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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엔 연꽃 만발 가을엔 '슬픈연가' 갈대밭… 4~5구간 四季풍광 빼어나

입력
2015.02.05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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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에둘러 68.6km

습지와 스토리 품은 유적지 산재

입소문 타고 연간 300만명 발길

5구간 백골산성서 내려다 본 호수

육지 속 다도해 연상

21구간은 왕버들 군락 유명

대청호오백리길 21구간인 '대청로하스길'에는 물속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왕버들군락이 물안개와 어우러져 신비로운 자태를 뽐내고 있다.
대청호오백리길 21구간인 '대청로하스길'에는 물속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왕버들군락이 물안개와 어우러져 신비로운 자태를 뽐내고 있다.

대전은 이 땅에 철도가 놓이며 교통의 요충지로 발달한 도시다. 1904년 경부선 개통과 1914년 호남선 개통으로 충청지역 거점도시이자 삼남지역의 경제 중심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도청소재지로, 지방자치제 실시 이후에는 광역시로 승격해 중부지방의 핵심지역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도시 생활에 지친 시민들이 여유롭게 휴식, 휴양을 즐길 수 있는 장소가 많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대청호는 154만 대전시민들의 몇 안 되는 쉼터 중 하나다. 삭막해질 수 있는 도시에 청정의 휴식을 제공하는 오아시스 같은 존재다. 대청호는 1980년 대청댐이 완공되며 대전시 대덕구와 동구, 충북 청주시, 옥천군, 보은군에 걸쳐 만들어진 인공호수다. 저수면적 72.8㎢, 저수량 15억톤의 거대한 인공호수는 대전, 청주지역에 식수와 생활용수, 공업용수 등을 공급하는 충청인의 젖줄 역할을 하고 있다.

대청호를 중심으로 해발고도 200~300m의 야트막한 산과 수목들이 빙 둘러져 있어 경관이 뛰어나다. 이 아름다운 경관의 대청호가 최근 대전시민들과 부쩍 가까워졌다. 아름답고 재미난 길 때문이다. 걷기 바람을 타고 대전시 등이 호수 둘레를 따라 ‘대청호 오백리 길’을 만든 후 호반은 트레킹 명소로 각광을 받고 있다.

대청호 오백리길은 2010년 지식경제부(현재는 산업통상자원부)의 충청권 광역연계협력사업으로 대전발전연구원이 중심이 돼 3년간 국비 32억원 등 모두 74억원을 들여 길을 만들고 전망데크, 쉼터, 안내판 등을 설치했다.

'대청로하스길'구간은 나무데크로 연결돼 유모차나 휠체어 접근도 가능하다. 대전마케팅공사 제공
'대청로하스길'구간은 나무데크로 연결돼 유모차나 휠체어 접근도 가능하다. 대전마케팅공사 제공

대전과 충북 청주, 옥천군, 보은군에 걸쳐 21개 구간으로 나뉘며 총 길이는 220㎞에 이른다. 주변의 등산로와 산성길, 임도, 옛길 등을 이었으며 지역별로 대청로하스길, 옥천 향수길, 청남대 사색길 등 기초자치단체가 조성한 길을 포함하고 있다. 대전지역은 전체의 3분의 1이 조금 안 되는 6개 구간 68.6㎞이지만 수려한 경관과 잘 가꾸어진 길이 입소문을 타고 탐방객들의 인기를 끌고 있다.

대청호 오백리길의 출발점은 대청댐 옆 물문화전시관이다. 1구간은‘두메마을길’로 이름을 붙였다. 전체 길이는 11.5㎞로 자녀들과 교육여행코스로 안성맞춤이다. 물문화전시관 뒷편의 잘 정비된 등산로를 따라 오르면 눈앞에 잔잔한 대청호수가 모습을 드러내며 멀리 건너편으로 청남대가 보인다. 한적한 오솔길을 걷다 보면 삼전동, 덕골, 갈전동에 조성한 부유습지와 거대 억새습지 등 생태학습의 장이 되는 생태공원을 만날 수 있다.

수백년전에 아름다운 호수가 생길 것을 짐작이라도 한 듯한 지명의 미호동(渼湖洞)과 용이 살고 있는 마을이라는 용호동, 원효대사가 머물며 3개의 호수가 임금왕자 지명을 만들어 왕이 살게 된다고 예언했다는 현암사 등을 지나며 지명과 역사에 대한 생각도 가다듬을 수 있다.

구간 끝자락에 위치한 이현동 두메마을은 뒷산의 모양이 배(梨)를 닮았다고 하여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대전의 대표적인 농촌체험마을로 계절별로 산야초효소만들기, 두부만들기, 고구마,감자캐기, 옥수수 따기 등 다양한 체험을 즐길 수 있다.

요즘에도 학생들을 중심으로 농촌생활을 맛보려는 체험객들이 하루 20~30명정도 체험을 신청하고 있다. 겨울철인 요즘에는 체험객들이 직접 콩을 갈아 가마솥에 끓이는 두부만들기 체험이 인기다. 효소를 만들기위해 이 마을에 들어왔다는 황부월(63)전통발효식품체험관장은 “대청호 오백리길이나 인근 계족산 황톳길을 걷는 관광객들이 농촌체험을 하고 가기도 한다”고 말했다.

2구간에도 녹색농촌 체험마을인 ‘찬샘마을’이 있다. 이현동 두메마을에서 1㎞ 떨어진 이 마을은 후삼국시대 후백제 견훤의 군사와 신라군이 마을 뒤 노고산성에서 치열한 전투로 피가 내를 이루어 ‘피골’이라 불리었다고 한다. 이후 주민들이 마을 이미지를 고려하여 가뭄에도 물이 마르지 않고 항상 차가운 물이 많이 나오고 있는 지역의 특성을 감안하여 찬샘마을로 바꾸었다.

3구간인 호반열녀길(냉천버스종점~마산동 삼거리 12㎞)은 교육여행코스로 제격이다. 열녀문을 하사 받은 쌍청당 송유의 어머니의 재실인 관동묘려와 서울에서 영ㆍ호남으로 통하는 교통의 요지에 있었던 일종의 여관이었던 미륵원터도 만날 수 있다. 미륵원은 길손에게 잠자리와 음식을 무료로 제공하고 행려자에 대한 구호활동을 벌여 오늘날의 사회복지기관 역할도 했다고 한다.

호반을 따라 쭉 이어져 ‘호반낭만길’로 이름이 붙은 4구간은 호수의 풍광을 가까이서 만날 수 있는 길이다. 길 중간의 갈대밭은 2005년 방영된 드라마 ‘슬픈연가’의 촬영지로 유명하다. 도로에도 드라마 촬영지를 알려주는 표지판이 서 있다.

갈대밭길 건너는 가래울마을(추동)이다. 마을 입구에 위치한 대청호 자연습지공원에서는 마을 이름처럼 가을이면 국화축제가 열린다. 공원 한가운데에는 마을 명물로 꼽히는 풍차가 탐방객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공원의 뒷자락에는 대청호 자연생태관도 있어 아이들과 함께 대청호에 대해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가져도 좋다.

자연습지공원을 나와 나무데크길을 따라 이동하면 연꽃마을(주산동)에 당도하는데 여름에는 여러 종류의 연꽃이 만발해 탐방객들을 즐겁게 한다. 호반낭만길은 4계절의 아름다움이 대청호와 어우러져 계절 구분없이 찾을 수 있는 구간이다.

백골산성에서 내려다 보는 대청호반의 모습이 마치 남해의 다도해를 보는 듯하다. 대전마케팅공사 제공
백골산성에서 내려다 보는 대청호반의 모습이 마치 남해의 다도해를 보는 듯하다. 대전마케팅공사 제공

호수를 따라 걷는 길이 싫증이 날때쯤 산길로 방향을 튼다. 제5구간인 ‘백골산성 낭만길’이다. 백골산성은 해발 340m높이 산 정상에 지어진 백제 산성으로 서쪽으로는 백제의 전략적 거점인 계족산성이, 동쪽으로는 신라의 관산성이 위치하고 있는 군사적 요충지이다. 가파른 지형에 세워진 탓인지 무너져 내린 부분이 많아 지금은 흔적만 남아있지만 이곳에서 내려다보는 대청호의 풍경은 한폭의 수채화를 보는 듯하다. 마치 남해의 다도해를 연상시킬 정도로 아름답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백골산성길의 끝은 6구간의 시작인 충북 옥천군 군북면 와정삼거리에 닿는다. 6구간 와정삼거리는 충북쪽이지만 곧바로 대전으로 방향을 틀어 중간쯤에서 다시 충북 보은군으로 연결된다. 이 후 20구간까지는 충북의 보은, 옥천, 청주지역을 돌아 마지막 21구간에서 다시 충북과 대전이 이어진다.

청주시 문의대교를 출발해 대청호 밑에 조성된 대청공원까지 14㎞에 이르는 21구간은 ‘대청로하스길’이란 이름이 붙었다. 이 구간은 대전 대덕구가 관내 지역을 연결해 생태학습도로로 조성한 ‘로하스길’의 일부이다. 대청호 조정지댐에서 대청공원에 이르는 5㎞는 호수 주변을 따라 나무 데크로 연결돼 유모차나 휠체어도 접근이 가능하다. 갈대숲과 푸른호수, 우거진 나무들이 잘 어우러져 아름다움을 뽐내는 데 특히 물 아래에 뿌리를 내린 왕버들 군락이 유명해 카메라를 들고 찾아오는 여행자들이 많다.

구간 중간에는 용호동 구석기 유적지도 만날 수 있다. 금강과 용호천이 만나는 지점에 자리한 이 유적은 중기 구석기(10만~4만년전)과 후기구석기(4만~1만년전)에 해당하는 유적들이다.

대청호 오백리길 관리를 맡고 있는 대전마케팅공사는 올해부터 풍광이 아름다운 4, 5구간에 문화해설사 등을 배치해 탐방객들의 편의를 도울 예정이다. 또 대전의 대표적인 주민휴식공간의 하나인 계족산 황톳길과 연결도 추진할 계획이다.

대전마케팅공사의 이상철 과장은 “길을 조성한 후 사람들의 입소문을 타고 연간 300만명이 찾는 걷기 길 명소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며 “탐방객들이 보다 안전하고 편리하게 휴식과 휴양을 즐길 수 있도록 가꾸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대전=허택회기자 thhe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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