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노동당 정치의 산역사이며 대모격인 바바라 카슬은 정치인이 기록을 남기지 않는 것은 범죄에 해당한다고 단언했다”고 한다. 고세훈 고려대 교수의 저서 영국 노동당사머리말에서 본 말이다.
고 교수는 현지에서 연구하는 동안 “수많은 정치인들이 펴낸 회고록과 일기, 전기, 자서전” 등의 큰 도움을 받았다며 “기록의 보고의 나라 영국, 그 정치의 편린이나마 엿보면서 나는 내내 활용할 만한 기록이 별로 없는 한국 정치의 현실을 생각했다. 그러면서 나는 기록할 만한 정치, 그리고 하루의 정치현장을 뒤로하고 매일 밤 외롭게 책상 앞에서 그날의 정치를 끊임없이 회고하는 정치인들이 있는 나라의 정치를 꿈꾸듯 상상했다”고 썼다.
이명박 전 대통령 회고록을 두고, ‘역겹다’는 반응서부터 ‘자원 낭비’라는 비아냥까지 말이 많다. 하지만 회고록으로서의 가치나 출간 의도와 별개로, 기록을 남겼다는 사실까지 냉소할 필요는 없을 듯하다. 애당초 별 기대가 없었기 때문일지 모르겠다.
최윤필기자 proose@hk.co.kr 서울=AP 연합뉴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