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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따기' 10대 그룹 임원 55세 못 넘기고 '집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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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따기' 10대 그룹 임원 55세 못 넘기고 '집으로'

입력
2015.02.04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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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미생'의 한 장면. tvN 제공.
드라마 '미생'의 한 장면. tvN 제공.

대기업에 다니던 이모씨는 2010년 40대 후반에 상무로 승진하면서 주위의 부러움을 샀다. 동기들과의 경쟁에서 앞서나간데다 그룹의 핵심부서로 발령 나면서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계약기간 3년이 끝날 무렵 이씨는 전무로 승진하지 못했으며, 이씨가 맡던 자리는 한참 후배가 꿰차고 들어왔다. 회사에서는 지방에서 일할 기회를 준다고 했지만 사실상 퇴사를 종용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고, 자존심이 상한 이씨는 결국 50대 초반에 회사를 그만두고 말았다.

국내 10대 그룹의 임원은 ‘기업의 꽃’으로 불리지만, 평균 5년 정도만 재직한 뒤 55세 이전에 퇴임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바늘구멍 통과 수준의 치열한 경쟁을 뚫고 임원으로 승진해도 장기간 살아남는 사람이 드물다는 것이다. 대기업 근로자의 경우 2016년부터 정년이 60세로 연장되지만 임원은 근로자로 분류되지 않아 정년연장 의무화 대상에 포함되지도 않는다.

4일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에 따르면 10대 그룹 96개 상장회사 임원 가운데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이뤄진 2015년도 정기인사에서 퇴임 후 자사주를 매도한 271명의 평균 나이는 54.5세, 재임기간은 5.2년으로 나타났다. 대기업 입사 후 32세에 결혼해 이듬해 자녀를 낳는 평균적 직장인을 가정한다면 자녀가 고등학교 1학년 때 임원으로 승진해 직장생활의 황금기를 맞지만 대학 2, 3학년 때 퇴임하는 것이다. 오너 일가들은 한번 임원이 되면 퇴임하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에 이번 조사대상은 전문경영인과 일반직장인들로만 구성됐다.

특히 조사대상 가운데 가장 많은 상무(183명)의 경우 평균 재임기간은 3.9년에 불과했다. 임원들이 통상적으로 3년 단위로 계약을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연임을 하기가 매우 힘들다는 뜻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지난해 8, 9월 전국 219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도 사무직 대졸신입사원이 대기업 임원이 되는데 평균 23.7년이나 소요되고 동기들을 제치고 임원으로 승진하는 비율은 0.47%에 불과했다. 하지만 동기 200명 중에 한 명이 오르는 임원이 돼도 오래 머물지 못하는 것이다.

박주근 CEO스코어 대표는 “상무에서 전무로 승진하는 비율이 보통 3분의1 정도에 불과해 승진하지 못한 다수는 대부분 일찍 회사를 떠나게 된다”고 분석했다.

한편 10대 그룹 가운데 퇴직할 때 임원 나이가 가장 낮은 기업은 LG그룹(51.4세)으로 퇴직 연령이 가장 높은 현대중공업(57.1세)과는 5.7년 정도 차이가 났다. SK와 롯데그룹도 52.6세로 임원들의 퇴직 연령이 빠른 편이었고 한화와 삼성그룹도 각각 53.6세, 한진그룹은 54.3세로 50대 초반에 임원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들 회사 임원 퇴직 연령대는 고용노동부에서 밝힌 직장인 평균 퇴직 연령(53세)과 비슷하거나 더 낮았다. 반면 현대중공업과 포스코(57세), 현대자동차(55.2세) 임원들은 상대적으로 퇴직을 늦게 하는 그룹에 속했다. 퇴직 시기를 연령대별로 구분하면 50대가 222명(81.9%)으로 압도적으로 많았고, 60대와 40대가 각각 24명(8.9%)과 25명(9.2%)이었다.

LG의 경우 퇴직 임원의 평균 나이는 가장 낮았지만, 평균 재임기간은 8.1년으로 10대 그룹 중에서 가장 길었다. 한화(6.3년)와 삼성(5.7년), 현대중공업(5.2년), 롯데(5년)의 경우 5년 이상으로 조사됐지만 SK(4.9년)와 현대자동차(4.3년), 한진(3.6년), 포스코(3.4년)의 재임기간은 상대적으로 짧았다. 그러나 일부 대기업에서는 “퇴임 후 그룹 내 다른 계열사로 옮긴 임원들도 있는데 이 부분은 통계에 반영되지 않았다. 실제로는 퇴직 임원들의 평균 나이가 그렇게 낮지 않다”고 밝혔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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