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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한 작가님, 죽음이 이렇게 가벼우면 안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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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한 작가님, 죽음이 이렇게 가벼우면 안 되죠

입력
2015.02.06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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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들 이어 '압구정 백야' 에서도

황당한 죽음… '데스노트' 논란 재연

생명 경시 풍조 낳을까 우려돼

MBC '압구정 백야'에서 조나단이 깡패들과 시비 끝에 돌연 사망하는 장면. 임성한 작가 특유의 '출연자 죽이기'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인터넷 캡처
MBC '압구정 백야'에서 조나단이 깡패들과 시비 끝에 돌연 사망하는 장면. 임성한 작가 특유의 '출연자 죽이기'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인터넷 캡처

MBC ‘압구정 백야’는 시작부터 논란을 일으켰다. 전작 ‘오로라 공주’로 작가 퇴출운동을 야기했던 임성한의 드라마였기 때문이다. 그의 드라마를 가족이 함께 보는 일일 드라마 시간대에 편성한 것은 방송사의 의중을 드러낸다. 시청률이 중요하다고는 하나, 방송사의 이 같은 결정은 막장드라마에 대한 불감증을 만든다는 점에서 위험한 발상이다. 작가는 시청률을 높일 수 있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근거를 얻었다. 시청자는 반복되는 막장과 자극에 둔감해질 수밖에 없다.

논란을 예상했던지 아니면 시청자가 외면했던지 ‘압구정 백야’의 초반은 그나마 잠잠했다. 하지만 곧 난데없는 수영장 난투극이 벌어지고 임성한 작가 특유의 배배 꼬인 관계 속에서 딸이 자신을 버린 엄마에게 복수하기 위해 며느리로 들어가는 황당한 설정이 전개되더니 급기야 ‘오로라 공주’ 때 불거진 ‘데스노트’ 논란이 재연됐다. 주인공 조나단(김민수)이 조직폭력배와 시비가 붙어 황당한 죽음을 맞은 것인데 드라마에 단 한번도 등장하지 않던 폭력배가 갑자기 나와 주인공을 죽이는 것은 개연성을 완전히 무시한 처사다.

갑작스런 죽음이 더 큰 문제가 되는 것은 거기에 작가의 의도가 개입돼 있기 때문이다. ‘압구정 백야’는 장화엄(강은탁)과 백야가 운명적인 상대라는 걸 암시했다. 그러다가 백야가 복수를 위해 조나단과 결혼하고 그 조나단이 조직폭력배와 시비 끝에 사망한 것인데 여기에는 장화엄과 백야를 다시 연결하려는 작가의 욕망이 들어가 있다.

임성한 작가는 드라마에서 이런 자의적 죽음을 반복해 논란을 일으키곤 했다. SBS ‘하늘이시여’에서 코미디 프로그램을 보며 웃다 죽는 장면이 그렇고 MBC ‘아현동 마님’에서 여주인공 아버지가 결혼식 날 신부와 입장하다 죽는 장면이 그렇다. ‘오로라 공주’는 황당한 줄초상을 남발해 ‘데스 노트’라는 비아냥을 듣고 출연 배우와 시청자의 반발을 샀다.

작가가 자기 작품 속 인물을 마음대로 하는 게 뭐가 그리 이상하냐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드라마 같은 대중문화 콘텐츠는 내놓는 바로 그 순간 온전히 작가만의 것이라고 말하기 어려워진다. 이미 시청자가 공유하는 것이기 때문에 작가가 자의적으로 가하는 변형은 그 자체로 폭력이 될 수밖에 없다. 시청자가 몰입하는 캐릭터를 합당한 이유도 없이 황당한 죽음으로 내몬다면 그 허탈함이 얼마나 클 것인가.

너무 가벼이 다뤄지는 죽음은 자칫 생명 경시 풍조를 낳을 수 있다. 마치 게임처럼 인물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죽어가는 것은 죽음이나 폭력을 쉽게 받아들이게 만든다. 하지만 죽음은 그리 가볍게 다뤄서는 안 되는 것이다. 작년 말 영화계를 강타한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의 아름답고도 안타까운 끝을 떠올려보라. 어찌 드라마라고 해서 작가가 등장인물의 생사여탈권을 함부로 휘두를 수 있을 것인가.

그렇지 않아도 한국 사회는 너무 많은 사건 사고로 인한 반복적인 죽음을 경험하고 있다. 그것이 사회적 트라우마를 만들기도 한다. ‘힐링’ 열풍이 최근 다시 부는 것은 그 같은 현실을 보여주는 증거다. 이런 현실에서 죽음은 가볍게 다뤄서는 안 되는 문제다.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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