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아픔 보듬고자 안산에 첫 삽… SNS 후원 200명 뜻 모아 이달 개교
“가난하다고 꿈마저 가난해서 되겠습니까? 환경에 구애받지 않고 꿈 꿀 수 있는 세상을 만들고 싶습니다.”
지난달 30일 경기 안산시 사동의 9평 남짓한 공간에서는 두 부자(父子)가 공사 작업에 한창이었다. 이달 중 문을 열 도시형 대안학교 ‘Azit ’쉼’(이하 아지트쉼)을 기획한 청년 비영리 단체 ‘기부이펙트(GIVU effect)’의 김희범(27) 대표와 그의 아버지다. 빠듯한 비용 때문에 김 대표는 공사업자 대신 아버지의 손을 빌렸다. 진행이 더뎌 아직 전기도 들어오지 않아 춥고 어두웠지만 김 대표의 표정은 시종일관 밝았다.
아지트쉼은 OECD 국가 중 청소년 자살률 1위의 불명예를 안고 있는 우리의 청소년들에게 스트레스 받지 않는 공간을 만들어주겠다는 생각에서 시작됐다. 기부이펙트는 “모든 청소년이 환경과 물질에 지배받지 않고 자유롭게 꿈꿀 수 있도록 돕고 교육한다”는 취지로 지난해 3월부터 후원자를 모집했다. SNS를 통해 첫 달 6명을 시작으로 12월에는 200명에 이르렀다. “학교를 여는 계획은 1, 2년 뒤였어요. 예상보다 후원금이 빨리 모아져서 일단 부딪혀보기로 했습니다.”
아지트쉼은 김 대표가 바라던 대로 안산에 첫 둥지를 틀게 됐다. 연고지인 이유도 있었지만 세월호 참사 이후 아픈 상처를 치유해 보자는 뜻이 컸다. “지난해 8월 세월호 참사 100일 정도 됐을 때 팽목항에서 안산까지 500㎞가 넘는 거리를 걸었어요. 행진 내내 아이들 생각뿐이었죠. 이 지역의 청소년들을 먼저 보듬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는 대안학교의 학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기숙형이 아닌 통학형을 택했고 학비는 최대 3만원을 넘기지 않는다는 기준을 세웠다. 전국의 대안학교의 연 평균 학비가 600여 만원인 것에 비하면 사실상 무료나 마찬가지다. 또 교육부의 인가를 받으면 제도적인 지원은 받을 수 있겠지만 공교육과 다를 바 없어진다고 생각해 비인가를 고집하기로 했다.
아지트쉼의 가장 큰 목표는 학교에서 가르쳐 주지 않는 것을 가르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여행수업’이다. 3년 전 유럽 도보횡단에서 느낀 치유의 감정과 당시 읽었던 책에 나온 프랑스 소년원 교화 프로그램 ‘쇠이유(문턱ㆍ경계라는 뜻의 프랑스어)’ 때문이다. “쇠이유는 비행청소년들을 언어가 통하지 않는 다른 나라에서 3개월간 걷게 하는 프로그램이에요. 하루 25㎞이상 총 2,000㎞를 걸으면 석방해 주는 거죠. 여행과 더불어 걷기에서 느낄 수 있는 감동을 가르쳐 주고 싶습니다.”
교육 프로그램은 아직 미완성이다. 다행히 청소년들에게 큰 도움이 될 미술, 심리치료는 재능기부 지원자들이 있어 한시름 놓았다. 한 달여 동안 시범운영을 통해 청소년들의 의견을 수렴한 뒤 최종적으로 프로그램을 완성시킬 예정이다. 그 후 중ㆍ고교 학생 15명 정도를 받아 4~6개월씩 기수 별로 운영해 나갈 계획이다.
“기부이펙트는 나비효과처럼 기부문화가 확산되길 바라는 마음을 담은 이름입니다. 저희 단체명처럼 아지트쉼의 긍정적 영향이 청소년들 사이에 널리 확산되기를 바랍니다.”
글ㆍ사진 김새미나 인턴기자 saemin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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