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즈베키스탄 선수가 국제대회 경기 도중 한국 선수를 폭행해 상당한 파문이 일었다. 폭행 사고는 1일 태국 나콘랏차시마에서 열린 U-22(22세 이하) 킹스컵 1차전 우즈베키스탄전에서 발생했다. 우즈베키스탄 선수들은 한국의 송주훈(알비렉스 니가타)에게 결승골을 내줘 0-1로 끌려가자 마치 격투기 선수를 연상케 하는 거친 플레이를 펼쳤다. 후반 32분 공중볼을 다투는 과정에서 우즈베키스탄 미샤리도프가 징이 박힌 축구화 발바닥을 앞세운 '날아 차기'로 강성우(포항 스틸러스)를 쓰러뜨렸고, 후반 41분에는 샴시티노프가 심상민(FC서울)의 얼굴을 샌드백 치듯이 손으로 세 차례 강타했다. 두 선수는 모두 즉시 퇴장 조치됐다.
우즈베키스탄축구협회는 이 사태에 대해 즉각 사과하고 해당 선수들도 우리 선수들의 숙소로 찾아와 직접 사과했지만 팬들의 공분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외신들은 한국 선수들에게 폭력을 행사한 우즈베키스탄을 '세계에서 가장 폭력적인 축구팀'이라고 맹비난했다. 한국이 크게 당한 사태는 드물지만, 세계 축구계에선 종종 상식을 뛰어넘는 폭력 사태가 일어났다. 축구사(史)에서 손꼽힐 대표적인 폭력 사건을 정리해봤다.
1. 머리 짓밟은 발로텔리
축구계 대표적인 악동 발로텔리(24·리버풀)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맨체스터 시티에서 뛰던 지난 2012년 1월 22일 토트넘과의 경기에서 넘어진 상대 수비수 스콧 파커의 머리를 발로 밟았다. 자신에게 거친 태클을 가한 데 대한 보복성 행위였다. 당시 주심을 맡았던 하워드 웹(영국) 주심은 발로텔리의 폭력을 목격하지 못한 채 경기를 진행시켰지만, 결국 사후 징계로 네 경기 출전 정지에 처해졌다.
발로텔리는 이 밖에도 팀 동료와의 잦은 싸움은 물론 유소년 선수들을 향해 다트를 던지는 등의 기행을 벌였다. 여기에 잦은 불법주차로 수만 파운드의 벌금을 무는 등의 행위까지 더해져 '트러블 메이커'로 낙인 찍혔다.
2. ‘관중에 쿵푸킥’ 에릭 칸토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화려한 부활을 이끌며 전설로 기록된 에릭 칸토나(48·프랑스)는 이른바 '쿵푸킥 사건'으로 명성에 흠집을 남겼다.
1995년 1월 25일 당시 맨유의 에이스였던 칸토나는 상대 수비수를 가격했다는 이유로 퇴장 선언을 받았다. 하지만 레드카드를 받고 벤치로 물러나는 과정에서 한 관중이 부모를 비하하는 욕설을 날렸고, 거침없는 성격의 칸토나는 해당 관중을 향해 온 힘을 실어 날아차기 했다. 이 사건으로 칸토나는 축구계 제명 위기까지 처했고, 2주간의 감옥생활과 함께 다음 시즌까지의 경기 출장 금지 처분을 받았다.
3. “수아레스가 또 물었어요”
수아레스(28·바르셀로나)는 지난해 7월 25일 이탈리아와의 브라질 월드컵 조별리그 D조 3차전에서 상대 수비수 조르조 키엘리니(유벤투스)의 왼쪽 어깨를 깨물어 FIFA로부터 4개월 동안 축구와 관련된 활동에 참여할 수 없다는 중징계를 받았다.
지난해가 처음은 아니었다. 수아레스는 네덜란드 프로축구 아약스에 몸담았던 지난 2010년에도 PSV 아인트호벤과의 경기에서 오트만 바칼의 목을 물어뜯었다가 7경기 징계를 받았다. 리버풀에서 뛰던 2013년에는 첼시 이바노비치의 팔을 물어 뜯어 일찌감치 '핵 이빨'이라는 별명도 얻은 바 있다.
실력은 톱 클래스지만 상대 선수에 대한 폭력을 일삼고 골 문으로 들어가는 공에 손을 뻗는 등 수아레스의 기행은 언제나 상상 이상이었다.
4. ‘박치기의 전설’지네딘 지단
지네딘 지단(42·프랑스)은 지난 2006년 7월 베를린 올림피아슈타디온에서 열린 독일월드컵 결승전에서 연장 후반 이탈리아의 수비수 마르코 마테라치(인터 밀란)의 가슴을 머리로 들이 받아 퇴장을 당했다. 이날 지단의 퇴장 이후 프랑스는 승부차기 끝에 3대 5로 패하며 이탈리아의 4번째 우승을 지켜봐야만 했다.
경기 후 지단은 "마테라치가 모욕적인 말을 했다"며 사건의 단초를 제공한 마테라치를 비난했지만 그가 어떤 말로 자신을 모욕했는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히길 거부했다. 사건 뒤 마테라치가 한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유니폼보다 네 누이동생이 갖고 싶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른바 '지단 박치기'가 뇌리에서 사라지던 지난해 브라질 월드컵에서는 포르투갈의 수비수 페페가 독일과의 G조 조별리그 1차전 경기에서 토마스 뮐러를 머리로 받으며 퇴장 당한 바 있다.
5. 이을용 ‘응징과 보복 사이’
지난 2003년 12월 7일 일본 사이타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동아시아컵 조별리그 2차전 중국전. 당시 한국 대표팀 수비수던 이을용(39·청주대 코치)은 과거 부상 당했던 부위에 집중적으로 태클을 가하려 했던 중국 공격수 리이의 거친 플레이에 격분해 그의 뒤통수를 강하게 때렸다. 이을용의 타격에 리이는 머리를 감싸 쥔 채 그라운드에 나뒹굴었고, 이을용은 퇴장 선언을 받았다. 당시 축구 팬들은 거친 플레이를 일삼았던 중국 축구에 대한 화려한 응징이라며 이를 '을용타(乙容打) 사건'으로 명명, 수 많은 패러디물을 쏟아냈다. 하지만 이는 엄연히 스포츠 제 1원칙인 페어플레이 정신에 어긋나는 행동이었다.
김형준기자 mediabo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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