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도 말고 덜도 말고, 코트에 꾸준히 서기만 했으면 좋겠다.”
올해 서른에 접어든 최석기(한국전력)의 소박한 꿈이 이뤄졌다. 프로데뷔 8년차이자 팀내 유일한 한국전력 창단멤버 최석기는 이제서야 ‘주전 센터’로 코트 한 편을 책임지고 있다. 최석기는 팀 창단 후 첫 6연승을 달성한 우리카드전 다음날인 5일 “6연승이라니…어안이 벙벙하다. 승리 수당을 이렇게 받아본 것도 처음”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코트보다 웜업존이 더 익숙했던 최석기는 얼떨결에 ‘대박’을 치며 코트에 복귀했다. 지난해 2라운드 OK저축은행과의 홈경기에서 시몬(쿠바)의 스파이크를 8개나 막아내면서 승리의 일등공신이 됐다. 2011년 KOVO컵 대회 중 왼쪽 무릎을 다친 후 반 포기 상태로 선수 생활을 이어온 그에게는 기적과도 같은 일이었다.
하지만 신영철(51) 한전 감독은 최석기에게 주전 센터자리를 맡겼다. 신 감독은 “본인이 절실함을 많이 느낀 것 같다”며 “서브가 좋아졌다. 최석기의 서브에 상대팀 리시브가 완벽하지 않을 때가 많다”고 칭찬했다. 주전 멤버로 자리매김하면서 체감 인기도 달라졌다. 최석기는 “그동안 경기가 끝나고 코트 밖을 빠져나가면 못 알아보는 사람이 많았다. 설사 알아본다 해도 나서고 싶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요즘에는 사인해 달라거나, 같이 사진을 찍자는 팬들이 많다”고 웃었다. 최근에는 주변의 권유로 머리도 단정하게 매만지고 경기에 출전한다.
최석기는 그러나 현재의 자리도 불안한 표정이다. 그는 “괜히 머리 스타일에 신경 썼다가 못하면 질책을 받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어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나 이 자리에 설 수 있었다. 한편으로는 불안하다”며 “절대 자만하지 않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현주기자 memor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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