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운영위 "절차 무시한 불법" 반발, 학교 측 "회계자료 봤지만 감사 아냐"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이사장으로 있는 학교법인 정석인하학원이 인하대 생활협동조합(생협)을 퇴출시키기 위해 대한항공을 동원, 생협에 대한 회계감사를 벌였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인하대 중앙운영위원회는 4일 “정석인하학원은 지난해 4월 대한항공 감사팀을 불법으로 동원해 대학과 생협에 대한 회계감사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어 “사립학교법상 외부감사는 관할청의 감독, 관리 하에 진행하도록 돼 있고 부당 회계처리가 적발될 시 금융위원회에 보고하도록 돼 있으나 이런 과정과 절차가 무시됐다”며 “대학과도 독립된 법인인 생협이 대한항공의 불법 감사를 받은 것은 문제”라고 덧붙였다.
중앙위는 학교법인과 대학 측이 생협에서 건물 임대와 주차사업으로 벌어들이는 수익금을 노리고 생협을 퇴출시킬 목적으로 불법 감사를 벌였다고 주장했다.
현승훈 총학생회장은 “생협은 구내식당 6곳과 카페, 안경점 등이 있는 학생회관 내 비룡플라자, 주차장 등을 운영하면서 연간 11억원의 수익금을 내는데 학교법인과 재단 측이 이를 모두 회수하려 하고 있다”며 “불법 감사도 생협을 퇴출시킬 목적”이라고 말했다.
앞서 대학 측은 생협이 직영하는 교직원식당 등 식당 2곳에서 연간 2억원의 적자가 나는 등 전문성 부족으로 식당 경영이 어려워졌다는 이유 등으로 S사가 위탁 운영하던 4곳을 포함해 식당 6곳의 운영을 이달 1일 H사로 넘겼다. 대학 측은 지난해 9월 국세청이 세무감사를 벌여 생협에 건물을 무상 임대해준 것과 관련, 탈루 의혹이 있다면서 5억원의 추징금 납부를 통보 받은 것도 식당 위탁 운영의 이유로 들었다.
하지만 중앙위 측은 생협이 4,000원인 식대를 3,000원으로 낮춰 적자를 볼 수 밖에 없었고, 대학 측이 생협에 건물을 무상 임대해주면서 생협으로부터 연간 4억~5억원의 기부금을 받은 것이 문제가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 총학생회장은 “생협 수익금은 학생 등 조합원의 복지만을 위해 써야 하지만 불분명한 이유로 대학에 기부금으로 전달되고 있었다”며 “국세청은 대학이 건물을 임대해주고 기부금을 받은 것이 세금 탈루일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 뿐”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학 관계자는 “학교법인이 대한항공의 회계전문인력과 함께 회계자료를 들여다본 것은 사실이지만 대한항공 감사팀을 동원했거나 불법 회계감사를 벌인 것은 아니다”라며 “관점 차이에서 벌어진 일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환직기자 slamh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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