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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영화계 어지럽히는 사전 검열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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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영화계 어지럽히는 사전 검열 논란

입력
2015.02.04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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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ㆍ예술계에서 연초부터 시계를 거꾸로 되돌리려는 듯한 해괴한 일들이 줄을 잇고 있다. 부산시가 세월호 참사 구조 과정의 문제점을 다룬 다큐멘터리 ‘다이빙벨’ 상영을 강행했다는 이유로 이용관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에 대해 사퇴 압박을 한 데 이어, 문화체육관광부는 지원 대상인 우수문학도서 선정 기준에 ‘특정이념에 치우치지 않는 순수문학 작품’을 포함시켜 논란을 빚었다. 이런 일련의 움직임에 대해 문화ㆍ예술계는 구 시대의 유물인 사전검열을 교묘하게 부활하려는 의도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이번에는 영화진흥위가 영화제 상영작에 대한 등급분류 면제추천 제도를 개정하겠다고 나서 분란을 자초했다. 현재 영화제 출품작에 대해서는 극장 상영에 앞서 반드시 거쳐야 하는 등급분류를 면제해 주고 있는데, 사전심의를 통해 걸러내겠다는 것이다. 더구나 영진위는 제도 개정을 이유로 등급분류 면제추천을 해주지 않아 1월 열린 ‘으랏차차 독립영화’ 기획전에서 ‘자가당착’ 등 3편이 상영되지 못했고, 한국독립애니메이션협회가 매달 여는 ‘인디애니씨앗터’ 2월 정기상영회가 취소됐다. 파문이 커지자 영진위는 5일로 예정된 정기회의 안건 상정을 보류하고 “아직 결정된 사안이 아닌데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영화계는 철회가 아닌 보류라는 점에서 의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예술영화전용관 지원방식 개선안도 논란이다. 현재는 예술영화 300~500편을 대상으로 연 219일 하루 5회 상영 기준만 충족하면 되는데, 앞으로는 영진위가 선정한 26편을 상영한 경우에만 지원을 한다는 내용이다. 독립영화계와 예술영화전용관들에는 생명줄이나 다름없는 지원 제도를 악용해 독립영화의 다양성을 해치려는 시도로 볼 수밖에 없다.

사실상의 검열로 비판 받던 영화 사전심의 제도가 2000년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으로 폐지되고 등급분류로 대체된 뒤에도 극장 개봉을 막는 제한상영가 판정 등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그런데 그나마 숨통을 틔워주던 영화제와 예술영화전용관에까지 통제의 손길을 뻗치려는 시도에 우려를 금할 수 없다. 더구나 부산국제영화제 사태는 해외에서도 논란이 되고 있다. 베를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은 영화인 비상대책위에 보낸 연대의 메시지에서 “정치적 논란이 된 작품을 상영해도 정부와 기관이 개입한 일은 없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관의 개입과 통제가 횡행하는 곳에서 국민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다양하고 질 높은 작품들이 나올 수 없다.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않는 것이 정부 문화정책의 기본이 돼야 함은 물론이다. 말로는 ‘문화의 시대’를 외치면서도 그 기반인 표현의 자유를 훼손하려는 불온한 시도들을 당장 멈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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