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외환銀 매각 재논란 일자… 론스타 "더는 문제삼지 말라" 청탁
'투기자본 먹튀' 이슈화 앞장섰던 장 대표 비리에 시민단체들 충격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의 ‘먹튀 행태’를 집중 비판했던 장화식(53) 투기자본감시센터 공동대표가 론스타에서 7억여원의 뒷돈을 받은 혐의로 검찰에 체포됐다. 권력과 자본에 대한 감시와 견제 역할을 해야 할 시민단체 대표가 정작 감시대상으로부터 거액을 받았다는 점에서 시민사회 안팎에 충격을 주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김후곤)는 3일 오후 장 대표의 자택을 압수수색하고 그를 배임수재 혐의로 체포했다고 4일 밝혔다. 장 대표에게 뒷돈을 건넨 유회원(65) 론스타코리아 대표도 함께 체포됐다.
검찰에 따르면 장 대표는 2011년 가을쯤 유 대표로부터 “외환은행 매각 건을 더 문제삼지 말고, 유 대표의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 파기환송심에 탄원서를 내달라”는 취지의 청탁과 함께 7억~8억원을 받은 혐의다. 검찰은 장 대표가 먼저 돈을 요구한 것으로 보고 있으며, 계좌추적을 통해 금품 수수 사실을 상당부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날 장 대표를 상대로 론스타에서 돈을 받게 된 경위와 해당 금품의 용처 등을 캐물었다. 또 론스타로부터 장 대표와 함께 금품을 수수한 또 다른 시민단체 인사들은 없는지도 조사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번 사건이 장 대표의 단순한 개인 비리로 끝날지는 현재로선 단언하기 어렵다”며 수사가 확대될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장 대표가 돈을 받은 시점은 2003년 외환은행을 인수한 론스타가 국내 은행 등을 상대로 외환은행 매각을 추진, 국제 투기자본의 ‘먹튀’ 논란이 다시 불거졌던 시기다. 2003년 10월 외환은행을 1조3,833억원에 인수한 론스타는 2012년 하나은행에 되팔아 4조7,000억원 상당의 차익을 거뒀다. 9년 동안 중간배당을 실시해 해마다 수천억원의 배당금도 챙겼다.
외환카드 노조위원장 출신인 장 대표는 2003년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이후 론스타 게이트를 사회 문제로 이슈화하는 데 앞장섰던 인물이다. 2004년 1월 해고된 이후 전국사무금융연맹 부위원장과 ‘론스타 게이트 의혹 규명 국민행동’ 집행위원장, 투기자본감시센터 운영위원 및 정책위원장 등을 지내며 론스타에 대해 지속적인 비판을 가했다. 론스타의 외환카드 주가조작 혐의가 2심에서 무죄가 난 2008년 6월 “앞으로 주가조작 유죄는 없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법원을 비판했고, 2010년 11월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을 앞두고는 “론스타는 불법적으로 투기수익을 늘린 일종의 계모임”이라며 “국내 은행들은 인수전에 나서지 말아야 한다”고 반대운동을 벌였다.
하지만 론스타에서 7억원이 넘는 거액을 받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장 대표의 진정성과 도덕성은 한순간에 의심받게 됐다. 게다가 그는 론스타로부터 뒷돈을 받고도 하나은행의 론스타 인수와 관련해 김승유 전 하나금융지주 대표를 고발하는 등 겉으로는 론스타 관련 의혹을 계속 제기했다. 이로 인해 지난해 1월엔 안철수 의원의 새정치추진위원회에서 전문가 출신 추진위원을 맡기도 했다.
투기자본감시센터는 이날 장 대표를 즉각 파면했다. 센터는 성명을 통해 “도덕성을 생명으로 삼는 시민단체의 주요 간부가 개인적 사유로 금품을 받은 행위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일로, 긴급회의를 열어 이 같이 결정했다”고 사과한 뒤 “다만 장 대표의 금품 수수 사실은 전혀 알지 못했고, 센터는 이와 관련한 금품을 제공받은 바 없다”고 밝혔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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