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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코리아가 박대통령 '골프 발언'에 웃은 까닭

입력
2015.02.05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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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고 상금(12억원)규모 골프대회 발표 이틀 전

박근혜 대통령 “골프 쳐도 된다”며 '분위기'까지 만들어줘

"BMW코리아 대표는 억세게 운이 좋은 사람" 농담도

bmw코리아 신년 기자간담회 현장.
bmw코리아 신년 기자간담회 현장.

올해는 국내 수입차 브랜드 1위를 질주 중인 BMW코리아가 한국에서 차를 팔기 시작한지 20년 되는 해입니다. 이를 기념해 BMW코리아가 5일 인천 영종도 BMW 드라이빙센터에서 마련한 신년 기자 간담회는 마치 ‘종합선물세트’를 구경한 느낌이었습니다. 어느 것을 메인 테마로 기사를 써야 할 지 한참을 생각해야 할 정도였으니까요.

김효준 BMW코리아 대표에게 질문하라는 사회자의 요청이 떨어지기 무섭게 첫 번째 기자는 “오늘 발표된 1월 수입차 판매 등록 현황을 보면 메르세데스-벤츠, 폭스바겐에 밀려 3위에 그쳤다. 게다가 4위 아우디와도 5대 차이”라며 날이 선 질문을 던졌습니다. 2000년부터 16년째 BMW코리아를 이끌고 있는 김 대표는 산전수전공중전 다 겪은 ‘노장’답게 “차가 없어서 못 팔았다”며 여유를 보였습니다. 더 달라고 본사에 말해도 보내 줄 차가 없으니 팔 차가 없다는 것이죠. 한달 성적표 가지고 일희일비 하지 않겠다는 것이며 이제 슬슬 발동을 걸겠다는 것이죠. 오히려 김 대표는 적수는 한국 내 다른 수입차 브랜드가 아니라 다른 나라에 있는 BMW 지사들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듯 했습니다.

김 대표는 “BMW는 지난해 3시리즈, 5시리즈 등 전통적 인기 모델과 그란 투리스모, X패밀리 등을 앞세워 국내에서 전년대비 21.5% 늘어난 총 4만174대의 자동차를 판매, 수입차 최초로 연간 판매량 4만대 고지를 넘어섰다”며 “BMW그룹의 일원인 미니 역시 지난해 4.3% 증가한 총 6,572대의 자동차를 팔아 연간 최다 판매 기록을 썼고, 모터사이클 판매업체 BMW 모토라드 또한 전년대비 25.8% 늘어난 1,671대를 팔아 2년 연속 두 자릿 수 성장률을 달성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어 “이런 판매 신장에 힘입어 한국 시장은 지난해 글로벌 판매량 순위에서도 중국, 미국, 독일, 영국, 프랑스, 일본, 이탈리아에 이어 BMW의 8위 시장으로 한 단계 올라섰다”며 “이제 5위인 프랑스 시장과는 연간 판매량이 1만대도 차이가 나지 않고, 한국 인구의 2배인 일본 시장과 견줘도 큰 차이가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리고 올해 12대의 새로운 차를 쏟아 붓겠다는 계획을 밝혔는데요. 뉴 액티브 투어러, BMW 최초의 플러그인(충전식) 하이브리드(PHEV) 스포츠카 i8, 4륜 구동 시스템인 xDrive와 PHEV를 조합한 BMW X5 eDrive 등을 한국에 선보인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올해도 역시 두 자릿수 이상의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자신했습니다.

1995년 BMW코리아 창립 멤버로 일해온 김 대표는 “지난 20년 동안 약 30배 커지며 전체 자동차 시장의 14%를 점유하고 있는 수입차 시장의 성장에는 BMW의 개척가로서의 노력이 일조했다”며 “BMW는 1995년 한국 진출 당시 연간 판매대수가 700여대에 불과했지만 2011년 최초로 2만대를 돌파한 뒤 2012년 3만대, 지난해에는 4만대를 넘어섰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이어 수입차 구매 연령이 낮아지고 있고, 개인 고객으로 구매가 확산하고 있는데다 2,000㏄ 이하 소형차도 확대되고 있는 점 등에 비춰볼 때 수입차 대중화 트랜드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김 대표는 또 한 가지 깜짝 놀랄 이벤트를 알렸습니다. BMW코리아가 올 7월 국내에서 가장 상금 규모가 큰 12억원 규모의 KLPGA 여자프로골프대회를 연다는 것입니다. 그 이름은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인데요. 김 대표는 “한국에 있는 고객 프로파일 보면 우리 7시리즈 고객의 98%가 골프를 한다”며 “우리나라에서 가면 갈수록 경제적 성과에 걸맞은 문화ㆍ스포츠 등 다양한 밸러스가 요구될 것이고 지난해 이곳 드라이빙센터를 열어 복합문화공간을 제공했듯 골프를 통해서 새로운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는 기회 주고자 한다”고 말했습니다. BMW코리아 관계자는 “상금이 꽤 많다”는 기자의 질문에 “하려면 제대로 해야죠. 1등인데”라고 했습니다.

이날 기자들 사이에서는 김 대표에게 “정말 운이 좋은 사람”이라는 농담이 돌았습니다. 골프대회 개최를 ‘짜잔’하고 발표하기 이틀 전인 3일 박근혜 대통령이 갑작스레 “골프 치지 말라고 한 적 없다”며 공무원들에게 골프 쳐도 된다는 식으로 말을 했기 때문인데요. 이날 한 기자는 김 대표에게 “혹시 박 대통령의 발언을 듣고 만들어낸 아이디어 아니냐”며 농담 섞인 질문도 던졌습니다. 그런데 김 대표의 대답이 또 걸작이었습니다. “BMW코리아는 굉장히 역동적인 회사입니다. 무엇이든 빨리 준비하고 빨리 움직입니다. 그러나 청와대와 교감을 할 정도의 수준은 아닙니다.”

영종도=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이날 기자간담회 후 BMW코리아 장성택 이사는 기자들을 위해 ‘깜짝 이벤트’를 진행했습니다. BMW를 구한 ‘난세의 영웅’ 꼬마 자동차 이세타(Isetta250)를 타고 트랙을 도는 것이었습니다. 이 이세타는 1952년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이태리 이소(Iso)에서 생산하기 시작하다 1955년 BMW 배지를 달기 시작했습니다. 이소는 당시 냉장고를 비롯한 가전제품을 만들던 회사로, 1950년대 초반부터 사업을 확장해 배기량이 작은 모터사이클과 240cc급의 2인승 마이크로카 이세타를 생산하기 시작했는데요.

모터사이클에 얹었던 2기통 236cc 9.5마력 엔진을 써 잘 달리는 것은 아니었지만, 값이 싸고 리터(ℓ)당 18㎞를 달리는 좋은 연비로 젊은 층으로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습니다. 이세타가 이태리에서 인기를 끌자 1954년 프랑스 벨람(Velam), 브라질 로미(Romi) 등에서 라이선스 생산계약을 맺었고, 1955년 독일의 BMW는 이소로부터 소유권과 생산에 필요한 금형설비를 사들여 이세타를 독점 생산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이세타는 독일을 비롯한 중남미, 일본 등지에서 인기를 끌며 1950년대에 이렇다 할 대중차를 생산하지 못해 경영난에 허덕이고 있던 BMW에게 기사회생의 기회를 줬는데요. 처음 BMW는 이소에서 만든, 둥글게 말린 랩어라운드 글라스를 달고, 옆은 삼각형 모양으로 전투기의 캐노피(canopy)를 닮은 모양을 한 보디를 가져다 썼습니다. BMW는 이세타가 인기를 끌자, 1956년 배기량을 298cc로 키우고 최고시속 85㎞를 내는 이세타 300을 만들었고, 또 같은 해 582cc 엔진에 바퀴를 세 개에서 네 개로 바꾼 이세타 600이란 가지치기 모델들을 생산했다. 이후 이세타는 16만 대 정도 판매된 뒤 1962년 역사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장 이사는 “시속 80㎞까지 속도를 낼 수 있습니다. 한국에 부품이 없어 직접 제가 손으로 깎고 다듬고 해서 고치고 만든 것입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세타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장성택 BMW코리아 이사.
이세타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장성택 BMW코리아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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