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부터 모르는 번호로부터 걸려오는 전화를 잘 받지 않게 되었다. 그것들 대부분이 스팸이기도 하지만, 낯선 이와 통화하는 게 조금 어색한 것도 사실이다. 그 어색함은 간혹 상대방에게 잘못 전달되어서 오해를 사기도 한다. 내 목소리가 자신을 경계하는 것처럼 들린다는 것이다. 마주 보고 있으면 얘기가 술술 잘 나오다가도 전화기만 들면 나도 모르게 우물거리고 만다. 아마도 들키기 싫어서일 거다. 내가 지금 무엇을 하던 중이었는지, 어떤 생각에 빠져 있고 어떤 감정에 사로잡혀 있는지 무방비로 노출하기 싫은 것이다.
그래서 나는 전화보다는 문자가 편하고 문자보다는 대화를 좋아한다. 주위 사람들에게 고충을 털어놓으니 생각보다 나 같은 사람이 많이 있었다. 기본적으로 문자에는 표정을 담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비겁하지만 자신을 숨기는 데 문자만 한 것이 없다는 말도 들었다. 그 말을 듣고 머리에 둔중한 것을 맞은 것 같았다. 마주 보고 앉아 입을 다문 채 서로 문자로 대화하는 장면을 생각하자 아찔해졌다. 그렇다. 목소리에는 무수한 정보가 담겨 있다. 그 사람이 아픈지 안 아픈지, 실내에 있는지 실외에 있는지, 기분이 좋은지 안 좋은지 등. 그래서 더욱더 문자로 숨으려고 하는지도 모르겠다. 괜찮은 척하는 이모티콘을 앞세워. 그러나 이 때문에 통화를 하고 대화를 하는 게 중요한지도 모르겠다. 괜찮다고 말하는 너의 목소리는 괜찮지 않은 너의 심경을 선명하게 드러내주기도 하므로.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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