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오후 교육부는 ‘사학비리자 복귀 또 승인한 교육부’(본보 3일자 12면) 기사에 대한 설명자료를 뿌렸다. 비리 의혹으로 물러났던 조원영(66) 전 동덕여대 총장이 개방이사로 학교에 복귀했다는 내용의 기사 중 “교육부가 이사직 신청 하루만에 초고속 승인한 것은 특혜”라는 시민단체의 주장에 대해 해명하는 내용이었다.
교육부 관계자는 자료 배포 후 기자에게도 직접 전화를 걸어왔다. 그는 “과거에는 신원조회 과정에만 2~3주가 걸렸으나 2009년 이후부터는 학교법인에서 모든 과정을 마치고 승인을 신청하기 때문에 1~3일 정도면 된다”며 “승인하지 않았다가 소송 당하면 교육부가 100% 패소한다”고 친절하게 설명했다. 비리 전력 인물이라도 복귀에 법적ㆍ절차적 문제가 없어 교육부로서는 승인할 수 밖에 없었다는 얘기다. 사학비리자의 복귀를 막을 관련 법 규정이 없는데 교육부의 책임만을 거론하는 것은 억울하다는 의미도 깔렸다.
고개가 끄덕여지는 부분이 없진 않다. 그러나 교육부가 비슷한 사안에 전혀 다른 잣대를 대고 있는 사실을 감안하면 이 같은 설명은 이율배반적이다. 박근혜 정부의 국립대 총장 임명 과정을 보면 ‘이중잣대’는 명확하다. 현재 경북대, 공주대, 한국방송통신대, 한국체육대 등 4곳의 국립대에서 법적 절차를 거쳐 추천된 총장 후보들에게 아무런 설명 없이 임명 제청을 거부하고 있는 곳이 바로 교육부다. 사유를 알려줘야 할 법 규정이 없다는 이유다.
더구나 교육부는 “소송에서 100% 패소한다”는 이유로 비리 의혹 인물의 복귀를 덜컥 승인한 것과는 달리, 국립대 총장 임명 관련 소송에선 이미 줄줄이 패소하고 있는데도 요지부동이다. 실제 김현규 공주대 총장 후보자가 제기한 ‘총장 임용 제청 거부 처분 취소 소송’에서 교육부는 1, 2심 모두 패소했고, 류수노 방송통신대 총장 후보자가 제기한 같은 소송에서도 졌다. “임명제청 거부 이유와 근거를 제시하지 않은 것, 당사자들에게 통지 및 의견청취를 하지 않은 것 모두 행정절차법 위반”이라는 법원의 판단은 한결같다.
때문에 김사열 경북대 총장 후보자가 제기한 소송도 결과는 뻔해 보이지만 교육부는 여전히 “상급심의 판단을 받아보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로 인해 공주대는 10개월, 방통대와 경북대는 각각 5개월, 한체대는 무려 23개월째 총장공석 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사안마다 상황이 다른데 모든 문제를 법 규정에 담고, 똑 같은 잣대를 들이미는 것은 분명 바람직한 일은 아니다. 때문에 ‘입법부재’에 따른 적절한 행정 처리 등 운용의 묘를 발휘해야 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중잣대의 결과는 어떠한가. 사학 비리 관련자의 복귀 통로는 열어주고, 장기화되는 총장 공백 사태에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는 비난뿐이다. 모두 교육부가 자초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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