가다.

자동차 안을 들여다보면 호텔 라운지와 같은 분위기가 느껴진다. 운전석에 장착된 자율 주행 스위치를 누르면 운전대가 대시보드 안으로 들어가면서 앞쪽 운전석과 조수석이 뒤로 180도 회전해 뒷좌석과 마주 볼 수 있게 설계됐다. 넓어진 내부 공간 사이로 좌석마다 팔걸이 테이블이 자동 설치되는데, 호텔 라운지 분위기를 연출한다. 여기에 차량 전면과 측면에 설치된 인터넷과 연결된 6개의 터치스크린은 승객의 손짓을 인식해 각종 온라인 정보를 제공한다. 또 자동차 전후방에 달린 여러 개의 센서로 차량 360도 안팎의 상황을 실시간으로 보여주며 자율운행의 백미를 만끽하게 한다. 디터 제체 회장은 “F015는 인간과 자동차의 관계를 새롭게 정립하는 미래의 관문을 여는 차”라고 강조했다.

메르세데스-벤츠의 전기 자율 주행 콘셉트카 'F-015 럭셔리 인 모션'의 내부 모습. ●메르세데스-벤츠 제공
메르세데스-벤츠의 전기 자율 주행 콘셉트카 'F-015 럭셔리 인 모션'의 내부 모습. ●메르세데스-벤츠 제공

자율주행의 진화와 확대

자율 주행 기술이 만들어내는 놀라운 주행력이 확인되면서 앞으로 5년 후쯤 등장할 미래 자동차는 운전대에서 손을 떼는 단계를 넘어 앞을 볼 필요가 없는‘아이 프리(eye free)’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자율주행 자동차는 말 그대로 자동차 전후방에 달린 여러 개의 센서가 도로 상황 정보를 파악해 컴퓨터의 지시에 따라 자동으로 운행하는 자동차. 구글의 무인차 개발로 불붙기 시작한 자율주행 자동차 기술은 벤츠와 아우디 등 글로벌 자동차업체들이 막대한 자금을 투자해 연구개발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미래 자동차 기술의 핵심이다. 이미 1980년대부터 자율주행 기술개발에 뛰어든 벤츠는 2013년 8월 'S500인텔리전트 드라이브'라는 연구차량으로 독일 남서부의 만하임에서부터 포르츠하임까지 도심 도로 53km와 시외도로 50km 등 모두 103km를 운전자 없이 시속 100km 내외로 달려 자율주행 자동차의 실현 가능성을 세계 최초로 입증했다. 벤츠가 1984년 '프로메테우스'란 프로젝트명으로 연구팀을 만들어 자율 주행차 기술 개발에 착수한 이래 30년 만에 이룬 성과였다.

벤츠가 S500 연구차량에 적용한 기술은 이미 양산 모델인 S-클래스와 E-클래스에 탑재된 센서 기술의 기반 위에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것으로, 머지않은 시점에 상용화가 가능하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따라서 전문가들은 벤츠를 글로벌 자동차 회사 중 자율주행 차를 가장 먼저 양산할 가능성이 높은 회사로 꼽는다.

랄프 헤르트위흐 다임러 그룹의 운전자 지원(DA) 및 섀시(엔진과 변속기, 클러치, 핸들, 차축, 차 바퀴를 조립한 기본 프레임)시스템 총괄 본부장은 국내 언론으론 처음 가진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앞으로 2020년까지 자율 주차 기능과 자율 고속도로 주행 등 자율 주행 기능의 범위가 크게 늘어나는 것을 목격하게 될 것”이라며 “벤츠의 프리미엄급 모델들은 이미 스톱앤고 파일럿(Stop & Go Pilot) 시스템이 장착돼 부분적 자율 주행을 제공하고 있고, 수년 내 시속 120km로 특정 속도 구간 또는 도심 도로에서 가능한 자율 주행 기능들이 추가로 제공될 것”이라고 밝혔다.

랄프 헤르트위흐 다임러 그룹의 운전자 지원(DA) 및 섀시시스템 총괄 본부장
랄프 헤르트위흐 다임러 그룹의 운전자 지원(DA) 및 섀시시스템 총괄 본부장

1998년부터 10년간 다임러의 인포테인먼트와 텔레매틱스 본부장을 역임한 헤르트위흐 본부장은 다임러 자율주행 차의 핵심 기술로 자체 개발한 2개의 시스템을 꼽았다. 자율 주행차가 주변환경을 분석하고 반응을 결정하는 데 사용되는 컨트롤 소프트웨어 DAVOS(Daimler Autonomous Vehicle Operating System)와 차량 전방의 위험을 관찰하고 교통 정보를 수집하는 스테레오 카메라 시스템. 그는 “DAVOS는 주변 환경을 센서를 통해 모은 각종의 정보들을 분석해 차량이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를 결정하는 자율 주행 시스템의 핵심이자 인간의 뇌와 같은 컨트롤 소프트웨어”라고 소개했다. 그는 이어“스테레오 카메라는 주요 환경을 3D로 인지하고 가능한 위험을 인지하는 인간의 시각 능력들을 복제할 수 있는 6D 비전 시스템”이라며 “교차로와 같은 복잡한 교통 상황에서도 몇 초 내에 보행자나 차량이 어느 방향으로 움직일지에 대한 예측을 가능하게 한다”고 설명했다. 이들 시스템은 벤츠가 직접 연구개발한 자율 주행 원천 기술력의 결집체이다.

이 같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벤츠는 다양한 자율 주행영역의 외연 확장에 나서고 있다. 2014년 여름 ‘메르세데스-벤츠 퓨처 트럭 2025’라는 콘셉트 차량을 통해 독일의 고속도로인 아우토반을 달리는 자율주행을 선보였다. 이는 상용차 부문으로까지 자율 주행 기술을 확대한 또 하나의 개가였다. 또 올해 CES를 통해 선보인 F015 럭셔리 인 모션은 자율 주행 차가 지향하는 미래 자동차의 궁극적인 기능과 목표를 제시하며 한 단계 진화된 가능성을 열었다. 헤르트위흐 본부장은 “F015는 차량과 승객, 그리고 외부 세계가 막힘 없이 하나로 이어주는 지속적인 정보 흐름과 교환을 구현했다”며 “특히 벤츠가 개발한 독일 도로형 알고리즘이 국경을 넘어 미국에서의 통용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벤츠는 현재 구글의 무인차 시연이 이뤄진 미 캘리포니아에서의 각종 테스트 드라이빙을 준비 중에 있다. 앞서 지난해에는 캘리포니아주로부터 공공도로에서 자율 주행 테스트 허가를 취득, 독일을 넘어 세계 첨단 자동차 시장의 원조인 미국 시장에서의 인지도 제고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F-015는 차 전면에 장착된 카메라로 도로 전방에 있는 보행자를 인식하고 자동으로 감속해 멈춰 선다. ●메르세데스-벤츠 제공
F-015는 차 전면에 장착된 카메라로 도로 전방에 있는 보행자를 인식하고 자동으로 감속해 멈춰 선다. ●메르세데스-벤츠 제공

IT기술, 경쟁과 상생

자동차와 정보통신(IT) 기술 간 결합이 가속화되면서 구글의 무인 자동차 개발은 기존 자동차 업체들을 크게 위협할 정도다. 구글이 모바일용 운영체계(OS)인 안드로이드처럼 자율 주행 자동차용 독자 OS를 만든다면 자동차 업체들은 자동차 외형만 조립해야 하는 처지가 될 수 도 있기 때문이다.

구글은 100% 자율 운행 자동차 개발을 지향한다. GPS 등을 활용한 고도화된 구글맵에 목적지만 입력하면 자동차가 알아서 그곳에 가는 형태이다. 최근 공개된 핸들이 없는 2인승 무인차 시제품은 이런 구상을 현실화하는 수준에 한 발짝 다가섰다.

그러나 벤츠를 포함 다른 자동차 업체들은 구글과는 다른 접근방식을 택하고 있다. 주변 환경을 감지하는 센서기술의 개선을 통해 앞차와 간격을 유지하며 주행하는 기능을 포함한 부분 자율주행과, 운전자의 최종 판단을 요구하는 조건적 자율 주행 등 단계적으로 나눠 확보한 기술을 양산차에 적용하면서 이를 점진적으로 확대해 나가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헤르트위흐 본부장은 이를 ‘절충적 접근’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도로 위에서는 예상할 수 없는 돌출상황들이 벌어지기 때문에 벤츠는 자율 주행에서 항상 절충적인 접근을 하고 있다”며 “아직까지는 운전자의 개입이 없는 완전 자율 주행이 합리적이고 안전하며 효율적인 차량 흐름을 보장하는 유일한 방법이라고는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또 자동차업계가 취하고 있는 절충적 접근 전략의 장점을 실용성과 데이터 플랫폼 확보에서 찾았다. 그는“센서시스템은 벤츠 자율 주행의 전부이자 종착점”이라며 “벤츠가 자율 주행 자동차를 개발하는 작업의 주력 포인트는 차량이 운행되는 일상의 운행 상황들을 견딜 수 있는 내구성을 갖춘, 구매 가능한 적합한 가격의 센서를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컨트롤 소프트웨어 개발도 마찬가지이다. 이를 통해 벤츠가 차량의 운행 스타일에 대한 각종 데이터의 주도권을 쥘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디지털 세계의 핵심 이슈는 데이터”라며 “벤츠는 데이터를 활용해 고객의 니즈를 더욱 충족하는 제품을 만들고 있어 IT 회사들은 운전자들이 차량을 어떻게 운행하는지에 대한 데이터를 활용하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안전성 문제에 대한 책임소재도 중요하다. 벤츠는 이들의 기능 안전성을 유지하기 위해 관련 제품 안전기준과 ISO 26262 등과 같은 자동차 분야 내 요구 사항들을 모두 충족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헤르트위흐 본부장은 “이는 바로 벤츠 브랜드에 대한 신뢰 문제”라며 “생명을 담보로 한 자율 주행 기능의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전성이고 개발단계에서부터 이를 무엇보다 최우선으로 한다”고 강조했다.

벤츠는 구글뿐만 아니라 다른 IT업체들과도 상생협력 관계도 모색하고 있다. 또한 미국 실리콘 밸리에 연구시설을 갖고 현지 스타트업 기업들과도 다양한 파트너십을 통해 연구개발에서 주력하고 있다. 헤르트위흐 본부장은 “구글이 자율 주행 분야에서 이룬 뛰어난 성과 덕분에 자율 주행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은 그 자체로 큰 가치”라며 “벤츠는 구글뿐 아니라 다른 선두 IT업체들과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고 앞으로도 기술력을 가진 다른 업체들과도 상생 협력관계를 모색할 것”이라고 밝혔다.

자율 주행의 미래는

자율 주행 자동차의 목표는 안전한 안락함과 편리한 이동이다. 이미 벤츠는 F015의 시현을 통해 이 같은 서비스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보스턴컨설팅그룹은 2025년까지 자율주행 자동차 시장 규모가 420억달러(45조원)에 달하고 2035년에는 전 세계 자동차 판매량이 25%는 자율주행 자동차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초반 높은 가격대를 고려할 때 소유 개념보다는 운전자 없는 우버 서비스와 같은 공유의 편리성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또 노약자와 지체장애인들이 우선 주요 고객이 될 전망이다.

헤르트위흐 본부장은 “자율 주행은 운전자가 특별히 운전할 수 없는 상황에서 편안함과 편의성을 개선해준다”며 “자율 주행의 기능은 이동성 측면에서 미래를 안전하고 지속 가능하게 만들어 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자율 주행의 가장 즉각적인 효과는 편안함이며 단조로운 일들이 버튼 터치만으로 차량 내 컴퓨터에 맡길 수 게 된다”며 “특히 고령자나 지체장애인들이 우선적으로 자율 주행 기능의 혜택을 실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자율 주행은 궁극적으로 사고가 없는 교통 흐름을 선도할 수 있을 것"이라며 "완전 자율 주행이 이뤄질 경우 차량들은 인간보다 더 똑똑하며 더 빠르게 반응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장학만 선임기자 loca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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