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에 대한 소개가 필요한 책이다. 저자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외교 가정교사로 불린 오카자키 히사히코(岡崎久彦ㆍ1930~2014) 전 태국 대사다. 그가 미국 주재 일본대사관 공사를 지내고 2년 뒤인 1983년에 이 책을 냈다. 원제는 ‘전략이란 무엇인가’다.
오카자키가 보수 성향 책사가 되기 이전 나름대로 일본 국가전략을 고민하는 과정에서 나온 결과물이다. 일본인의 관점이란 사실을 감안해야겠지만, 그다지 색깔을 의심하지 않고 읽어낼 수 있다. 당시 저자는 일본 국가전략이 아직 미지의 분야라며 이 책은 그 입문서라고 했다. 하지만 32년이 지난 지금 아베 정부가 군국주의 부활이란 비판을 피하지 않고 방위력 수준을 높여가는 밑그림을 이 책에서 살필 수 있을 만큼 내용이 탄탄하다. 책이 한국과 달리 아직 일본에서 진열대에 올라 있는 것도 그런 이유일 것이다. 중국의 부상으로 현실화한 동북아 질서의 재편 위기감이 오카자키의 전략을 되새김질하게 만드는 이유이기도 하다.
사실 오카자키는 다른 책 ‘왜 일본인은 한국인을 싫어하는가’에서 한국인에게 따끔한 충고도 하고,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당시 시대 상황에 비춰 문제되지 않는다고 발언한 인물이다. 2004년에는 당시 자민당 간사장 아베와 ‘일본을 지키는 결의’를 내기도 했다. 이런 그는 반한적이라기 보다는 친미 우익 성향의 외교평론가라고 보는 게 정확할 듯하다.
‘일본의 국가전략’은 오카자키가 낸 30여권의 책 중 한국에 번역된 거의 유일한 책일 듯싶다. 책을 1988년에 번역한 역자는 구윤서 당시 사우디아라비아 대사였다. 같은 외교관 입장에서 국가의 미래를 걱정한 모습이 통한 것 같다. 그는 역자서문에서 “일본의 전략적 사고의 결여와 원인 분석, 그리고 대책에 대한 탁견은 우리에게도 많은 것을 시사한다”고 적었다. 민주화 물결이 봇물을 이루던 당시 그가 책을 번역해 던지고 싶었던 시사점이란 국가안위에 대한 답답함이었을 것이다. 역자는 그 답답함을 “국가방위 문제에 루머가 판을 치고, (그것이) 정치적 보복과 감정이 뒤엉킨 파쟁과 파벌이 관여된 문제로 뒤섞여 버린다는 사실”이라면서 “국가 방위는 결코 감상주의, 모험주의 또는 파벌주의에 좌우될 수 없는 객관적이고 현실적 문제”라고 했다. “역사적 소용돌이가 더욱 복잡해져 가는 한반도 주변의 상황 하에서 민족의 생존과 번영이라는 커다란 목표 앞에 다 함께 겸허하게 생각해야 할 시점”이라고도 했다. 그런 문제의식은 지금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인데 ‘일본의 국가전략’이 그런 문제를 조금은 풀어내고 있다는 점이 다시 이 책을 들추게 하는 힘이다. 오카자키의 결론은 “일본이 역사상 여러 가지 행운 속에서 지내왔으나 그런 시대는 지나갔으며, 지금은 누구라도 납득할 정세판단과 이에 기초한 현실적 전략이 민주사회 유지에 불가결하다”는 것이다. 한국의 존재에 대한 다음과 같은 그의 평가는 얄미우면서도 차갑다. “대외침략의 의도도 능력도 없으면서 한편으로 북으로부터 오는 위협에 대해서는 감연히 저항할 의지를 가진 나라가 대륙본토와 일본 사이에 개재해 있었다, 이 사실처럼 일본의 안전상 고마운 조건은 없다.”
이태규 기획취재부장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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