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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의 집중은 사회 통합 저해 vs 일하지 않는 자에 부를 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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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의 집중은 사회 통합 저해 vs 일하지 않는 자에 부를 줄 수 없다

입력
2015.02.06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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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가 천국 가는 법 폴 크루그먼, 게오르기오스 파판드레우, 뉴트 깅리치, 아서 래퍼 지음ㆍ양상모 옮김 옮김ㆍ오래된생각ㆍ160쪽ㆍ1만원
부자가 천국 가는 법 폴 크루그먼, 게오르기오스 파판드레우, 뉴트 깅리치, 아서 래퍼 지음ㆍ양상모 옮김 옮김ㆍ오래된생각ㆍ160쪽ㆍ1만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1월 20일 신년 국정연설에서 부자증세를 들고 나왔다. 자유로운 시장경제를 지지하는 여론이 가장 강력한 미국에서조차 복지의 확대와 부자증세 정책이 자연스럽게 수용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 책은 2013년 캐나다에서 열린 공공 정책 토론회 ‘멍크 디베이트’에서 부자증세론을 두고 벌인 토론과 참가자 인터뷰를 옮긴 것이다. 진보적 경제학자 폴 크루그먼과 파판드레우 전 그리스 총리는 누진세를 지지하고 ‘래퍼 곡선’을 고안한 경제학자 아서 래퍼와 뉴트 깅리치 전 미국 하원의장은 일률적인 감세를 주장한다.

논쟁은 크게 정치와 경제의 두 측면으로 나뉘어 진행된다. 파판드레우가 부유층의 부패와 탈세로 망가진 그리스의 사례를 들어 “부의 과도한 집중은 민주주의와 사회의 통합을 저해한다”고 주장하자 깅리치는 “일하는 이들의 부를 빼앗아 일하지 않는 이들에게 줄 것이냐”고 반박한다. 래퍼가 자신이 자문했던 레이건 행정부 시절의 감세정책을 옹호하자 크루그먼은 증세가 있었던 클린턴 행정부 때 미국 경제가 더 성장했다고 지적한다.

2013년 5월 30일 캐나다 토론토에서 열린 '멍크 디베이트'에서 부자 증세를 주제로 토론한 패널 4명과 사회자. 왼쪽부터 뉴트 깅리치, 폴 크루그먼, 사회자 러디어드 그리피스, 게오르기오스 파판드레우, 아서 래퍼. 오래된 생각 제공
2013년 5월 30일 캐나다 토론토에서 열린 '멍크 디베이트'에서 부자 증세를 주제로 토론한 패널 4명과 사회자. 왼쪽부터 뉴트 깅리치, 폴 크루그먼, 사회자 러디어드 그리피스, 게오르기오스 파판드레우, 아서 래퍼. 오래된 생각 제공

양자의 논쟁을 참관한 이들은 부자증세를 지지하는 진영의 손을 들어주었다. ‘이상적인 자유 경제 상태’를 전제한 래퍼의 논의와 깅리치의 현실주의는 더 평등한 경제 정책을 원하는 참관인들의 ‘정치적’인 선택을 이기지 못했다. 하지만 양 진영은 경제적 불평등이라는 과제를 놓고 나름의 철학과 논리를 근거로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보수 경제학자인 래퍼가 “과세하지 않았던 자본이득까지 과세한다면 세율을 내려도 자연스럽게 부자증세 효과가 있을 것”이라 주장하는 것은 그의 이상주의적 원칙론도 무시할 수 없음을 보여준다. ‘증세 없는 복지 확대’ 같은 정치적 표어만을 내걸고 원칙 없이 움직이는 한국의 경제 정책 결정자들과 비교해 보면 이들의 품격이 부러워진다. 토론과 대담 내용을 그대로 옮겼기에 어려운 논의도 흥미롭게 읽힌다.

인현우기자 inhy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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